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 시스템에서의 변환

마스터가 플레이를 잘 준비할 시간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닙니다. 꼭 열성적인 사람들만 플레이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잠깐 시험 삼아 해 보고 싶을 수도 있고, 행사에서 몇 시간 때우는 게 목적일 수도 있습니다. 전에는 본 적도 없는 사람들과 플레이를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그냥 사전 준비를 별로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지도 한 장 달랑 갖고서 나머지는 즉흥으로 하는 것을 좋아하는 마스터도 많습니다.) 아니면 옛날부터 좋아하던 시나리오가 있는데, 그것을 던전월드로 플레이해 보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경우, 이미 다른 시스템용으로 존재하는 시나리오를 던전월드에서 사용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여기서는 다른 RPG의 자료를 던전월드용으로 변환하고, 던전월드식으로 유연하게 운영하는 법을 이야기하기로 합니다.

개요 

던전월드에서 쓸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첫 단계는 우선 이 책을 한 번씩 쭉 읽는 것입니다. 기본적인 룰을 모두 익히고, 국면과 마스터의 원칙도 잘 익혀 두십시오. 전자는 시나리오의 틀을 던전월드에 맞게 고치는 데 도움이 되고, 후자는 던전월드의 룰과 스타일에 맞는 플레이가 될 수 있도록 인도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 다음에는 시나리오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특히 다음 네 가지 사항을 염두에 두십시오: 

• 지도

• 괴물

• 마법 물품

• NPC와 조직들

필요하면 중요한 부분에 메모를 해도 좋지만, 시나리오를 다 욀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수치에 집중하는 부분은 변환에 별 쓸모가 없을 가능성이 많으니 대충만 보고 넘어가십시오. 또한, 빈 자리를 남겨 놓아야 플레이 도중에 마스터와 플레이어가 함께 발견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하십시오.

다 읽었으면 포진해 있는 세력들, 특별한 괴물들, 그 세계에 존재하는 온갖 위험한 것들, PC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것들이 무엇인지 파악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면 시나리오는 잠시 치워 두고, 이 책의 국면 부분을 펼치십시오. 변환 작업의 대부분은 이쪽을 참고하게 됩니다.

국면 

던전월드 모험의 기본 요소들은 국면에 요약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요소들과 플레이어들이 서로 작용을 하면서 이야기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이 됩니다. 이로써 “플레이를 해서 어떻게 되는지 보는” 것입니다. 기존의 시나리오를 변환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나리오를 읽었으면 그 안의 요소들을 눈치챘을 것입니다. NPC, 주요 장소, 특별한 괴물, 조직 등, 그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거나 무언가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는 존재들입니다. 시나리오의 규모에 따라서는 이런 것이 한두 개만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집단 하나마다 국면 하나를 배정하십시오.

좋아하는 시나리오 하나를 변환하려고 합니다. 여러 시스템으로 십여 번 플레이해 본 시나리오여서, 이번에는 던전월드로 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익숙한 시나리오이지만 한 번 다시 읽어서 기억을 새롭게 합니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파충류 신을 섬기는 사악한 종교가 몰래 마을을 하나 전복시키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습니다. 재미있어 보이죠! 여기에는 비밀 던전, 부패한 교회, 지하인 부족,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서로 의심하는 바람에 마을 일에 말려들게 된 모험가들이 나옵니다. 상황이 안 좋은 만큼 고를 만한 것도 많은데, 일단 여기서는 크게 사교도 국면과 지하인 부족 국면의 두 개로 정리하기로 합니다. 이 둘은 서로 관계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독자적이기 때문에 나누어 놓는 것이 적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동굴에 사는 나가 마법사도 별도의 국면으로 만들 수 있고, 파충류 신 자체를 캠페인 국면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이번 플레이는 몇 세션으로 끝날 것 같으니 사교도와 지하인 부족에만 집중하기로 합니다.

국면은 통상적으로 위험요소를 정하고 흉조와 재앙을 배치하여 만듭니다. 주제 질문은 국면 하나마다 한두 개만 하십시오. 나머지는 PC들이 만들어지고 설정이 나왔을 때 채워 넣으면 됩니다. 평소라면 이 단계에서 순전히 자기의 상상력에 의존하겠지만, 이 경우에는 기성 시나리오가 있으니 편합니다. 국면은 테마로, 위험요소는 모험에 등장하는 개별 요소로 생각하십시오. 그 시나리오에서는 각 국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되어 있는지, 그리고 PC들이 거기 없다면 일이 어떻게 됐을지를 생각하십시오. 국면이 그냥 진행되었을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결과는 무엇일지? 이렇게 행간을 읽으면 플레이에서 강한 액션으로 사용할 재료가 모입니다. 시나리오에 나오는 NPC들 중 독자적인 위험요소가 될 것은 누구이며 국면의 등장인물이 될 것은 누구인지 가리는 것도 이 단계입니다.

