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그림으로 사용된 일스테드의 편지읽는 여자

표지그림으로 사용된 일스테드 “편지읽는 여자”

오늘은 『메리에게 루이스가』 두번째 글입니다.

일단 이전 홍성사판의 표지는 마음에 안들었습니다. 어차피 그대로 쓰려고 해도 저자 사진 저작권 문제가 있었을 터이지만, 그 외에도 런던에서 보낸 편지는 없는 책에 런던 우체국 소인 들어간 것부터 시작해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너무 “루이스”에 초점이 맞춰지고 “편지”는 무시되는 것이 특히.

원서의 출판사인 Eerdmans 표지도 이전판을 본적이 있는데 루이스의 어느 사진이 들어간 것을 기억하고 있어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책을 만들면서 작업용도서를 받아보니, 현재 알맹4U표지에 사용한 그림이 있어서 쉽게 결정을 했습니다. 원서 제목을 직역하면 “어느 미국 여성에게 보내는 편지들”인데 왜 미국 여성에게 보내는 편지 모음집에 네들란드 여성이 들어간 그림을 쓰냐?는 항의가 있을까 좀 신경쓰이기는 했지만 표지가 예쁘면 큰 저항은 없으리라고 조심스럽게 판단했습니다.

우선 작품 정보는 이렇습니다.

화가: 페테르 일스테드(Peter Vilhelm Ilsted, 1861-1933)

제목: 햇빛드는 방에서 (편지) 읽는 여자(Solskin i stuen, med læsende kvinde)

연대 미상, 메조틴트, 공유 저작물.

 

슈테판 볼만의 『책읽는 여자는 위험하다』(웅진지식하우스, 2006)에 실린 설명을 보면, “갈색 톤의 따뜻한 색조, 억제된 빛, 방의 각을 부드럽게 만드는 둥그런 형태”가 있는 19세기풍의 벽장식용 그림을 그렸는데, 슬픈 분위기를 그림의 구석진 곳에 편지를 읽는 여성의 심정에 동참하고픈 마음이 들게 하는 그림이라고 설명하는군요. (208)

책을 읽는 서양화는 정말 많고, 편지 읽는 여성 그림도 적지 않지만 20세기의 적당한 연배의 여성 그림은 의외로 별로 없더군요. 그런데 이 그림은 실내장식이 별로 없어서 1950-6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책의 내용과도 어느 정도 부합할 수 있고, 네들란드의 강한 개혁교회적 패션분위기를 반영한 검정톤 옷이 마침 2번이나 남편을 잃은 여주 메리의 상태를 잘 보여주는 것으로 읽힐 수도 있어서 종합적으로는 잘 부합하는 탁월한 선택이라고 자평합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장담하건대, 이 책의 원서를 낸 Eerdmans 출판사가 네들란드 계열이라서 주저없이 이 그림을 선택해서 결국 그 영향을 알맹4U판에서 보는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2011년에 뉴욕시 MET 미술관에서 본 (https://www.metmuseum.org/exhibitions/listings/2011/rooms-with-a-view/photo-gallery) “전망있는 방들” (Rooms with a View: The Open Window in the 19th Century)이라는 특별전을 본 적이 있는데, 카스파 프리드리히를 비롯한 일련의 “유리창 화파”가 있었더군요. 그 전통의 연장선에서 이 그림을 보자면, 개인적으로는 햇빛이 비치는 유리창이 시안의 표지처럼 최종적으로 들어가지 못해서 많이 아쉽습니다. 언젠가 개정판을 낸다면 같은 그림을 사용하되 표지를 조금 바꿔서 만들고 싶을 겁니다. 신학적으로는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주님은 우리에게 희망의 햇빛을 주시는 것이라고 한다면 너무 많은 자의적 주석(eisegesis)일까요?

무튼 표지에 이 일스테드 그림을 씀으로써 이전 한국어판과 달리 편지를 받는 메리에게로 중심의 축을 옮기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고 그래서 바꾼 한국어 도서명과도 조화를 잘 이뤄 나름 잘 기획된 표지라고 자평합니다.

 

사진1: 책을 기획하다보면 표지 그림을 위해 다양한 도록이나 그림해설집이 필요하니 이런 책이 참고자료용으로 있으면 좋다. 불어판(원서는 독어판)은 순전히 표지가 예뻐서 읽지도 못하는 걸 샀다. 불어로 그림의 제목을 알 수 있어서 좋은 장점?은 있다.

사진2-4: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Thomas Benjamin Kennington의 편지읽는 여성의 그림이 딱이다. 물론 개취로 책의 표지를 함부로 쓰지 않는 자제력은 아직까지는 있다.

사진5: 디자인 의뢰하기 전에 만들어본 시안. 알맹e에서 표지에 목차를 넣듯이 표지에 뭔가 그런 느낌을 전하고 싶어서 샘플 편지를 하나 편집해서 만들어 넣어봤는데, 종이책을 내는 비아토르의 김도완 대표가 콧방귀도 뀌지 않아서 패스!

다음 글은 메리는 도대체 누구야!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짧게 소개해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불행한 시기를 지내는 한 가지 비결은, 병중에 있을 때처럼 그저 시간시간, 순간순간을 견뎌 내는 것입니다. 

현재가, 즉 바로 지금 이 순간이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울 때는 드무니까요." 

14/6/56 편지에서

 

이 책은 비아토르(종이책)와 알맹4U(알맹e의 임프린트; 전자책)의 콜라보로 만들었습니다.

종이책 및 전자책 구매 정보는 이 사이트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https://ggle.io/4B2y

이글의 파일명: 맹2 표지그림 일스테드 편지읽는 여성

#메리에게루이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