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라 개인전 《동시재생 바람》
“이번 전시는 경계 위에서 시간이 엉킨 세계관을 구축하는 과정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려는 시도이다. 이러한 비선형적 세계관은 전시 제목인 《동시재생 바람》과도 일맥상통한다.
전시는 동시에 재생되기를 바라는 과거와 현재의 결합이며, 인쇄된 한 장의 종이처럼 여러 시간이 겹쳐지는 장면을 구성한다. 제목 속 ‘바람’은 바람(Wind)의 방향일 수도 있고, 무언가를 바라는 바람(ねがい, Wish)의 마음일 수도 있다.
이러한 시도 속에서 전시는 ‘한국–센다이–익산’을 오가는 과정에서 마주한 존재들을 담아낸다. 가족들, 사라진 사람, 기획자 콘노 유키, 7년 만에 다시 바라본 센다이의 산, 사라진 집, 또 다른 이시이 히로코 등이 그 장면을 채운다. 여기에 가장 가까운 타인이기도 한 가족(남동생)의 소리도 함께한다. 전시는 바깥에 있다고 여겨 가장 멀다고 생각했던 사람들과, 가장 가까이에 있다고 믿었던 존재들을 하나의 장면 안에 포착한다.
이는 거리의 문제이자, 여행과 관계 속에서 과거와 현재를 유동적으로 그려내려는 시도이다. 그로 인해 미래는 과거로 돌아가거나 현재에 머무르거나, 혹은 방향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무궁한 가능성을 품게 된다.
이 전시가 타문화 간의 경계에서 새로운 주체성이 생성되는 과정의 일부로 읽히기를 바란다. 세계가 우리만의 것이 아니듯, 이 전시 또한 작가만의 것이 아니라는 전제 아래 오히려 타인의 흔적이 더욱 선명히 드러나기를 바라며 이 짧은 글을 마무리한다.”
글: 김유라
기간: 2025.11.29.–12.14., 13:00–18:00 (월요일 휴관)
장소: 쉬 shhh (인천 중구 제물량로 166번길 5, 2층)
기획|콘노유키
전시장 내 서문|콘노유키|
디자인|변혜은
전시 음악|김아이
설치 도움 · 구조물|권희준
작가 소개
김유라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작가로, 타문화 간 경계에서 발생하는 간극과 스파크에 주목하며 이를 유형화하는 작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정보와 기억을 바탕으로 시각적 언어를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으며, 최근 《유랑하는 동상》(인천아트플랫폼 B1, 2024)을 전시했다.
후원|인천광역시, 인천문화재단
본 전시는 인천광역시와 (재)인천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2025 청년예술인창작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개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