대봉초 1학년3반
대구대봉초등학교
대봉초 1학년 3반
지도교사 최순나
등교수업이 소원인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의 마음이 담긴 글이다. 아이들의 글에는 아이들이 보인다. 수학시간에는 숫자공부로 시를 쓰고 학교뜰에서는 가을을 찾아낸다. 1학년 첫 배움의 설레는 순간이 그림과 글로 한 권의 책에 가득하다. 동심의 세계로 초대한다.
시지고등학교 수석교사 이금희
여덟 살, 초등학교 1학년, 그 까무룩하도록 어린, 아이들의 시간을 들여다봅니다. 엄마 손을 잡고 교문에 들어온 아이들이 소리 내어 책을 읽고 운동장을 걷거나 이어달리기를 하며 모래에 앉아 느티나무 이파리를 살펴봅니다. 손에 쥘듯한 그 작은 아이들의 계절은 과연 어떤 빛일까? 저 반짝이는 눈빛이 날아가 머문 곳은 어디일까? 친구 손 잡고 팔랑팔랑 나비처럼 학교에 오는 아이들의 가슴속에는 어떤 마음이 살고 있을까? 이미 오래전에 지나온 시간이지만 낯설고 신비로운 여덟 살의 시간을 씨실 날실처럼 엮어 행복한 그림으로 보여주는 시집이 있습니다.
최순나 선생님이 엮은 <가을찾기>는 대구 대봉초 1학년 학생들이 쓴 글을 모아 엮은 책입니다. 학생들이 쓴 시 옆에는 아이들이 직접 그린, 꼬물꼬물하고 깜찍발랄하고 생기찬란한 그림들이 함께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아이들이 교실에 앉아 있기만 하는 것이 아니네요. ‘우산을 쓰고 밖으로 나갔다 / 친구와 맨발 걷기’를 하고 ‘옥수수를 관찰’(7월 15일 수요일 – 박선하 )하면서 ‘좋았다 / 다 좋았다’고 말합니다. ‘우리 반 19명이 협동화를 그’리기도 하고(협동화 그리기-채준서) ‘이어 달리기를 했다 / 우리는 한 번 지고 세 번 이겼다’(이어달리기-박서유)고 말하기도 합니다. ‘운동장에서 / 가을을 찾아다’(가을 찾기-김예찬)니기도 하고 ‘겹받침을 배우’기도 하고, ‘횡단보도에는 / 흰색 검정이 반복되’는 규칙(규칙 찾기-윤희재)을 찾기도 합니다. 코로나로 입학이 늦어진 아이들, 하지만 그 공백은 금방 최순나 선생님과의 만남으로 채워지고 다양하고 결결이 아름다운 시간으로 바뀝니다. 아이들의 눈길이 닿는 곳마다 세상이 넓어지고 아이들이 발길이 두들기는 곳마다 세상이 단단해지고, 아이들이 언어로 표현하는 것마다 따스한 마음들이 꽃핍니다. 이런 마법같은 수업을 하시는 분이 최순나 선생님입니다.
최순나 선생님은 이미 오래전부터 학생들과 삶 속의 글쓰기를 실천해 오셨습니다. 관찰하고 경험하고 생각하고 느껴보고 나서 글을 쓰게 합니다. 물론 최순나 선생님 또한 평생 그런 글을 쓰고 책으로 엮어내는 ‘책쓰기 전문가’이십니다. 이 시집을 읽다 보면 ‘어떻게 이런 시를 쓰도록 지도하셨을까?’가 궁금해지다가 ‘어떻게 지도하셔서 아이들이 이렇게 잘 자랐을까?’하는 의문으로 바뀝니다. 그 답을 학생 시인은 이렇게 시로 답해주네요.
우리 반이 좋은 이유
윤 채 원
담임 선생님이 최순나 선생님이라서 좋다
교실 화단에 식물이 많아서 좋다
좋은 친구들이 많아서 좋다
바깥놀이를 많이 해서 좋다
교실에 책이 많아서 좋다
용기 윤채원으로 불려서 좋다
그냥 1학년 3반이라서 좋다
다른 설명을 붙여보았자 사족이 되겠군요. 좋은 것들은 그냥 보아서는 안 보입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보고 따스하게 보고 함께 보아야 보이지요. 최순나 선생님은 아이들이 좋은 것을 하나하나 발견할 수 있게 가르치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 반의 작은 의자에 엉덩이를 걸치고 함께 손들면서 웃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