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고 나현아
비슬고등학교
교사
나현아
학교 전체를 책갤러리로 만들고 학생과 선생님들이 책과 시에 물들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낭독, 비밀 독서단, 시배달, 5개 교과 12명의 선생님이 함께한 책밥(책융합) 프로젝트 등을 통해 다독과 심독(深讀)의 조화를 이루게 된다.
침산중학교 교사 서정화
여름의 따사로움이 잦아들고 우리의 일상생활이 코로나에 흠뻑 물들어 가며 기진맥진해 가고 있다. 삼복(三伏)이라면 구수한 국물에 보드레한 살코기가 일품인 삼계탕이 제격이겠지만 지금은 먹음직한 닭다리로는 충분히 위로가 되지 않는다. 이선희가 부른 ‘인연’의 뮤직비디오에서나 봄 직한 위험한 줄타기 줄의 한쪽 끝에 서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신체의 균형 이전에 줄에서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 그것을 지속시킬 마음의 평정심이다.
학교의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되돌아볼 수 있게 만드는 든든한 마음의 보양식은 독서이다. 빠르게 움직이고 항상 변하는 이미지에 물든 아이들에게 독서는 영어 문장을 해석하고, 수학 문제를 푸는 그 이상이다. 이런 아이들이 책을 읽도록 해보겠다고 나선 사람이 바로 이 책을 쓴 비슬고의 나현아 선생님이다. 나 선생님과는 몇 년 전부터 대구광역시교육청의 인문 교육 사업을 구현하는 독서교육지원단의 토론팀원으로 활동하면서 함께 책을 읽고, 읽은 내용을 자신의 경험과 함께 버무려 이야기를 많이 나누곤 했다. 특정한 한 영역에 치우지지 않고, 특히 시를 좋아했던 나 선생님의 모습을 이 책을 읽어가면서 여기저기서 만날 수 있었다.
『학교, 책과 시에 물들다』는 크게 세 부분으로 되어 있다. 1장은 학교를 책 읽기에 적합한 책 갤러리로 만든 과정을 통해 독서 환경의 중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2장은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책을 읽는 바다에 풍덩 뛰어들도록 나 선생님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유혹하는 낭독의 경험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지금까지 낭독의 매력을 몰랐던 무미건조한 독서를 해 왔던 나에게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달콤하게 와 닿은 부분이다. 낭독의 ‘밑밥’에 걸려 책 읽기에 돌입한 학생들은 여러 선생님들과 마주하게 된다. 국어, 영어, 과학, 한국사, 수학 교과의 12명의 선생님들이 함께 참여하여 ‘환경’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설정한 후 『지구를 살리는 기발한 물씻건 10』으로 책 선정을 한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읽은 책의 내용에서 교과의 내용과 최대한 가깝거나 밀접한 영역을 토대로 수행평가에 반영함으로써 학생들의 책 읽기를 측면 지원한다. 소위 ‘융합적 독서’를 학생들이 경험하도록 한다. 교사들의 철저한 사전 준비와 오랜 시간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여러 선생님들의 동참을 이끌어 내기 위한 저자의 노력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수업의 들머리에 학생과 함께 최영미 시인의 ‘선운사에서’, 유치환 시인의 ‘그리움’ 등 많은 시들을 읽으면서 내용을 음미함으로써 코로나에 찌든 학생들과 수업하시는 선생님이 그동안 가슴속에 멍울진 흔적을 씻어 내기에 충분하다. 이보다 더 나은 인성교육이 있겠는가?
마지막 3장에서는 저자가 학교 선생님들과 운영한 독서 모임을 소개하고 있다. 마침 게임을 하는 것처럼 비밀 지령문을 통한 독서 활동은 지루해지기 쉬운 독서에 약간의 긴장감과 재미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여럿이 가라’는 말처럼 독서의 지속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독서 토론 모임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지적은 수긍할 만하다. 자칫 경직되기 쉽고 일방통행으로 흐르기 쉬운 직원 회의도 시로 시작한다는 저자는 학교 의사 결정을 위한 논의의 장을 어떻게 만드는 것이 좋을까를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훌륭한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가 없듯이 이 책을 읽는 내내 약간의 아쉬운 마음이 맴도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다. ‘수행평가’라는 밑밥이 아닌 정말 학생들이 자유 의지로 책을 읽도록 하기 위한 접근 방법에 목말라하는 많은 동료 교사들에게는 약간 아쉬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사들간의 독서 활동과 독서 토론 모임이 학생들의 독서 활동과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그 효과가 서로 전이될 수 있는 학교 구성원 전체의 거대한 하나의 독서 활동은 저자의 다음 저작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마음속에 기대를 펼쳐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