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의 글

발행인의 글

학문한다고 칩시다! 이상적인 환경이라면 기본적인 참고도서들 특히 사전들이 있어서 그 책들을 토대로 학문이 발전하는 그런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적어도 한국의 개신교 신학계는 제대로 된 그런 사전들이 전무합니다. 특히 용어 사전들은 더욱더 그러합니다. 신학이라는 것 자체가 이 땅에서 생긴 것이 아니니 주로 외국에서 들여오는 내용이 100% 한국어의 옷을 입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는데 어떠한 명확한 기준점이 없다는 것은 많은 문제를 야기합니다. 신학서를 집필하든 역자가 책을 번역하든 일반 영한사전과 인접 학문 용어들을 기웃거리며 시간과 에너지를 불필요하게 과도하게 허비하는 비생산성은 신학 발전의 큰 걸림돌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사사기 시대인 양 그때그때 선하게 보이는 용어를 골라서 사용하는 상황은 속히 종속되어야 한다고 믿기에, 어쩔 수 없이 또 이렇게 한 권의 용어 사전을 내놓습니다. 작은 부피로 인하여 무시하는 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성서학 연구를 위하여 조심스럽게 선정된 500여 개의 핵심 용어들은 전무한 것보다 낫다고 믿습니다. 일단 시작은 이렇게 합니다.

이렇게 해서 신행 사전이 한 권 더 나왔습니다. 이제 신행 사전 시리즈로 사전을 내기 시작한 지 몇 년이 흘렀고, 그 사이에 몇 권의 사전을 만들어 내면서 사전을 만드는 요령이 어느 정도 생겼다고 생각해야 할 때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사전을 본업이 아닌 부업으로 만들어내는 일은 정말 힘듭니다. 틈나는 대로 하던 본업을 제쳐 두고, 근 4년간 이 조그마한 사전을 만지작거렸습니다. 출장길에, 잠시의 휴가길에 틈나는 대로 들여다봤기에, 어느 순간 이 책의 교정본 원서를 데리고 다닌 도시만 대략 열거해도 뉴욕, 파리, 런던,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베네치아, 그랜드 래피즈,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DC, 유진(오리건), 교토(일본 불매 운동이 시작되기 전임!) 등이 됩니다.

이 책이 오래 걸린 또 다른 이유로는 한 때 성경 번역 선교사가 되려는 꿈을 가지고 학창 시절 성경 과목들을 열심히 공부하였던 애정과 열정이 마음속 한 구석에서 꿈틀댄 탓일 겁니다. 사전을 만드는 과정 중에 항목마다 내가 만났던 스승들이 떠올려지는 것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자리를 통해서 그들을 기념해보려고 합니다. (어차피 전자책이니 인쇄비용이 추가로 더 드는 것도 아니고, 맨 뒷부분에 넣어둘 예정이니 보기 싫으신 분들은 그냥 건너뛰시면 됩니다.)

독토파터가 될 뻔했던 더글러스 무 교수님과 샌더스의 갈라디아서 3:10 이해를 비판하는 논문을 쓰려다가 포기한 일(아이러니하게 지난 수년간은 샌더스 교수님과 오히려 더 많은 대화를 했다는). 채은하 교수님이 목발을 짚고 장신대에서 오래전 중간사(이제는 제2차 성전기라고 불러야 할!!!)과목을 가르쳐 주시던 모습. 유대교인이 신약과목을 가르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신 새라 탄저(Tanzer) 교수님. 탄저 교수님은 한번은 유대인 회당에도 데려가 주시고, 집에도 초대하셔서 안식일을 어떻게 지내는지도 보여주셔서 한국인으로서는 정말 소중한 체험을 하게 해주셨더랍니다.

