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인 경제 위기, 대공황으로 경제가 어려워진 1932년. 덴마크의 한 목수는 바퀴 달린 나무 오리 장난감을 만들어서 팔기 시작했다. 'Only the Best is Good Enough!'는 목수였던 그의 생산 철학이었다.
오직 최고만이 최선이다.
끈을 끼워서 끌고 다니는 유럽의 오리 장난감을 아시나요?
93년 전 이런 장난감을 만들던 덴마크 빌룬 지역의 한 목공소에서 시작한 회사가 있습니다.
목수였던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은 대공황 시대에 가구 주문이 줄어들고 부인이 아들 넷을 남기고 갑자기 사망하는 힘든 날들이 오자 궁여지책으로 장난감을 만들어서 팔았습니다.
나무로 만든 이 장난감은 무겁고 잘 부서지는 단점이 있었는데 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화재입니다. 회사 창립 10년 만에 창고 건물에 발생한 화재로 장난감과 기계들이 모두 타버렸습니다.(*창업주의 둘째 , 셋째 아들들의 장난으로 불이 났답니다. 방화 주동자 셋째 아들은 후에 회사를 이어 받습니다.) 그 이후에도 거듭된 화재로 그는 '목재'의 한계를 느꼈습니다.
마침 열린 영국의 박람회에서 사출 성형 기계를 보고 플라스틱이라는 신소재의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나무에서 플라스틱으로 재료가 바뀌었지만 아들들을 생각하며 만든 그의 장남감에서는 아버지로서의 철학은 세기를 넘어 남아 있었습니다.
Only the Best is Good Enough!
1949년 자동결합브릭 발명 특허 신청 당시 도안.
무한히 증폭하는 혁신의 플랫폼. 'LEGO'
장난감에도 '시스템'을 적용하면 무한히 증폭시키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한 사람은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의 아들 고트프레드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어릴 때 형과 함께 아버지 공장에 불을 낸 셋째 아들입니다. 그는 회사를 위해 가장 잘한 일이 그 때 불을 낸 일이라고 회고한 바 있습니다. 🔥)이었습니다. 그는 1949년 '자동결합브릭'의 특허를 신청하고 플라스틱 브릭을 생산했습니다. 하지만 제품은 튼튼하지 않고 잘 결합되지 않았기 때문에 초기 판매는 저조했습니다. 약 10년 후인 1958년, 전문 기술자들과 함께 그의 초기 제품의 결함을 보완하여 모든 브릭이 서로 호환되도록 규격을 통일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지금의 형태를 갖추어 대성공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2X4 블럭 6개를 결합하는 방법이 9억 1510만개😮에 달한다고 하니 창의력의 무한증식이죠.
콘솔 게임🎮, 온라인 게임💻, 모바일 게임📱까지...
이렇게 놀 거리가 넘쳐 나는데 아직도 장난감 블럭이나 조물딱 거리고 노는 어린이들이 있다고요?
지난 3월 11일 이 회사가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당연하게도(?) 전 세계 장난감 시장 성장세는 -1%로 역성장 중이었지요.
하지만 이 회사는 달랐습니다.
전년대비 13% 증가한 매출 (약 15조 7400억원), 10% 증가한 영업이익 (3조 9600억원) 을 발표하며 장난감 시장이 사양 산업이라는 평을 가볍게 종식 시킨 압도적 세계 1위 장난감 회사. (*2위와 매출 차이가 약 2배입니다.)
1932년 설립 이래 증시에 한 번도 상장 된 적이 없이 창업자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1891~1958년)의 자손들이 경영권을 사실상 100% 지배하고 있는 회사.
(지주회사 KIRKBI A/S의 지분 75%를 창업주 가문이, 25%를 재단이 보유하고 있어요.)
Leg Godt! (라이 거트! 잘 놀아요)에서 그 이름을 따온, 언제나 친숙하고 종종 새로운 그 이름.
바로 LEGO 레고입니다.
레고의 흑역사. 액션 피규어 시리즈 갈리도어의 주인공 'nick' 현재는 주요 시리즈에 자체 희화화하여 자주 등장한다.
시대가 변했다. 유지할 것인가? 확장할 것인가?
작년에 우리는 기업 패망사를 통해서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면서 극복하지 못한 사례를 봤습니다. (폴라로이드라든지...) 시장이 변한다고 무리한 확장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 기업도 만났지요. (야후라든지...) 시대가 변해서 시장이 변하는 것이 비단 특정 산업, 특정 기업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100여 년을 이어오는 레고에도 시대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변화는 역시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면서 등장한 막강한 경쟁자! 비디오 게임이었습니다. 90년대 초에는 저도 닌텐도 컴보이로 슈퍼마리오를 했으니까요. (*90년대 말부터는 스타크래프트로 넘어갑니다. 레고 안녕~) 1998년 레고는 창립 이래 최초로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난다 긴다 하는 컨설턴트들은 '다각화'를 제시했습니다. 당시 레고 매출의 4배 이상이었던 경쟁사 마텔 (미국의 장난감회사, 현재는 레고 매출의 1/2, 유명한 브랜드로는 바비/토마스와친구들/피셔프라이스 등이 있습니다)을 벤치마킹하라는 것이지요. 이미 1978년에 특허도 만료되었고, 50년이나 지난 단순한 모델인 레고 블럭의 수명이 다했다고 봤습니다.
