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서 돌아보는
New Start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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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는 어느 회사에서 만든 무슨 차일까요?
복고에 조금 관심있다면 90년대 이후 출생한 친구들도 이 차를 아실 것 같은데요, 이 차는 어느 회사에서 만든 무슨 차일까요?
정답! H사의 그랜저 1세대 a.k.a 각그랜저!!
네, 틀렸습니다.
이 차는 오늘 소개해드릴 이 회사가 만든 '데보네어' 입니다.
응? 각그랜저와 똑같이 생겼는데?
맞습니다. 그랜저 뿐만 아닙니다. H사의 원조 자동차 포니부터 90년대 SUV 붐을 일으킨 갤로퍼, 국내 최초 쿠페 스쿠프, 학원 승합차 모델 그레이스, 고급 세단 에쿠스(공동개발)까지... 이 모든 차량들이 사실은 이 회사의 차였습니다.
그래서 무슨 회사라고?
1870년 해운회사 쓰쿠모상회로 시작하여 2차 세계대전에 적극적 전범기업으로 근로정신대를 이용하여 성장하여 오늘날 일본 3대 재벌 그룹이 된 미쓰비시. 미쓰비시 그룹의 핵심 기업은 미쓰비시 중공업입니다.
오늘 소개할 기업은 미쓰비시 중공업 산하 자동차 사업부에서 시작하여 1960년부터 자동차를 만들어 왔으며, 1970년 독립하여 도요타를 이어 일본 자동차 시장의 M/S 2~3위를 차지하고, 국내 자동차 산업의 태동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미쓰비시 자동차입니다.
(상) 미쓰비시 파제로와 (하) 현대 코란도/ 엔진을 비롯한 기술 뿐만 아니라 외관도 거유사한 형태로 개발되었다.
나야... 미쓰비시...
국내 자동차 산업,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 H사의 자동차 기술은 미쓰비시 사를 통해 들어온 것은 역사적 사실입니다.
1967년 H사는 조립 판매에서 벗어나 자동차 생산을 하고 싶었습니다. 포드와 기술 협력을 도모했으나 잘 되지 않았고, 기술 제휴를 해줄 선진 기술을 가진 회사를 찾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미쓰비시에서 소형차 개발을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받았고, 차체와 엔진 변속기에 대한 기술을 얻어 마침에 1976년 1월 포니를 판매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그랜저, 갤로퍼, 싼타모는 미쓰비시 모델을 그대로 들여왔고, 엘란트라, 쏘나타는 미쓰비시 엔진을 활용하여 개발하였고 미쓰비시와의 인연은 에쿠스를 공동개발할 때까지 이어집니다. (* 국내 차 중 일부 차량의 주유구가 운전석 쪽에 있는 것은 운전석의 위치가 우리나라와 반대인 일본에서 개발한 차량을 들여와 운전석 위치를 바꾸며 엔진 위치와 주유 위치를 바꾸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주유구는 길 쪽으로 위치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일본은 차량이 좌측 통행을 함.)
일각에서는 당시 미쓰비시 자동차 회장이 스스로 '백제인'이라고 할 만큼 친한(親韓) 일본인이라 호의적으로 기술적으로 전해졌다는 세간의 이야기가 있기는 하지만 실제 핵심 기술, 최신 기술은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H사는 1988년 800억의 이익을 내고 450억을 미쓰비시에 로열티로 냈다고 하니, 미쓰비시가 호의만으로 기술 전수를 해준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미쓰비시는 '기술의 미쓰비시'라는 별명을 얻었고 모터스포츠에서도 주목을 받습니다. 1980년대 유럽차들의 독무대였던 모터스포츠, 특히 '월드랠리챔피언십 (WRC) 대회에서 미쓰비시 랜서가 우승하기도 하였습니다. 아시아에서 승용차, 상용차가 아닌 스포츠용 차량을 만든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시대였지요.
뭐? 이런 이유로 망한다고?
이 후, H사가 미쓰비시로부터 독립하고자 노력했던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던 스토리가 있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미쓰비시이므로 생략하겠습니다.
기술의 미쓰비시, 한국에 (*사실 말레이시아에도) 자동차 기술을 전해주던 미쓰비시자동차는 2016년 5월 최대주주가 닛산으로 바뀌며 2020년 유럽시장 철수 (*2021년 번복했으나 여전히 크게 성과가 없는 중), 2023년 중국시장에서 철수하였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진출과 철수를 거듭하며 2013년 최종 철수했습니다. 아무래도, H사와 유사한데 굳이 왜 미쓰비시를... )
미쓰비시는 1990년대 망하는 일본 기업의 전형을 따르고 있었습니다. 경영진들의 오만하고 나태한 경영이었지요. 기술 전수하며 로열티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으니 품질을 높이거나 신기술을 개발하는데 소홀했습니다. 그러나 미쓰비시를 1차 구렁텅이로 밀어 넣은 사건은 황당하게도 1996년 미국 일리노이주 미쓰비시 생산공장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이 미국에서 논란이 되자 미쓰비시는 '아시아의 성문화' 라며 일축했고 일부 피해자들을 보상하며 넘어가려했지만! 미국 EEOC (Equal Employment Opportunity Commission)는 700여 명의 피해자들을 위해 소송을 제기했고 미쓰비시는 뒤 늦게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3400만 달러(현재 기준 약 460억원)의 합의금을 내고 합의하였습니다.