성경 번역과 이론과 실제라는 제목으로 MDiv 논문을 지도해주시고 성서공회가 개방되기 전 자료실 한 칸에 공간도 제공해주신 민영진 교수님. 좋은 책은 100페이지 미만이라고 강조하시고, 또 책은 만져 보기만 해도 실력이라고 가르쳐 주신 김중은 교수님. 구약과 신약의 관계 박사과정 세미나로 논문의 방향을 잘 잡을 수 있게 도와주시고, 그리고 최근에는 나의 스승들 중에 마티 교수님과 함께 유일하게 표절 문제로 재판을 치르게 되었을 때 버리지 않고 끝까지 도와주시면서 진정한 학자이자 스승의 모범을 보여주신 D. A. 카슨 교수님.

항상 따뜻하게 대해주시고, 남부 발음으로 구수하게 가르쳐 주신 로버트 브롤리(Brawley) 교수님. 한 학기 로마서 수업 들었는데 머릿속에 남은 것은 -적(的), -적, -적뿐인 김지철 교수님. 구석방 과목에서 양식 비평으로 FOTL 시리즈를 활용해서 쓴 페이퍼를 극찬하셨던 장영일 교수님. (교수님 그 페이퍼 아마도 표절이 심했을 겁니다. 죄송!) 갈라디아서를 가르쳐 주신 한스(Hands가 아닌 Hans) 디터 베츠 교수님(언젠가 시카고대 캠퍼스에서 “Your English is not good enough!”하다고 하셨었는데, 지금은 맞춤법 검사기를 돌리니 “한 수 디 터베이츠”로 바로 잡으려고 하네요.). 인자한 미소로 학생들이 서로 물어뜯는 것을 음미하며 Q 수업을 진행하신 아델라 야르보르 콜린스 교수님. 배우고 싶었지만 항상 서로의 길이 엇갈려서 배우지는 못하고 오히려 본 발행인의 한국어 제자가 되어 버린 MMM 마가렛 미첼 교수님.

강의시간에 담배 뻑뻑 피워대면서 이사야서를 한 저자의 작품으로 보려면 설명을 길게 잘해오라면서 B-를 주신 요한나 보스 교수님. 항상 내 마음 속에는 신학교에서 첫 성경 과목으로 마가복음을 가르쳐주신 마티(Marion L. Soards). 마티 교수님은 성경 번역 선교사가 되려고 한 내가 결국 출판계에 종사하게 될 것을 누구보다도 가장 먼저 눈치채신(?) 분이기도 합니다. 어느 날 교수님이 본 발행인에게 “버리신” 1991년 Zondervan Academic Catalog는 미국 기독교 출판사의 세계에 눈을 뜨게 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 한국어판은 나의 많은 성경 선생님들을 대표하여 첫 성경 스승이자 이 길을 가게 한 예언자이자 이제는 친구인 당신에게 바칩니다.

이렇게 해서 한 권의 신행 사전이 또 나왔습니다. 이 사전을 2015년 기획했을 때에는 신학 용어 사전을 첫 번째로 내고, 그다음에는 이 사전을 내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 1번역자인 하늘샘에게 의뢰했을 때에는 일명 ‘바파유’(『바울과 팔레스타인 유대교』)가 그렇게 복잡하고 오래 걸릴지도 몰랐고, 자신의 도서에 표절 사실이 없다며 허위 사실로 인하여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생각한 B신학대 S교수의 민형사 소송으로 3년이란 시간이 걸리면서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날라갈지도 전혀 몰랐습니다(두 재판 모두 무죄로 끝났습니다). 원래는 단독 역자로 이 책이 나오기로 했지만, 아무래도 원서와 대조하면서 고치는 부분들이 많아졌고, 재번역을 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품을 들인 원고가 되어서 부득이 하늘샘 역자와 합의하여(여기에 어느 정도의 갑질이 작용했는지는 각자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공동 역자로 이름을 내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어쩔 수 없는 강제적인 공역 상황이 발생하면서 혜택을 조금이라도 보는 것은 독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30대의 풋풋한 젊은 세대가 선택하는 용어들이 버거운 경우도 더러 있지만, 분명 요즘은 저렇게 표현하는 게 더 맞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대로 둔 표현들이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겨우(?) 20년 정도밖에 나이 차이가 나지 않는데, 세상이 격하게 바뀌어 이제는 푸르스름한 천으로 된 큼직한 Synopsis (그리스어(헬라어)로 된 4 복음 대조서)를 한번도 본 적이 없어서 “개요”로 번역한 것을 보면서 젊은이 혼자서는 굉장히 버거운 작업이었을 것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출판해본 사람들은 다 압니다. 책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번역원고만 가지고 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 용어 사전을 만드는 데에도 많은 도움의 손길이 있었습니다.

