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필 《전염병 돌 때 살찌는 체질》

《전염병 돌 때 살찌는 체질》에서 정지필 작가는 전시 공간을 이미지 생산 공간, 즉 사진관(photoshop)으로 변용한다. 우선 ‘태양이 더 뜨겁거나 차가웠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된 <더 뜨거운 태양, 스펙트라> 연작은 본 전시에서 스펙트라 사진관으로 확장된다. 다음으로 신작 <Green Sensitive>는 8x10인치 대형 카메라와 X-ray필름(Green Sensitive)을 사용하여 화학적 반응을 통해 동시대 인물의 초상 아카이브를 축적해 나가는 프로젝트이다. 전시 방문자는 직접 자화상을 촬영하고 암실에서 화학적 인화-현상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이미지 센서에 포착된 상(image)은 터치 한 번에 복잡한 수학적 알고리즘을 거쳐 정교하게 디지털화되고 네트워크화된 플랫폼들을 통해 실시간 유통된다. 반면에 암실에서 필름 위 화학 반응에 의해 느리게 드러나는 인물 초상을 한장 한장 손으로 건져내는 행위는 이미지를 통한 인간에 대한 사유의 빛이 희미함을 체감하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전염병 돌 때 살찌는 체질》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필름 이미지 창작 워크숍 <전염병 끝날 즈음에>이 진행된다. 

전시: 2022년 10월 22일-11월 5일 (월요일 휴관, 사전예약필수)
필름 창작 워크샵: 10월 23일(일) 3시-6시/11월 4일(금) 오후 3시-6시 (진행: 정지필)
장소: 쉬(shhh), 인천 중구 제물량로166번길 5, 2층
주관: 쉬(shhh)
지원: 인천문화재단 예술인 창작공간 지원

“사진학과에 진학하고 사진 현상 인화를 하는 암실 작업을 배울 때, 나는 이런 작업이 나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일정한 온도, 일정한 시간, 일정한 방식으로 일정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하는 훈련을 기계처럼 반복하는 게 싫었다. 대학 2학년 때 아르바이트를 위해 당시 흔하지 않던 디지털카메라를 처음 다루기 시작했다. 즉각적인 결과물을 일정하게 얻을 수는 디지털 카메라는 곧 삶의 일부, 신체의 연장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 사진 교육을 하는 일을 주기적으로 하게 되었다. 내가 사진을 배우기 시작한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당시에는 종이에 화학적으로 인화된 사진이 가장 일반적인 사진이었지만 지금은 전자기기 화면에서 공유되는 이미지가 가장 일반적인 사진이다. 그럼에도 사진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는 여전히 화학식 암실 작업이 도움이 될 것 같아 암실 수업을 하기 시작했다.

사진의 광학적 이해를 위한 첫 단계는 카메라 옵스큐라(작은 구멍 뚫린 어두운 상자)를 만드는 것이다. 그 안에 광감재(빛에 반응하는 재료)를 넣고 사진을 찍어 인화하는 식이다. 나는 완전한 암흑에서 다루어야 하는 필름 대신 붉은 조명 아래 시야 확보가 가능한 인화지를 넣고 촬영과 인화를 진행하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화지 네거티브(음영이 반전된 필름)를 새 인화지 위에 올려놓고 빛에 노출하여 약품 처리하면 밀착 인화가 된다. 원래는 충분히 건조시킨 다음 밀착을 해야 하는데 소요되는 시간 문제나 일종의 호기심으로 젖은 상태의 네거티브를 사용해 보았다.

결과물은 놀라웠다. 촬영된 풍경에 예상치 못한 무늬와 형태들이 함께 인화되어 있었다. 인화지의 표면에 남은 액체가 빛을 산란시켜 그런 것일까, 생각지도 못했던 방식에서 의외의 효과를 보았다. 예전 같으면 망쳤다고 판단했을 일이 새로운 표현기법처럼 느껴졌다. 암실 작업에 대한 선입견으로부터 해방되었다는 느낌이었다. 예측 가능한 결과물이 즉각적으로 생산되는 디지털 이미징 시대에 살고 있지만, 화학적 이미징 작업까지 기술적으로 완벽하고 기계적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전혀 관심 두지 않았던 고전적인 장비들과 새로운 방식의 조합을 찾아 작업해오고 있다.

