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서 돌아보는
New Start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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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처럼 보이지만 배우가 아닙니다. 본인이 만든 제품을 시연하고 있는 과학자이자 기업가 '에드윈 랜드'입니다.
[사진: polaroid.com]
스티브 잡스, " 이 사람은 미국의 보배다"
"이 사람은 미국의 보배다"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마치 '신전에 가는 기분'이다."
애플의 공동창업자,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는 '에드윈 랜드'를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에드윈 랜드는 하버드 대학 물리학과 1학년 재학시절 이미 교내 세미나에서 강의를 요청 받을 만큼 완성형 기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기술에 대한 자신감으로 곧 대학을 중퇴하고 26세에 인공 편광판(synthetic light polarizer) 관련 기업을 설립하며 군용 3D 안경, 군용 고글, 3D 사격 훈련 기계 등을 개발하며 군수 산업 기업으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접이식 폴라로이드 랜드 95 : 현재도 골동품 소품샵에서 빈티지 소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작동은 되지만 필름이 단종되어 실사는 어렵다.
그래서 무슨 회사라고?
이 회사가 같은 기술로 유명해진 제품은 따로 있습니다.
인공편광판, 에드윈 랜드는 몰라도 이 제품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1943년 가족여행을 간 에드윈 랜드는 사진을 찍어 주던 딸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습니다.
"언제 볼 수 있어? 빨리 보고 싶은데 ..."
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군수용품이 아닌 새로운 시장에 목 말라 있던 에드윈 랜드는 이 말에 번쩍이는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본인이 개발한 인공편광판을 이용해서 '찍자 마자 볼 수 있는 사진을 만들 수 있겠다!'
네, 이 회사는 인스턴트 카메라의 대명사 '폴라로이드(Polaroid Co.)' 입니다.
전 세계 14억 명(*24년기준)이 사용 중인 SNS 채널 인스타그램(Instagram)은 'Instant Camera + Telegram' 의 합성어로 초기 앱 배너는 폴라로이드카메라 그대로였다.
인스타그램에서 정사각형으로 이미지가 업로드되는 것도 폴라로이드 카메라 인화지를 구현한 것이고, 보정도 폴라로이드의 색감을 차용했다. 폴라로이드 오마주 그 자체다.[사진: polaroid.com]
스테이플러=호치키스처럼 인스턴트카메라=폴라로이드
랜드는 딸의 질문 1시간만에 즉석사진을 위한 카메라, 필름, 화학물질에 대한 개념을 그렸습니다. 해당 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을 먼저 하고, 실제 상품화에는 5년이 걸렸습니다.
드디어 1948년, 첫 번째 인스턴트 카메라 '랜드95(land 95)'를 출시했습니다. 보스턴의 한 백화점에서 시연하기로 한 당일, 시연과 동시에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약 90달러(*1948년 당시 가격)의 고가에도 반나절 만에 매진되어 시연을 종료해야 했을 정도였습니다.
1948년까지 150만 달러가 안되던 폴라로이드사의 매출이 1978년 14억 달러로 늘었습니다. 30년 동안 약 1000배 가까이 성장한 셈입니다. 94년에는 23억 달러까지 매출이 증가했으니 '인스턴트카메라' 제품 하나로 엄청난 성장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스턴트카메라 = 폴라로이드' 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브랜드 이미지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제품은 70년대 트렌드세터들의 필수품이었습니다. 앤디 워홀은 폴라로이드를 들고 뉴욕 거리를 걸으며 만나는 사람마다 사진을 찍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미국 문화의 아이콘 앤디워홀과 폴라로이드
/ 미국적 기술+ 예술+ 철학으로 만들어진 폴라로이드
'테크노 이매지네이션'의 원조라고 평가 받는다.
[사진: NON LABEL/ nonlabe.co.kr]
힙스터라면, '폴라로이드 갬성' 정도는 있어야지요.
미국에는 기술을 기반으로 가전제품, 비행기 등 엄청난 제품을 만들었던 많은 회사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스티브 잡스는 유독 에드윈 랜드와 이 회사를 높이 평가했던 것일까요?
바로 에드윈 랜드의 경영 철학 때문이었습니다.
진정한 기업은 인문예술과 과학의 교차점에 존재한다.
이상적인 기업은 경영자와 상상가들로 구성된다.
사실이 예측한 것과 달라도 끌어 안아야 한다.
인문예술과 과학의 교차점에서 제품이 존재할 수 있도록, 상상가들이 구상한 제품이 단순히 물건이 아니라 시대의 아이콘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에드윈 랜드가 추구한 폴라로이드의 아이덴티티였습니다.
사실 폴라로이드는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 품질에 대한 자부심으로 전 생산 과정을 수직계열화하고 자체 생산해왔습니다. 품질로 문제될 일은 없었던 것이지요. 이 좋은 이미지에 완벽한 품질에도 폴라로이드는 2008년 최종 파산하였고, 현재는 네덜란드에 적을 둔 회사가 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폴라로이드를 '한 때'의 아이콘으로 만들었을까요?
이미 가진 것이 많으므로, 새로운 것은 사양합니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시대가 변해서'였습니다. 폴라로이드는 '편광판(Polarizer)' 의 원천 기술을 보유한 테크 기업으로 시작했습니다.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5살 이상이라면) 아무도 원하지 않았을 제품을 상상력의 힘으로 만들었습니다.
