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혜 《아들의 시간 1/2》

《아들의 시간 1/2》은 사회적 갈등이 ‘작은 마음 씀’을 통해 얼마나, 어떻게 봉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으로부터 시작된 작업이다. 각종 서비스와 시스템이 인간사의 사소한 영역까지 대체하고 있는 비대면 시대에 우리는 회피 또는 고립의 자유를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택한 적 없는 관계, 기필코 마주할 수밖에 없는 가족에 대해서만큼은 다른 상식에서의 포용력이 발현된다. 나는 좁혀지지 않을 차이를 알면서도 내심 같은 마음이기를 기대하는, 무르거나 끊어낼 수 없는 질척한 관계 속 모순된 감정의 담금질이 어리석고 같은 실수와 후회로 점철된 역사를 지속 가능케 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했다.

본 작업을 위해 나는 현대 도시의 질서 가장자리에 위치하여 삶의 불편함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지역을 방문, 관찰했다. 눈앞의 사태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처리해야 한다는 말을 달리하면 어떻게든 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주도적으로 삶을 쟁취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면 개인의 취향과 가치관을 드러내는데 더 적극적일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이 리서치는 지역성을 규정하기보다 가까이 있어 더욱 잘 드러나는 인간 본성에 집중했다. 관계의 거리만큼 깊어진 오해의 골짜기에 나름의 방식으로 뿌려놓은 배려와 염려의 표현을 발견하고 재조합하는 작업이 <아들의 시간> 2부작 중 첫 번째다.

글: 박지혜

기획/편집: 박지혜
글: 박지혜, 김미정
사진: 박지혜, 정지필
판형: 128*182mm
분량: 78쪽
ISBN: 979-11-981362-0-6
발행인: 쉬
후원: 인천광역시, 인천문화재단
배송: 도서 배송 예약
* 《아들의 시간 1/2》 도서는 작가가 수공 방식으로 직접 제작한 한정본입니다.

박지혜
박지혜는 입체, 설치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시각예술가다. 암묵적 합의를 매개로 하는 사회의 질서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해온 그는 우리가 최선이라고 믿는 가치 기준에 꾸준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박지혜는 실패를 줄이는 효율적인 예술 생산을 탐구하며 형식, 규격, 단위로 구분되는 공산품, 디자인, 생활양식을 작품에 차용한다. 2015년에 발간한 예술노동 가이드북 『실전작업요가』를 비롯하여 2018년 소설 『표준의 탄생』까지 길고 짧은 글을 생산하고 있으며,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작업 영역을 확대하는 중이다. 《증발》(쉬, 2021), 《영광의 상처를 찾아》(송은아트큐브, 2019), 《평범한 실패》(갤러리조선, 2018) 등의 개인전과 《Summer Love》(송은, 2022), 《미술원, 우리와 우리 사이》(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2021), 《텍스트, 콘텍스트가 되다》(의정부미술도서관, 2020), 《MINUS HOURS》(우민아트센터, 2019) 등 다수의 기획,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2016년 양주시립미술창작스튜디오 777레지던시에 입주 작가로 활동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