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예기치 못한 장면들 Unforeseen Scenes》


인간의 무덤을 만드는 행위는 대상의 죽음을 기리는 의식과 동시에 언제든지 추억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것이다. 육신은 땅 밑에 묻혀있지만, 의식은 안치되어 평온한 삶을 이어가리라 믿어지는 장소이다. 그렇다면 데이터는 죽어서 어디로 가는가? 삭제된 파일과 정보는 숫자 0에 수 만번 덧씌워져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외장하드에 저장된 파일들은 작은 외부 충격에도 쉽게 유실되곤 하지만 복구가 가능하기도 하다. 이런 과정이 데이터의 죽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데이터는 잠시 숨어있을 곳과 노출될 시스템이 필요할 뿐인지도 모른다. 


기상청의 날씨, 오염도, 출생과 사망률, 보도 이미지, 사진 메타 정보 등 우리 주변에 부유하는 표상 이미지가 실체(​​substance)를 대변한다. 과거 신화와 설화의 자리는 이러한 가벼운 이미지들로 대체된 것이다. 사람들은 실제 접하지 않은 것에도 불구하고 숨겨진 정보들을 추적하고 캐내어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길 즐긴다. 유실되거나 잊혀진 기억들은 이 같은 상상을 거쳐 다시 소생된다. 예를 들면, 연관 관계없는 몇 장의 사진으로 완벽한 로맨스가 쓰이기도 하고, 느슨한 몇 가지 단서가 우연히 만나 견고한 정치적 견해가 생산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 통계보다 공포를 신뢰하는 사람들을 자주 목격한다. 뜬 소문과 상상이 만나 맹신과 의심을 확산하며 견고한 데이터의 신화가 쓰이는 시대에서, 데이터는 드라마화된 사회를 위한 시나리오의 재료가 되고 세계는 이를 위한 미디어가 된다. 아마도 사라지지 않을 데이터는 기억에서 잊혀져 소외되다가도 미디어가 생산한 드라마를 통해 소생을 반복할 것이다. 《예기치 못한 장면들 Unforeseen Scenes》에서는 이렇게 느슨한 이야기가 만들어 낸 현상에 주목한다. 


일자: 2022년 4월 29일(금)-5월 8일(일) (월요일 휴관)

장소: 쉬(shhh), 인천 중구 신생동 2-11, 2층

전시설치: 생활의 지혜

주관: 쉬(shhh)

지원: 인천문화재단


전시 작품

<#00FF00>, 2022, 싱글채널, 스테레오 사운드, 3분 20초

<무착륙비행>, 2022, 싱글채널, 스테레오 사운드, 3분 45초

<Rocking rounds>, 2020, 싱글채널, 스테레오 사운드, 5분 37초

<VDO room>, 2017, 싱글채널, 무음, 루프


작가 소개

김소영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들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정의되지 않은 몸(body)과 사회적 프레임의 관계를 탐색한다. 이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읽혀지는 코드를 해체하고 특정 이미지가 가진 질감과 추상적 이미지에 주목하여 기존의 읽기 방식에 균열을 시도한다. 초치기 Tchochiki> 2019, 아무도 안계시는데요 Sorry, no one’s home 2018,  미스터리 루트 위 통나무 2018, MICA International Film Festival SEEK 2017, cross co-ordinates 2017, 낯선밤_두번째> 2016 등 전시 및 스크리닝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