임아름(알맹2 & 알맹e 직원) 님은 분명 저작권 에이전시에 취직했는데, 어쩌다 보니 출판사 직원까지 되어서 평생 들어보지도 못한 온갖 구약 위경과 신약 외경의 기괴한 책 이름 명단을 만들고, 비교하고, SBL 핸드북의 약어 목록을 비교하고 정리하고, 도서관에 가서 사해문서 번역본 4권을 대출해와서 주요 목록을 뽑아내는 작업을 엄청난 정밀도를 가지고 멋지게 수행해내셨습니다.

나명석(케리그마신학연구원) 간사님은 오래전부터 알맹e에서 나오는 사전만 나오면 무조건 오타들과 편집오류들을 제일 먼저 알려주셔서 이번에는 아예 선제적으로 입을 막아보려는 시도로 본서의 3교(제 3차이자 보통 출판계에서 하는 마지막 원고 검토 작업)를 맡겼는데, 평상시보다도 훨씬 더 많은 오류를 미리 잡아주셨습니다.

김한원(하늘샘 교회) 목사님은 언제나 페메로 호출해서 질문해대는 본 발행인을 무던히 견뎌 주셨습니다.

김지호(도서출판 100) 대표님은 늘 그렇듯이 알맹e의 이 책도 2교 작업과 epub파일 전환하는 작업을 맡아주셨습니다. 사전이라 상호 참조를 위한 태깅 작업 등 쉽지 않은 일인데, 늘 어떻게 하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영욱(감은사) 대표님은 구약 위경 목록을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데, 결국 절대적인 도움을 주셨습니다.

지난 수년간 늘 그렇듯이 페이스북에는 알맹e의 친구들이 많습니다. 모르는 것을 질문하면 알려주시고, 검토도 해주시고, 설문조사에도 응해주시고, 홍보도 해주시고, 격려도 해주시고. 당신들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알맹e와 같은 출판사 모델은 지속 불가능이었겠죠. “페친” 여러분! 이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를 표합니다.

끝으로, 이 책을 만드는 데는 여러 교수님을 비롯한 성서학 정확하게는 구약학과 신약학 전공자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친구 이성하를 통해서 알게된 기민석 교수님, 유학을 같이한 길성남 교수님, 신대원 시절 같이 학교에 다닌 김근주 교수님, 김진명 교수님, 언제나 모르는 것이 있으면 툭툭 물어보면 언제나 과할 정도로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개인 가정교사 같은 김선용 교수님, 항상 존함만 들었던 류호준 교수님, 그리고 미국에서 박사 논문을 쓰고 있는 정동현 예비 박사님. 여기 나열한 감수자들은 표제어 감수를 부탁드렸는데, 심지어 어떤 분은 의뢰하지 않은 본문 감수까지도 부분마다 해주시고, 애정과 시간을 쏟아 주셨습니다.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오랜 경륜이 엿보였고, 또 젊은 신진학자들은 최신의 이론까지도 잘 반영되도록 굉장히 정성 들여 원고를 감수해 주셔서 이 사전의 완성도와 질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려 주셨습니다.

진짜 finally! 많은 분이 본 용어 사전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시고, 여러 모양으로 참여했지만, 본 발행인이 번역 원고를 매만지고, 편집하고, 발행했으니, 혹시라도 여전히 내용 상의 문제가 발견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본 발행인에게 있음을 명확히 밝혀둡니다.

샬롬!

2019년 8월 23일

맹호성

http://bit.ly/2PdGO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