시나리오에 나오는 덫이나 저주와 같은 효과를 액션으로 만들고 싶으면 지금 하십시오. 이런 효과를 피하기 위한 판정을 시키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것은 커스텀 액션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위험 돌파로 처리해도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나리오의 본령을 재현하는 것이지, 기계적인 효과를 완벽하게 변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십시오.

이 과정을 마치면 중요한 위험을 갖춘 국면이 몇 개 나올 것입니다.

괴물 

출간된 시나리오들은 대부분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괴물을 한두 종류 소개하고 있습니다. 시나리오를 잘 보고, 혹시 그런 특별한 괴물을 놓치지 않았는지 확인하십시오. 이런 것들은 시나리오의 분위기에 맞추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특이한 방법으로 PC들을 상대한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개중에는 이 책에 이미 나와 있는 괴물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굳이 변환을 하지 않고 국면에 책의 쪽번호만 적어 놓아도 됩니다. 괴물을 더 고치거나 새로 만들고 싶으면 룰을 사용하십시오. 이 단계에서는 괴물의 “밸런스”를 생각하지 않을 것을 권합니다. 괴물의 HP니 장갑 수치 같은 것이 딱 맞아 들어가는지를 걱정하지 마십시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괴물이 플레이에서 맡는 역할입니다. 모험가들을 쫓아내려고 존재하는지? 수수께끼를 내거나 길을 막는지? 던전이나 모험 전체를 하나의 생태계라고 한다면, 거기에서는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지? 수치 하나하나보다는 괴물의 본질을 옮기십시오. 그러면 더 재미있고 좋은 결과가 나옵니다. 괴물이 특별한 능력이나 재주를 갖고 있어서 커스텀 액션으로 만들고 싶다면 그렇게 하십시오. 커스텀 액션은 “우리들만의 던전월드”를 만드는 쉽고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 시나리오에는 다양한 괴물들이 등장합니다. 정신 지배 능력을 가진 무서운 나가도 하나 있고, 뱀 신의 신성 마법을 사용하는 사악한 사제도 있고, 성질 거친 사교도들, 용 거북, 도마뱀, 악어, 뱀 같은 것들도 나옵니다. 대부분은 괴물 목록에서 가져다 쓸 수 있지만, 나가와 사교도 두목은 직접 만들기로 합니다. 이쪽은 중요한 역할이니까, 특별하고 새로운 기분을 내고 싶습니다. 이 둘은 괴물 제작 룰을 사용해서 만들 것입니다.

직접 변환 

책에도 나오지 않고 전에 만들어 놓지도 않은 괴물이 있지만, 그 성질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해서 괴물 제작 룰을 쓰기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다음은 그런 경우를 위한 변환 공식입니다. 

피해

괴물의 피해가 주사위 하나에 보너스가 +10 이하라면 그대로 둡니다. 같은 주사위를 여럿 굴리게 되어 있다면 그만큼 굴리고 그 중 가장 높은 것을 취하십시오. 서로 다른 주사위를 섞어 굴리게 되어 있는 경우, 그 중 가장 큰 주사위들만을 굴리고 가장 높은 것을 취합니다.

HP

괴물의 HP가 HD (Hit Dice, 히트 다이스)로 표현되어 있다면, 첫 HD의 최대치를 구하고 추가 HD 하나마다 1을 더하십시오. HD로 표시되어 있지 않으면 HP를 4로 나눕니다.

장갑

괴물의 AC가 평균 정도라면 장갑 1을 줍니다. 낮으면 장갑 0입니다. 높으면 장갑 2를 배정하고, 방어에 완전히 특화된 괴물이라면 3을 주십시오. 거의 무적이라면 장갑 4가 적당합니다. 보호 수단이 마법적이면 여기에 +1을 더합니다.

액션과 본능

본능은 괴물 설명에서 유추할 수 있습니다. 특수 능력이나 공격 수단은 액션에 반영하십시오.

지도 

던전월드와 다른 여러 판타지 RPG의 큰 차이점 하나는 지도와 지도 그리기에 대한 접근 방법입니다. 많은 판타지 RPG에서 지도는 정밀 문서입니다. 사각에 맞추어 꼼꼼하게 그려져 있고,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표시되어 있습니다. 모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장소의 묘사를 제외하면 상상할 여지는 별로 없습니다. 던전월드에서는 그 반대를 취합니다. 지도에는 빈 공간이 많고, 드문드문 “칼날”이니 “무서움” 같은 한두 단어짜리 묘사를 두는 것이 보통입니다. 기존의 시나리오를 던전월드로 옮겨 올 때에도 강령과 원칙을 기억하십시오. 특히 지도를 그리되 여백을 남긴다, 질문을 하고 답변을 활용한다, 이 두 가지 원칙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시간이 있다면 지도는 처음부터 새로 그리는 것을 권합니다. 구석구석 똑같이 베끼지 말고, 손이 가는 대로 대충 그리십시오. 여기저기 비워두고, 내키는 대로 새 방을 추가하십시오. 플레이 도중에도 지도를 그대로 따르지 말고, 상황에 맞게 즉석에서 바꾸십시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상을 펼칠 공간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런 빈 자리가 있어야 비로소 플레이어들이 마스터를 놀라게 하는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지도가 미리 꼼꼼히 다 짜여 있으면 PC들이 어디를 가도 부처님 손바닥일 뿐이니 새로운 것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별로 관심이 가지 않는 방 몇 개를 골라 안을 비우고, 새로운 터널을 한두 개 그리십시오. 그러면 실제 플레이에서 운신의 여지가 생깁니다.