레고는 발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조립하지 않는 피규어 시리즈를 출시하고 거액을 들여 마케팅을 했고요, 여자 아이들에게 상대적으로 덜 매력적인 블럭의 타겟층을 늘리기 위해 여아용 의류를 만듭니다. 덴마크를 비롯 다양한 곳에 거대한 테마파크(네! 우리나라 춘천에도 있는 레고랜드입니다)를 만들고, 자체 비디오게임 회사도 만들었습니다.
발 빠르게 변화를 수용했군요. 그래서 어떻게 됐냐구요? 거의 망했습니다. 😱 2003년 매출은 전년대비 30% 급감했고,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현금이 없어서 6개월 안에 폐업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지요.
여자 아이들을 위한 레고프렌즈 Beach House. 여자 아이들을 관찰하면서 장난감에도 화장실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사진: lego.com]
우리는 어려울 때 먼저 ➖ 빼기를 하지
2004년 창업주 손자는 CEO 자리에서 물러나며 전문경영인 '예르겐 비그 크누스토로프'를 선임합니다. 당시 그의 나이는 겨우 38세.
그가 한 것은 아무 열매도 맺지 못하고 몸체를 고사 시키는 가지들을 쳐내는 것이었습니다.
관리가 되지 않았던 다양한 일들은 모두 수익에 악영향이었습니다.
피규어는 금형을 사출하는 기본 단가가 너무 비싼데다 유명 영화와 콜라보 하니 영화 인기와 함께 반짝 사라졌지요. 부품은 13천개로 늘어나면서 서플라이어가 복잡해지고 관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테마파크는 현금을 잡아먹는 싱크홀이었구요.
그는 이 모든 것을 단순화했습니다. 전문성이 없고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드는 피규어 사업, 의류사업, 그리고 컴퓨터 게임 사업은 과감하게 접었습니다. 부품은 65백개만 만들기로 했습니다. 서플라이 관리 비용이 줄었지요. 테마파크 레고랜드 사업은 사모펀드에 매각했습니다. (*현재 지분의 일부를 공동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무엇을 남길 것인가요? 그는 레고의 본질 '블럭놀이의 즐거움'에 집중했고 시대의 변화를 고객에게서 찾았습니다. '소비자와의 캠핑'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을 관찰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시리즈가 '닌자고'와 '레고프렌즈' 라인 입니다. 레고 좀 몰라도 닌자고와 레고프렌즈는 아실텐데요. 여자 아이들의 취향에 맞춘 레고프렌즈는 특히 일상에서의 인간관계, 구조물에서의 디테일에 신경을 더 썼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건물에 화장실이 있다는 것이죠. 🚽
또, 아이들만 캠핑에 오는 것은 아니지요? 레고는 이 때 큰 시장을 발견합니다. 바로 레고와 함께 성장해왔고, 지금은 돈을 벌고 있는 '어른이'들이었습니다. 레고에 관심 있는 어른들을 본격적으로 참여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레고 아이디어' 라는 사이트는 고객과 함께 레고를 개발합니다. (*현재 레고는 레고그룹에 소속된 디자이너 외 세계 각국의 팬 디자이너와 함께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레고가 인정하는 공인 작가도 전 세계 23명이 있고요, 한국인도 2명이 함께하고 있다고 합니다) 레고그룹 소속 디자이너 외에는 급여가 없는 그저 좋아서 하는 일.
[그래픽: Visual Capitalist]
세상 : 변화? 이제 시작이었어. 아직 덜 변했다고!
90년대의 비디오 게임 따위에 휘청거렸다고요?
아시다시피 비디오게임은 변화의 끝이 아니었죠. 온라인 시대가 온 것입니다.
온라인은 세상을 재편했습니다. 온라인 이전의 시대와 이후의 시대로 나누어버렸죠.
그런 시대에 1932년에 창업한 회사가 만든 플라스틱 블럭이 승부가 될까요?
PC게임을 넘어 온라인 게임, 유튜브, OTT ... 도파민 폭발하는 콘텐츠들을 거의 무료로 접할 수 있는데요? (*게다가 이들은 하고 나서 치우기도 간단해요!!)
역시나 2017년 레고의 매출은 전년대비 8%, 영업이익은 17% 감소합니다.
지난 위기처럼 당장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았지만
창고에는 재고가 쌓이고 어린이들은 컴퓨터나 핸드폰 앞으로 갔지요.
엄밀히 레고의 잘못은 아닙니다. 바로는 아니지만 서서히...
사양산업이라 그렇다, 제조업의 한계다라는 등의 이유로 역사 속으로 ..
... 아..ㄴ..ㄴ..ㅕ....ㅇ ....
[사진: toypro.com의 10294 타이타닉 세트. 18세 이상 사용자에게 권장되며, 1:200 비율로 1등석, 승무원실, 보일러실 등 타이타닉 실물을 구현했다. 9090 피스의 블럭으로 이루어지고 53인치(135cm)가 넘는 역대 가장 큰 레고 모델 중 하나라고 소개하고 있다.]
