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경 어느 장면


<어느 장면 A Scene>은 도스토옙스키 소설<죄와 벌>을 바탕으로 한 연극의 배역을 맡은 두 연극배우가 극장에서 연습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원작 소설 속 무신론자 라스콜니코프는 ‘비범한 인간에게는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초인 사상에 심취한 대학생이다. 그는 악질적으로 고리대금업을 하는 전당포 노파 알료나를 살해하고 그녀가 축적한 돈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 자신의 믿음을 실행으로 옮기기로 결심한다. 라스콜니코프는 자신의 계획에 따라 심판자로서 도끼로 노파를 살해하고 자신이 세운 정의를 실현하고자 한다. 하지만 노파 살해 직후, 그녀의 백치 여동생 리자베타가 사건을 목격하게 되고, 청년은 노파에게 평생 학대받고 살아온 그녀마저 우발적으로 도끼로 내리쳐 살인을 하게 된다. 


<어느 장면 A Scene>은 두 연극배우가 이 이중(二重) 살해를 하는 인물의 죄를 어떻게 해석하고 무대에서 재현해 낼 것인지를 두고 서로 대립하는 과정을 동일 장면의 반복적 변주로 보여주는 구조로 되어 있다. 중세 종교 화가는 형이상학적 윤리 개념인 악을 훈련된 시각과 손으로 스케치 선을 반복적으로 덧칠해가며 이상적으로 재현하는 방법을 찾아 나갔다. 마치 화가처럼, 두 배우는 동작과 감정을 다듬어 나가며 인신(人神)적 이상과 살인으로 표출된 극단적 파괴 충동의 양극단 사이 분열되어 가는 인간의 모습을 육화(肉化)하는 시도를 반복한다. 반복된 연습 과정에서 두 배우는 거울처럼 서로의 모습을 대면하게 되며, 죄 지은 인간 재현의 불가능성을 감지하나, 장면 연습을 멈추지 않고 지속해 나간다. 


상영 스케쥴 (러닝타임: 총50분)

2021년 11월 20일-21일

11:00 / 12:00 / 13:00 / 14:00 / 15:00 / 16:00 / 17:00

2021년 11월 22일-12월 5일

토, 일 17:00 / 18:00


상영 장소

영상 예술 연구/창작 공간 쉬(shhh)

인천 중구 신생동 2-11, 2층


연출: 정재경 

출연: 김은우, 이서한 

음악: 날씨

촬영: 정재경, 최윤석

편집: 정재경

소품: 생활의 지혜
사진: 정지필

협력: 신촌극장

지원: 인천문화재단


작가 소개

정재경은 도시 일상속 윤리적으로 옳고, 그름을 명백하게 판단 내리기 어려운 지점을 추적하고, 이를 무빙 이미지와 아카이브 형식 안에서 드러내는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사회적 질서의 언어 안에서 무질서가 드러나고 혼돈 안에서 이성적 사유가 발화되는, 즉 이성과 광기가 분별되지 않고 서로 끊임 없이 동요되는 지점에 대한 탐구를 통해 우리 시대의 규범과 그 안에 부재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지속해 오고 있다. 참여 전시로는 23회 브르노 국제디자인비엔날레》 (모라비아 갤러리, 브르노, 체코, 2008), Public Space? Lost & Found (MIT 미디어 랩, 보스턴, 미국, 2014),  미술원, 우리와 우리 사이(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청주, 2021), 경계에서의 신호(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 서울, 2021) 등이 있다. 최근 개인전 코스모그라피아 (서울로미디어캔버스, 서울, 2019) , 도깨비터 (신촌극장, 2020),  어느 장면 (신촌극장, 2021)을 진행하고, 서울시-문체부 공공예술프로젝트 Reflect Project(2021-24)를 총 감독하였다. 영상예술 연구, 창작공간 쉬(shhh)를 설립하고 전시, 스크리닝,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MMCA 정부미술은행,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개관예정)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