주 수입원이 '필름'이었고 카메라는 거들 뿐이었습니다. (*지금도 필름 60장 = 카메라 1대 정도의 가격입니다) 폴라로이드는 이 시장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지금의 아이폰 급으로 잘 나갔으니까요. 하지만 세상은 PC가 발전하며 디지털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습니다.
폴라로이드도 초기 디지털 카메라 개발에 R&D 비용의 40%를 투자했고, 충분히 런칭 할 만한 기술을 갖고 있었지만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원천 기술의 집약체이자 캐시카우인 인스턴트카메라 필름 시장을 버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코닥이 인스턴트카메라 시장에 진출했을 때, 원천 기술을 지키고자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두 회사의 특허 분쟁은 무려 16년이 걸렸고 이 소송은 폴라로이드를 이 기술에 더욱 집착하게 했습니다. (참고로 폴라로이드는 승소했지만, 다시 돌아온 세상에 필름 카메라의 자리는 없었고 두 기업은 나란히 파산하였습니다. 한편 코닥은 세계 최초 디지털 카메라 개발 회사입니다)
폴라로이드를 그 시절의 아이콘에 머무르게 한 것은 과거의 폴라로이드였습니다.
영화 마이너리티리포트에서는 미래의 범죄자를 미리 알고 범죄를 일으키기 전에 체포한다. 주인공 존 앤더튼은 장갑을 끼고 컴퓨터를 조작하고, 홍채로 개인 인증을 하며 홍채를 인식한 광고판은 맞춤형 광고를 보여준다.
파괴적 기술은 종종 시장조사가 아닌 기술과 상상력에서 나온다.
가장 전성기에 가장 멍청한 결정을 내리는 기업들
세계적인 경영학 구루 클레이든 M. 크리스텐슨 (한국이름: 구창선)은 '혁신 기업의 딜레마'에서 위와 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기술을 파괴적 기술과 존속적 기술로 나누었습니다. 파괴적 기술은 지금 시장이 없거나 매우 작으며, 고객의 니즈도 없지만 기술이 발전한 것이고, 존속적 기술은 기술도 이미 완성형이고, 시장도 크고 고객들이 원하는 것도 많아서 원래 기술을 더하거나, 제거하거나, 변형하는 등 우리가 흔히 발전이라고 하는 것을 말합니다.
파괴적 기술은 작은 시장, 작고 체계적이지 않은 조직, 전략과 계획보다 학습과 경험을 중시하는 곳에서 태어난다고 합니다. 그들은 다듬어 나갈 기본 기술이 없고 기술과 직관은 있지만 소비자를 잘 모르며 그럴 시간도 비용도 없기 때문입니다.
파괴적 기술로 성장한 폴라로이드는 이 기술에 취해서 다른 기술은 눈감았습니다. 폴라로이드 사무실에서 가장 꼭대기에 위치했던 연구소는 특정 몇 명의 사람들만 출입하며 보안을 유지했고 거기서 만들어진 기술도 세상으로 나오지 못했습니다.
반면 에드윈 랜드를 존경했던 스티브 잡스. 그가 랜드를 따르지 않은 점도 있습니다. 아이폰도 초기 개발에서는 아이팟 뒷면에 키패드를 붙이는 것으로 구상되었다고 합니다. 아이팟은 잡스가 심혈을 기울인 '기계 하나로 콘텐츠 구매까지 이루고자 한 애플 세계관'의 시작이었으니까요.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이팟의 틀을 버리고 핑거웍스라는 연구소 수준의 작은 회사를 인수하면서부터입니다. 터치 패드의 시작이었지요. 이 후, 안면인식, 위치기반의 지도, 날씨, 음원, 반도체, 시리(*아이폰의 인공지능 개인비서의 이름은 이 시스템을 개발한 회사 이름, Siri에서 따왔습니다. 생일은 10월 4일) 등 대부분의 현재 기술을 '파괴적 기술'을 가진 기업들을 인수하면서 얻고 있습니다.
바다를 건넜는데 배는 왜 메고 가나요?
어떤 나그네가 긴 여행 끝에 바닷가에 이르렀습니다. '바다 저 쪽은 평화로운 땅이니 그리 가야겠다.' 생각한 나그네는 뗏목을 만들어 바다를 건넜습니다. 바다를 무사히 건넌 나그네는 고마운 뗏목이니 메고 가야 겠습니까? 바다를 건너는 소임을 다했으니 다른 사람이 다시 쓸 수 있도록 두고 갈 길을 가야겠습니까?
불경의 사유경에서 집착에 대한 비유로 나오는 말입니다.
어느 때, 어느 곳에서 꼭 필요한 중요한 것이 있었더라도
시공을 초월한 중요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새로운 것을 잡으려면 지금 쥐고 있는 것을 놓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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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이
과거의 영광에서 온 유적은 아닙니까?
출처가 명시되지 않은 이미지는 AI로 제작하였습니다. 자유롭게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우리는 왜 많은 성공 스토리를 들으며 장점을 따라하려고만 할까요?
때로는 타산지석이 무엇보다 큰 가르침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해당 코너를 기획했습니다.
혹시 궁금한 기업이나, 타산지석으로 삼을 나누고 싶은 좋은 사례가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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