[Lego X MCLAREN : 레고는 342,817개의 부품을 8,344시간 동안 23명의 전문가들과 함께 McLaren P1을 1:1 스케일로 재현하여 실제 서킷에서 주행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 이 프로젝트를 통하여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를 전하고 레고 Technic 라인의 정체성을 강화하였다고 평가 받는다.]
어렵다고? 그럼 한 번 더 ➖ 빼기를 하지
이번 빼기의 주인공은 새로운 CEO 닐슨 크리스티안센이었습니다. (*성이 같아서 창업주 일가인 줄 알았습니다만 아닙니다. 전문 경영인이고, 창업주 일가는 90년대 3대 경영 이후 '참여하지 않지만 방관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그는 유명 컨설팅 회사 출신으로 회사 운영의 빼기를 본격적으로 시행했습니다.
먼저 취임 첫 날 직원 1400명을 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서 아무도 결정하거나 책임지지 않는 내부 회의를 빼버렸고,
KPI 가짓수도 대폭 빼버렸습니다. 진짜 중요한 일이 아니면 하지 말라는 것이었죠.
이런 것들을 빼고 그가 강조한 것은 속도였습니다. 새로운 전략은 일단 시작하여 작은 성공의 본보기를 보여 줄 때 함께 하는 사람들이 가능성을 믿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더 빠르게 모두 힘을 합쳐 일을 이룬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작은 기획으로 빠르게 시작하고 빨리 결정하라는 것입니다.
뺄 것 뺐으니 이제 더해야지요. 온라인 시대에 그는 의외로 오프라인 매장을 대대적으로 확장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은 레고를 파는 것에서 벗어나 만지고 체험할 수 잇는 공간이 되었지요. 생산 공장도 오히려 늘렸습니다. 기존 공장은 확장하고 베트남과 미국에 새 공장을 짓고 있어요. (트럼프가 관세 문제를 제기할 줄 알고 있었을까요?)
아니! 레고에게 변화가 필요했던 건 생산 공장이 없어서 힘들었던 게 아니었잖아요?
네. 레고는 시장을 보았습니다. 신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했거든요. 제품 수는 역대 최다인 800개가 넘었고 이 중 45%가 개발 1년 미만인 신제품입니다. 이런 신제품들을 누가 사주냐고요? 아까 잠깐 나왔지요? 바로 '어른이들'입니다. 🤑 레고는 적극적으로 18세 이상의 제품을 생산하며 타깃을 확대하였습니다. (*현재는 90개 이상의 성인용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해당 제품군의 매출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어른들과 손잡은 레고는 스케일이 커졌습니다. 다양한 마케팅 프로젝트를 하며 화제를 몰고 다녔고, 전문 게임 회사와 협업해 '레고 포트나이트' 라는 게임을 출시하면서 8700만명이 가상 블럭 세계에서 놀고 있습니다. 세트 당 수십 만 원짜리 고급 세트로 객단가가 높아진 것은 물론이고요. 이제 레고 블럭은 '부모님을 공격하는 덴마크 무기(!)'가 아니라 부모님에게도 하나의 취미 생활이 된 것입니다.
[챗GPT가 상상한 미래의 레고 / 그런 의미로 그린 이미지는 아니지만 미래의 레고는 눈이 안보이거나 팔이 없는 아이들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 ?? 뭘 하라는 건가요?
지금까지 살펴 본 레고의 혁신 방법은 '빠르고 강력한 확장' 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네? 빼기 ➖ 아니었냐고요?
아... 그것도 맞지요.
커지면 빼고, 빼고 나면 더하고 .
빼고 더하고.. 빼고 더하고 .. 👉👈..
현재 레고를 이끌고 있는, CEO 닐슨 크리스티안센은 '본질'을 보라고 이야기합니다.
레고의 본질은 '블럭 놀이의 즐거움'에 있다는 것입니다. 블럭과 상관없는 피규어, 의류 같은 것들을 버리고 남녀노소, 오프라인 매장, 온라인 상의 블럭 게임까지 남녀노소 모두 '블럭'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호의적이지 않나요?
경쟁사가 너무 강한가요?
레고에게 시장은 어땠을까요?
설립 90년이 넘고, 70년대에 특허 권리를 잃은 플라스틱 장난감 회사는 80년대 이후 줄곧 사양산업이었습니다.
우리가 Process Innovation 할 우리 업의 '본질'은 무엇인가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레고! 창업주의 이름이 어려운 것이 최대 흠이었던 이번 호였습니다.
출처가 명시되지 않은 이미지는 AI로 제작하였습니다. 자유롭게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2025년에는 Process Innovation의 중심에서 Quality Excellence를 외쳐보고자 합니다.
우리의 제품, 서비스, 관리 품질을 최고로 만들기 위해 함께 나누면 좋을 생각거리,
다른 회사의 흥망사 등을 제보, 기고 받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에디터 : 정상희 / normal@sj.co.kr / 02-2225-0609 (2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