현재가 된 과거의 미래는 내가 상상했던 것과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한편으로 전혀 다르다고도 볼 수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는 동안 하루하루가 특별하게 느껴지면서 몰랐던 내 취향과 방향을 찾게 된다. 전염병 돌 때 살찌는 체질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처럼…”

-정지필 작가노트 중

정지필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에서 공부했다. 《스펙트라》(2020, 갤러리 Laab, 서울), 《더 뜨거운 태양》(2019, 스페이스 바, 서울), 《A World unto Itself》(2018, 갤러리 이리툼, 동경), 《엄마》(2018, 갤러리 &, 서울), 《태양의 자화상》(2017, 갤러리 175, 서울), 《이순신 장군들》(2017, 스페이스 옵트, 서울) 등 10여 회의 개인전을 열고 30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전시작품

<Green Sensitive>(2022)
X-ray필름과 8 x10 인치 대형카메라, 스트로보 조명을 사용하여 전시 현장에서 즉석으로 인물 사진의 촬영, 현상, 인화가 이루어진다. 결과물이 누적되는 구조의 작품이다.   

<스펙트라> (2022)
태양의 온도가 지금과 다르다면, 또는 온도가 다른 태양이 지구 근접한 거리에 다수였다면 어땠을까? 작품은 이 같은 상황을 가정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만의 색(빛)을 가지고 있다. 인물을 분광기로 관찰하면 각자의 독특한 스펙트럼을 발견할 수 있다. <스펙트라>는 이 개념을 바탕으로 각기 다른 속도로 색이 변하는 조명 기구를 이용하여 인물을 연속 촬영하는 사진 작품이다. 작품은 빛이 섞여 만들어 내는 우연적인(필연적이라 할 수도 있는) 색과 개성 있는 인물의 조합을 통해 다양한 색을 가진 인간상을 표현한다.

전시 연계 워크숍 <전염병 끝날 즈음에>
8 x 10인치 카메라와 X-ray 필름, 스트로보 조명을 사용하여 인물 촬영과 암실 현상 과정을 시연한다. 참가자는 화학 반응을 통한 이미지 생산 과정을 체험함으로써 마치 팬데믹처럼 일상에 확산한 디지털 이미지 문화에 대한 비평적 탐구를 시도한다.

일자: 10월 23일(일) 3시-6시/11월 4일(금) 오후 3시-6시 (2회, 진행: 정지필)
참여자: 최대 10인
참가비: 1만원 (필름 및 현상액 제공)
*현상 인화된 사진은 우편으로 추후 참여자 주소로 발송됩니다. 


Jipil Jung, Gaining Weight During Epidemics

Jipil Jung, a photographer based in Seoul, Korea, transforms the shhh exhibition space into an image production zone or a photoshop in his solo exhibition Gaining Weight During Epidemics. Green Sensitive accumulates an archive of portraits of individual by an 8x10 inch large-format camera and X-ray film known as ‘green sensitive.’ This project allows visitors to take a self-portrait by the historic camera and experience the chemical based image making process. In addition to the new piece, Spectra initiated with the question of ​​'what if the sun was hotter or colder', is expanded to the Spectra photo studio project, which also allows audiences to produce their own self portrait in a special space with a fluid color temperature, which is completely different from the norm of the Earth.

Certainly, we live in an era of digital images that are circulated in real time through networked platforms; by the way, why is it necessary to manually produce the portraits of the man by the chemical reaction on the film surface in the darkroom today, which is much slower than by a digital capture and scan? This inefficient act is not just to produce images to be consumed, but to create time to think with human images in the dark.

Exhibition: October 22 - November 5, 2022 (Closed on Mondays, Advance reservation required)
Workshop: October 23 (Sun) 3-6 pm / November 4 (Fri) 3-6 pm
Location: shhh, 2nd floor, 5, Jemulryang-ro 166beon-gil, Jung-gu, Incheon
Organized by: shhh
Supported by Incheon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