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의 예

우리 팀에는 플레이어가 네 명 있습니다. 아이작(도적 오마르), 벤(전사 브리안느), 에이미(사냥꾼 노라), 댄(마법사 라스)입니다. 나는 마스터를 맡고 있습니다. 주인공 일행은 값비싸고 희귀한 하얀 악어를 의식의 제물로 쓰려는 고블린 부족과 싸우게 되었습니다. (하얀 악어는 도시의 부유층에게 애완동물로 인기입니다.)

마약 증기를 마시고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고블린 전사가 셋, 브리안느를 향해 악을 쓰며 달려듭니다. 둘은 엄폐물 뒤에 숨어서 활을 꺼내들고 라스를 향해 겨눕니다. 나머지 셋은 방 가장자리의 그늘 속에 숨어 암습을 준비합니다. 고블린 대사제와 조수는 의식을 계속합니다. 악어를 뒤집어 놓고 배를 쓰다듬어서 얌전하게 만드는 동시에, 제사용 단도를 꺼내 악어의 목을 찌를 준비를 합니다.

이 상황을 설명한 뒤, 나는 항상 그렇듯 “그래서 어떻게 하나요?” 하는 질문으로 끝맺습니다. 플레이를 독백이 아닌 대화로 만들기 위해, 플레이어들에게 뭔가를 할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아이작이 제일 먼저 나섭니다. “방 가장자리가 숨을 수 있을 정도로 어두운가요?” 나는 대답합니다. “네. 고블린들은 조명을 별로 신경 안 쓰는 것 같아요. 방의 가장자리는 오래된 벽과 무너진 돌더미와 어둠이 섞여서 구별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아이작이 말합니다. “좋네요! 저는 고블린들이 숨은 그 쪽으로 갈게요. 오마르는 어깨 너머를 흘끗 보더니, 후드를 뒤집어쓰고 그림자 속으로 몸을 숨깁니다. 그리고 그 길로 제단에 다가가서, 제단 곁의 횃불 근처에서 튀어나옵니다.”

나는 지도를 보고 말합니다. “그 와중에 들킬 위험이 있어 보이네요. 이건 위험 돌파라고 해야겠어요. 몰래 조심스럽게 이동하는 거니까, 제가 보기는 +민이네요.” 아이작은 주사위를 집어들고 굴립니다. 주사위에 각각 1과 2가 나옵니다. +민은 +2이니, 합해서 5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게 뭐야!” 아이작이 외칩니다.

나는 오마르가 어둠 속을 걷다가 발이 돌 틈에 끼는 것으로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입 밖에 꺼내기 전에 마스터 액션 목록을 확인해 봅니다. “누군가를 곤경에 빠뜨린다”에 딱 들어맞습니다. “오마르는 어둠 속을 슬그머니 지나가다가 무너진 돌을 밟습니다. 그런데 그 돌이 미끄러지면서 발이 돌 틈에 빨려 들어가듯 낍니다. 게다가 그 통에 그림자 저쪽에 있던 뭔가가 잠에서 깬 것 같습니다. 쉰 숨소리가 들리네요. 어떻게 하나요? 도와달라고 소리를 쳐도 되고, 스스로 발을 빼내려고 해도 되지만, 어느 쪽도 위치는 발각이 될 거예요.”

“음, 잘 모르겠어요.”

“괜찮아요. 좀 있다 오마르한테로 돌아오죠. 다른 분들은 뭘 하시나요?”

댄이 손을 듭니다. “그림자 속으로 숨었다는 고블린들, 저한테 보이나요?” “라스한테 바로는 보이지 않아요. 신경 써서 찾아 보나요?” “아뇨. 그냥 수면 주문을 거는 데 참고하려고요. 마법의 바람을 포근한 봄날의 산들바람처럼 만들어, 방을 채웁니다.”

댄이 수면 주문을 거는 판정을 합니다. 주사위 둘의 합은 6이고, 여기에 +지로 2가 더 붙어서 8이 됩니다. 선택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주문의 힘이 제대로 일어나지를 않습니다. 고블린들의 제물 의식 때문에 마법의 바람이 얼마 남지 않아서 그래요. 이 액션에 선택지가 몇 개 있지요? 하나 고르세요. 그게 주문을 일으키는 대가입니다.”

댄이 생각에 잠깁니다. “잠을 더 재워야 할지도 모르니까 주문을 잊는 건 안 되고 . . . 혹시 제가 곤경에 빠지면 브리안느가 도와줄 수 있나요? 아니면 그냥 계속 -1 받는 걸로 하고요.”

“물론 도와줄 수 있죠.” 벤이 대답합니다.

“그럼 위험 상황쪽으로 택할게요.”

내가 말합니다. “좋아요. 고블린들이 들이마신 마약 증기 있죠? 그게 고블린들의 감각을 강화하는 역할도 합니다. 마법의 바람이 움직이는 것을 느끼고, 브리안느가 아니라 라스에게 달려듭니다. 고블린을 몇이나 재우나요?”

댄이 주사위를 굴립니다. “애걔, 하나 밖에 못 재웠네요.”

“대사제가 고블린말로 뭔가 길게 길게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픽하고 쓰러집니다. 조수가 즉시 흔들어 깨우려고 하지만, 그 바람에 악어에 신경을 못 쓰게 됩니다. 배를 쓰다듬어 주는 사람이 없어지자 악어가 갑자기 눈을 번쩍 뜹니다. 그건 그렇고, 증기 마신 고블린들은 라스한테 바로 달려오고 있어요.”