시간이 모자라거나 귀찮아서 지도를 다시 그리기 싫다면 그래도 괜찮습니다. 원래의 지도를 가져다가 어디에 무엇이 있고 어느 길이 어디로 이어질지 생각나는 대로만 메모하고, 나머지는 없는 셈 치십시오. 플레이어들이 방에 도착하면 그 방에 붙은 기호가 무슨 뜻인지 찾아보지 마십시오. 그냥 자신이 메모해 놓은 것만 갖고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여 무엇이 있는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합니다. 플레이를 하다 보면 준비한 내용을 참고하는 것과 즉석에서 결정하는 것 사이에서 적당한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시나리오에 들어 있는 지도에는 재미있고 멋있는 것도 있지만 지루한 것도 있습니다. 도시 밑의 던전에는 지하인 부족의 소굴과 납치 당한 마을 사람들이 갇힌 곳이 나오는데, 양쪽 다 그대로 사용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마을 자체에 관한 내용은 그냥 버리고 비워 놓습니다. 나중에 “여기 아는 사람이 사는가”, “언덕 위 오두막에는 누가 사는가” 같은 질문이 나오면 즉석에서 만들어 넣을 여지를 두기 위한 것입니다. 지도와 국면이 만나는 부분은 메모를 좀 해 두었지만, 새로운 것을 발견할 여백도 꽤 됩니다. 

마법과 보물 

출판된 시나리오에서는 이 두 가지를 매우 중요시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던전월드에서는 덜 그렇습니다 (캐릭터들이 뭔가를 “하는” 것이 뭔가를 “갖는” 것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수도나 유적을 돌아다니면서 멋진 마법 물품과 금화 상자를 발견하는 것은 그래도 재미있습니다! 지도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는 이 모험에서 등장할 법한 것들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보물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를 꼭 정해야 할 때도 가끔은 있습니다. 4층의 골렘을 쓰러뜨릴 수 있는 마법검의 위치라거나, 3번 방에 갇힌 상인이 잃어버린 목걸이 같은 것은 이야기에 중요한 요소이니 메모를 해 두십시오. 괴물과 마찬가지로, 마법 물품은 그 수치보다 역할 위주로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던전월드는 예컨대 캐릭터 레벨과 보물 사이에 밸런싱을 하지 않으니, 재미 있어 보이는 것이 있으면 그냥 만들어 넣으십시오. 커스텀 액션이 필요하면 이 또한 만들면 됩니다. 이것이 아마 변환 과정 중 제일 쉬운 단계일 것입니다. 여기서도 새로운 것을 발견할 여백을 두십시오. 메모에 “마법사가 지팡이를 갖고 있다. 뭐하는 지팡이일까?”라고 정해 놓고, 플레이를 통해서 알아내 보십시오. 플레이어들에게 물어 보십시오. PC가 지식 더듬기를 쓰면 그것이 기회입니다. “이곳의 마법사가 이상한 마법 지팡이를 갖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지팡이라는 소문이었나요?” 

도입 액션 

이 단계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됩니다. 하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과 단편 플레이를 할 때에는 던전월드의 표준적인 “첫 세션”을 할 여유가 없는 일이 많을 것입니다. 도입 액션은 이럴 때 아주 유용할 수 있습니다. 도입 액션은 캐릭터가 만들어진 후, 그러나 본격적으로 플레이가 시작되기 전에 취할 수 있는 액션입니다. 이 액션의 결과에 따라서 모험이 조금 변할 수도 있지만, 주된 목적은 플레이어를 이야기에 빨리 끌어들여서 플레이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직업마다 하나씩 만들어도 좋고, 다용도로 만들어서 적당히 배분해도 좋습니다. 다음은 하나의 예입니다: 

모험을 떠나기 전에 자기를 짝사랑하는 사람이 선물을 주었습니다. +매 판정을 하고 그 사람이 자기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묘사하십시오. 10+이면 다음 중 두 개를 고르십시오. 7~9이면 하나만 고릅니다. 6-이면 마음만 받은 것입니다:

• 해독제 한 병.

• 은색 광채를 발하는 방패.

• 도마뱀 모양의 녹슨 열쇠.

이런 액션을 사용하면 플레이어는 자기 캐릭터가 이야기 속의 상황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안정감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이 액션을 통해 질문과 답변을 더 할 수 있고, 이것을 재료로 삼아 세상을 더 풍부하게 할 수 있습니다. 도입 액션을 만들 때에는 국면들을 생각하십시오. 국면이 위협하는 것은 무엇인지, 감추어져 있는 보물은 무엇인지, 세상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지 . . . 그러면 빠르고 확실하게 플레이를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