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중 성화맥북
성화중학교
성화중 성화맥북
지도교사 김일식
사춘기 여중생들은 한창 예민하다. 대화도 거부한다. 그들과 대화를 하고싶은 엄마들은 답답하기만하다. 이러한 서로 간의 속마음을 글로 풀어보았다. 엄나들이는 청소년의 대표적인 7가지 고민에 대해 엄마와 딸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담았다.
경북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 교사 김언동
프랑스의 철학자 미셀 푸코는 어떤 것의 실체를 보다 쉽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때로 반대편에서 그것을 바라보는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인문학은 자연과학과 달리 인간 자신을 관찰의 대상으로 삼는다. 인간이 인간을 사유하는 것, 인문학의 부인할 수 없는 기본 구조이다. 자신에 대한 성찰이 없는 사람은 위태롭다. 인간과 인간의 문명 그 자체를 돌아보는 인문학이 질주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성찰이 더욱 절실한 이유는 그 때문이다.
이 책 ‘엄나들이’는 ‘책으로 보는 세대공감 이야기’를 부제로 하고 있다. 성화중학교 10명의 학생과 7명의 학부모가 저자이다. 대구교육청 책쓰기 프로젝트의 참가 대상이 학생과 교사에서 학부모로 넓어졌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표제인 ‘엄나들이’는 서로 ‘너’, ‘나’ 하고 부르며 터놓고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라는 고유어 ‘너나들이’에서 ‘너’ 대신 ‘엄마’를 넣어, 엄마와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성적, 친구, 진로, 가족, 이성, 사춘기, 엄마 등 7가지 주제를 정하고 주제별로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펼치고 있다. 글쓰기를 통해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나누며 부모와 자식간의 간격을 좁히는 과정을 통해 흥미로운 독서 체험을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주제를 통해 미래에 대한 고민, 타인과의 관계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들려주고 있다. 개별 주제에 따라서 학생들이 쓴 글의 완성도는 제법 많은 차이가 난다. 자신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일반적인 중학생의 삶을 쓴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하고, 고민이 구체적이지 않아 피상적인 수준에서 단순한 생각의 나열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자신이 잘 다룰 수 있는 주제를 만나면 놀라운 반전이 일어난다. 이전에 조금은 평범하다 싶은 글을 쓴 학생이 맞나 싶을 만큼 구체적이고 솔직하게 삶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책쓰기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많은 교사들에게 이런 극적 변화는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줄 듯 하다.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잘 펼칠 수 있도록 돕는 좋은 주제와 질문을 제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의 글은 비교적 고른 수준을 보여주며 가독성도 뛰어나다. 학부모와 함께 하는 독서인문 교육이나 책쓰기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 선생님들에게는 좋은 참고자료가 되겠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지금 우리 학생들과 달리 디지털 이주민인 학부모 세대에게 ‘글읽기’와 ‘글쓰기’는 학창 시절 가장 중요한 미디어 활동이었다. 그래서인지 학부모들의 글은 책이라는 미디어와 잘 어울린다.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는 아이들의 고민과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금을 잘 견뎌내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며 건강한 사춘기를 보내기 위한 아이들의 생각과 부모들의 생각을 같이 볼 수 있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각자의 입장에서 쓴 친구와 성적, 가족 등에 대한 생각은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다. 마지막으로 책의 만듦새에 대해 이야기를 언급하고 싶다. 앞쪽에는 아이들의 글이 있고 일반적으로 뒷표지가 되어야 하는 것이 이 글에서는 학부모 글의 앞 표지 역할을 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가 서로의 반대편에서 서로를 이해하며 조금씩 다가서는 듯한 느낌이다. 앞서 언급했던 미셀 푸코의 말을 떠올리게 된 것도 이 책의 독특한 만듦새 때문이었다. 책의 내용과 형식이 의미있게 잘 연결된 사례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