벤이 끼어듭니다. “라스 앞을 가로막고 고블린들을 상대합니다. 고함을 질러서 이쪽으로 주의를 끌게요.”

“방어지요?” “네 . . . 7 나왔네요. 예비 1 받습니다.”

“좋아요. 고블린 셋이 미친 듯이 단검을 휘두르며 라스를 덮칩니다.”

“예비를 써서 공격을 저한테로 돌릴게요.”

“네. 브리안느가 끼어들어서 라스를 밀어내고 고블린의 공격을 받습니다. 피해는 5점이네요. 자, 노라? 지금 상황이 이래요. 브리안느에게는 광기에 휩싸인 고블린 셋이 달라 붙었습니다. 라스는 방금 대사제를 재웠고, 악어는 깨어나고 있고, 오마르는 어디 있는지 모르곘어요. 노라는 어떻게 하나요?”

“활 든 고블린 하나를 겨눕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여서 칸토한테 신호를 보내요. 사냥 훈련이 되어 있으니까, 오마르를 찾아내서 안전한지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나는 사냥꾼의 명령 액션을 읽어 보고, 노라의 동물 친구 칸토가 뭘 할 수 있을지 생각을 한 뒤 대답합니다. “시간만 좀 들이면 칸토가 혼자서 오마르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노라가 칸토랑 같이 간다면 보너스를 받고 바로 상황 파악을 할 수 있을 테지만, 지금 하려는 건 정조준이죠?”

“아? 고블린들이 저한테 기습 당하는 상황인가요? 그냥 사격일 줄 알았는데!” 에이미가 대답합니다.

마스터로서 결정을 내릴 때입니다. “고블린들이 라스를 당장이라도 쏠 참이라, 그쪽에 완전히 주의를 쏟고 있어요. 그래서 노라는 전혀 신경을 못 쓰고 있습니다. 기습 맞아요.”

“좋네요! 그럼 저랑 제일 가까운 놈을 쏩니다. 활을 떨어뜨리게 하고 싶어요. +민 판정이니까 . . . 10! 고블린은 활을 떨어뜨리고 . . . 피해 4점을 입습니다.”

나는 고블린의 수치를 확인해 보고 대답합니다. “네 고꾸라집니다. 팔을 공격했기 때문에 화살을 날리지도 못해요. 하지만 다른 하나는 라스에게 사격을 합니다. 피해는 2점이네요. 라스는 브리안느가 아까 밀쳐내고 지켜주는 덕분에 안전한 줄 알았지만, 어느 새 다리에 화살이 꽂혔습니다. 어떻게 하나요? 아니, 잠깐만요. 우선 오마르부터 처리를 하죠.”

아이작은 그 사이 생각을 좀 한 것 같습니다. “그 쉰 숨소리라는 게, 크기가 얼마나 큰가요? 사람 크기 숨소리인가요 괴수 크기인가요?”

“감각에 의지해서 정보를 얻으려는 거지요?” 그에 해당하는 액션이 있다는 것을 제가 말하지 않아도 아이작이 스스로 알아채기를 기대하고 한 말입니다.

“아, 네! 상황 파악을 합니다. 조용히 집중하면서 그게 뭔지 단서를 모으는 거지요. +혜 판정이죠? 7 나왔습니다. ‘무엇에 주의해야 하는가’를 묻겠습니다.”

나는 메모장과 지도를 참조해서, 지금 줄 정보가 정확한지 확인합니다. “고블린은 사실 별 문제가 안 됩니다. 오마르를 눈치 못 채고 그냥 지나치고 있어요. 횃불에 더 가까이 있어서 이쪽이 안 보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 . . 돌더미 위로 커다란 악어 주둥이가 보입니다. 그 콧구멍에서 새어 나오는 것이 아까의 그 쉰 숨소리입니다. 아무래도 제단 위에 놓인 하얀 악어의 엄마나 아빠쯤 되는 것 같아요. 굉장히 큽니다. 말 정도? 여기서 낀 발을 빼내려고 용을 쓰면 분명 악어에게 들키고 말 거예요. 이제 어떻게 하나요?”

아이작이 고민합니다. “탈출을 시도할 수는 있겠지만, 아마 위험 돌파일 거고. 아니면 . . . 황금근 독약 있죠? 망토를 약간 찢어서 거기 담급니다. 투여 독이니까, 지금 상황이면 아마 먹여야 통하겠죠. 하지만 일단 먹이는 데 성공만 하면 악어가 제 편이 되는 거고, 그러면 고블린들을 공격시킬 수 있어요.”

“오오. 멋진데요.” 좀 많이 위험해 보이기는 하지만 분명 멋있기는 합니다. 이제 다른 사람에게 주의를 돌릴 시간입니다. “오마르는 망토 조각을 독에 적시고 있고, 브리안느는 약 먹은 고블린들과 육박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노라는 오마르를 찾고 있고요. 그늘 속에는 숨어서 다가오는 고블린들이 있고, 제단 곁에는 아직 활 든 고블린이 하나 있습니다. 제물이 될 악어는 깨어나려는 참이고, 라스는 방금 무릎에 화살을 맞았습니다. 라스, 이제 어떻게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