당연히 미쓰비시의 미국 내 이미지는 바닥으로 추락했고 사건 이후 10년을 채우지 못하고 해당 공장을 접고 철수합니다. 미국에서 철수한 첫 일본 차라는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국내에서 '한자와 나오키'로 유명한 작가, 한자와 나오키도 직장 내 비리에 관한 이야기며, 이케이도 준은 실제 미쓰비시 은행 출신이며 주로 기업 비리에 관한 글을 쓴다
문제가 생겼다고? 일단 쉿!! 🤫
미국에서 치른 홍역은 미쓰비시에게는 그냥 운이 나빠 생긴 일이었나봅니다. 3400만 달러를 쓰고도 미쓰비시는 배운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불운'은 미국 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1998년에는 회사 차원에서 주주총회에서 의도적으로 실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총회꾼에서 6년간 정보를 넘겼다는 사실이 밝혀 졌습니다.
2000년에는 일본 운수성에 내부 신고자에 의해 제보가 접수됩니다. 미쓰비시가 리콜 관련 정보를 은폐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제보를 받은 운수성은 미쓰비시 자동차회사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했고 직원 라커룸에 있던 비밀장부를 찾아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2002년 입니다. 대형 트럭의 클러치 부분의 결함이 있었지만 미쓰비시는 이를 은폐했습니다. 해당 부분 파손으로 운전자 사망사고도 발생하였지만 결정적으로 전 국민적 공분을 산 사건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하늘을 나는 타이어' 사건.
요코하마에서 주행 중이던 미쓰비시 트럭의 바퀴가 빠졌습니다. 근처를 지나던 엄마와 아들들 중 엄마(29세)가 즉사하고 두 아들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난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소송 했고, 차체 결함은 사실로 드러났으며 다시 한 번 리콜 은폐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사건은 책, 영화, 드라마로 까지 제작되며 전 국민적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연비조작이 드러난 후 기자회견 중인 아이카와 데쓰로 미쓰비시 자동차 사장. 마스코 오사무 회장 겸 CEO와 아이카와 사장은 이 사건으로 사임했다. [일본 연합뉴스]
연달아 터지는 불운?
1990년대 말부터 2000년 대 터진 사고들은 단순히 운이 없어서 발생한 사고였을까요?
아닙니다.
2000년 리콜 은폐 사건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미쓰비시는 30년 간 차량 결함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운수성에 신고하고 리콜 절차를 밟지 않았습니다. 문제를 제기하는 일부 소비자들에게만 수리를 해주었습니다.
2002년 발생한 트럭 클러치는 이미 1996년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으나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해당 문제와 관련하여 37건이 사고가 보고되었으나 리콜하지 않기로 하였고, 그대로 두면 10년 내 (2004년~2005년 경) 이 문제로 인한 사고가 70~80건에 달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문제가 발견될 때만 수리해주기로 한 문서도 발견되었습니다.
이 상황에서도 미쓰비시 관계자들은 사고 직후 사내에서 수사당국의 조사에 어떻게 대응할지 회의를 열어, 허위보고하기로 방침을 정합니다. 이 사고로 7명의 간부가 체포되고 인력 감축, 임금 삭감, 퇴직 위로금 보류 등의 자구책을 마련하였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였습니다.
미쓰비시의 거짓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2016년은 자동차 업계에는 연비,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 등이 화두였습니다. 조작과 은폐에는 빠질 수 없었던 미쓰비시는 역시 일본 차량 최초로 연비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미쓰비시는 무려 26년 동안 담당 부서가 시험 결과를 조작했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 건으로 주가는 급락하고 회장 겸 CEO와 사장이 사임하였습니다.
사필귀정
도덕적 해이가 불러온 윤리적 문제, 장기간의 비리 은폐가 가져온 소비자들의 생명 위협. 당연하게 지켜져야 할 것들을 모른 척하면서 모든 문제는 시작되었습니다.
짧게는 수 년에서 길게는 수 십 년에 걸쳐 쉬쉬하고 넘어가고자 하였으나 결국에는 사필귀정하게 되었습니다. 실적을 만들어라 하면 실적을 만들고, 부정한 일은 숨겨라 하면 숨기기에 급급했습니다. 윗사람은 명령하고 아랫사람은 복종한다는 상명하복을 철저히 지키며 부정한 일에 눈 감은 결과 윤리경영 나쁜 사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회사가 되었습니다.
事必歸正
모든 일은 반드시 옳은 것으로 돌아온다는 뜻입니다.
사자성어는 중국 고사에서 유래되어 중국, 한국, 일본이 공통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 단어는 일본과 중국에서는 쓰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미쓰비시도 이 단어를 미리 알았더라면 이런 결과를 내지는 않았을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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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언젠가는 돌아올 옳은 길로 가고 있습니까?
출처가 명시되지 않은 이미지는 AI로 제작하였습니다. 자유롭게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우리는 왜 많은 성공 스토리를 들으며 장점을 따라하려고만 할까요?
때로는 타산지석이 무엇보다 큰 가르침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해당 코너를 기획했습니다.
혹시 궁금한 기업이나, 타산지석으로 삼을 나누고 싶은 좋은 사례가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normal@sj.co.kr / 02-2225-0609 (2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