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남고 3학년 국어수업
학남고등학교
학남고 3학년 국어수업
지도교사 김미향
2020년, 대구, 그리고 고3. 코로나의 한 가운데에서 자신을 세우고, 우리를 가꾸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 고3 국어 수업, 수능 특강이 빼곡한 틈을 벌려 '독서와 글쓰기'를 마련했다. 묻고, 읽고, 쓰고, 나누며 우리는 함께 길을 만들어 가기 위해 애썼다.
성화중학교 교사 김일식
대부분이 그러하겠지만 책을 구입하거나 구입할 예정이라면 책의 머리말을 항상 먼저 읽곤 한다. 이번 책 또한 머리말을 먼저 읽었고, 책 전체를 다 읽은 지금. 가장 기억에 남고 인상 깊은 부분이 바로 머리말이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팬데믹 상황에서 학교 현장에 있는 그 누구도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랐다. 머리말 속에는 이 혼돈의 상황에서 수업을 걱정하고 무엇보다 학생들이 겪을 혼란에 대해 안쓰러워하는 엮은이 김미향 선생님의 참교사로서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2020년 고3을 맡은 것을 본인의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아이들과 한 뼘 칸막이에서 마스크를 끼고 수업하는 순간에 최선을 다하여 수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해나간 김미향 선생님께 존경의 뜻을 전하고 싶다.
이 책은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코로나19 상황에서 고3들을 대상으로 한 한 학기 한 권 읽기의 수업으로 진행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각자가 읽은 책에 대하여 질문을 만들고 스스로 그 질문에 답하면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들고 바쁘게 살아갈 고3 아이들에게 독서의 재미와 깊이 있는 독서를 가능하게 한 선생님의 깊은 수업 고찰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물론 선생님의 수업 고찰 뒤에는 선생님을 믿고 따른 아이들의 노력 또한 등한시 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중 인상 남는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인생은 지름길이 없다』를 읽고, '난 왜 언니처럼 될 수 없을까?'라는 질문에 답한 이수현 학생의 글이 기억에 남는다. 공부 잘하는 언니에 대해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던 학생이 책을 읽고 언니에 대한 자격지심보다 언니의 장점을 본받기로 생각의 변화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19년 인생 평생을 지니고 있던 개인의 상처와 다짐을 독서의 과정을 통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독서의 힘. 그리고 그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교사의 노력을 알 수 있었다.
『인생은 지름길이 없다』를 읽고 '어떻게 하면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남긴 박수진 학생의 글을 읽고는 학생의 질문에 대해서 나도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지금은 고인이 된 신해철 님의 노래 중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라는 노래의 가사 중에는 ‘누군가 그대에게 묻는다면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횐 없노라고’ 가사가 있다. 우리 인생은 후회의 연속인데 어떻게 하면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라는 고3 학생의 질문에서 교사 8년 차에 접어드는 교사로서 사춘기에 빠진 본인의 자기 성찰을 할 수 있어서 질문이 참신했다. 그래서 그런지 박수진 학생의 질문에 대한 글을 읽고 박수진 학생이 읽었다는 책을 구입하여 읽어 보기도 하였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든 고3 학생들에게 김미향 선생님과 함께한 '독서' 시간은 수업 시간이기보다 삶을 반추하고 앞으로의 삶을 계획하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보면 수업 활동중 프로젝트 결과물에 지나지 않을 수 있지만 독서를 하고 질문을 만들고 그에 답하는 과정 속에서 바쁘게 돌아가는 고3 학생들에게 소중한 추억앨범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아직도 코로나19의 기세가 드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을 사랑하고 수업을 준비하고 연구하는 김미향 선생님과 같은 분이 있기에 동료교사로서 또 후배교사로서 뿌듯하고 존경의 뜻을 표한다.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고, 삶을 성찰, 계획하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많은 학생들에게 퍼져나가 학교에서의 독서 교육의 참의미를 깨달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