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05.~03.09. 5일간 사전 연수를 받은 서울시 중증장애인 인턴 24명의 모습
3월부터 시작된 서울시 중증장애인 인턴제 (이하 인턴제)가 어느덧 끝을 보이는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3월부터 서울시내 자립생활센터, 장애인단체, 복지관 25개 업체에서 각자의 꿈을 가지고 열심히 업무를 익히며 사회 진출의 꿈을 가지고 있던 중증장애인 인턴분들이 11월 9일, 인턴 간담회 및 수기시상식에 참여하기 위해 이룸센터에 모였습니다.
8월 인턴 보수교육 이후로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라 인턴 분들은 서로 반갑게 맞이하며 따뜻한 분위기를 이루었는데요, 그 가운데에서도 인턴제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과 고민들을 풀어놓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2017,2018 2회의 인턴제에 참여하면서 소감을 말하는 노원중증장애인독립생활센터 서희선 인턴(맨 왼쪽)
안녕하세요, 저는 노원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서희선입니다.
저는 작년과 올해 총 두번째 인턴제에 참여하고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이번 년도가 제 스스로 한계를 시험하는 그런 년도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일이 없어 속앓이도 했는데, 이번에 동료상담 사업을 맡게 되었습니다.
사실 인턴제에 대한 아쉬운 것들이 몇가지 있지만
인턴제를 통해 사회생활을 경험할 수 있고 사람들과 어울려서 지낼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중간관리자 간담회에서 인턴제에 대한 생각을 말하는 인턴제 참여업체 관리자들
"서울시 중증장애인 인턴제가 서울시에서 공고가 뜨고 일반 구인사이트에도 공고가 뜨긴하는데, 작년에 한번 해보니까 모르는 장애인들이 많았습니다.
구청 담당자들과 연계를 통하거나 다른 관내 일자리 센터와 연계해서 조금 더 홍보가 많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중증장애인 인턴제로 구인을 해보니까 한 장애인이 여러 인턴업체에 합격이 되어 그 분을 기다려야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구인이 어려운 경우도 발생이 되었습니다. 인턴제 홍보 확대를 통해 구직자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 인턴제 참여 업체 의견
2018년 10월 15일 (월) ~ 10월 29일(월)까지 진행한 서울시 중증장애인 인턴 수기공모에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고예진 인턴(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이 수상소감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저는 중도 시각장애라 선천성 시각장애인분들보다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친구들이 취직을 하고 가정을 꾸리기 시작할 때 저는 어린 아이처럼 다시 글자(점자)를 익히고 걸음마(흰지팡이 보행)을 배웠습니다.
인턴기간동안 저는 시각장애인용 도서교정사로 근무했습니다. 입사 초반에는 한 권을 검수하는데 무려 한시간이 넘게 걸렸지만, 피드백을 곱씹어보며 업무 시간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퇴근 후 9시까지 남아 일본어 점자공부를 했는데, 알아가는 즐거움으로 몸의 피로를 견뎌내기도 했습니다. 일본어 점자를 익힐 때 쯤, 일본어 학습도서 교정이 주어졌습니다. 겁을 먹기도 했지만 욕심도 났습니다.
그래서 교정하면서 사전과 규정집을 더 많이 읽게 되었고 , 그 결과 첫 일본어 도서교정책 검수에서 '합격' 통보를 받으면서 가슴속에 뻥 뚫리는 기분과 벅참을 느꼈습니다. 이러한 자신감으로 앞으로의 교정사로서의 꿈도 실현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인턴제도를 통해 사회생활을 시작하시려는 분들께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무리는 하지 않아도 됩니다. 시작을 위해 위대할 필요는 없습니다. 큰 사람은 절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꾸준히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빚고 느리더라도 한 걸음씩 인생의 길에 발을 내딛여보면 이전과 달리 더 견고하고 큼직한 자신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서울시 중증장애인 인턴제 수기공모에 우수작으로 선정된 홍은영 (광진나눔장애인자립생활센터)인턴
저는 서른살이 되던 해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그 때 '절망'과 '죽음'이라는 키워드밖에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뇌수술을 하면서 정신장애 3급 판정을 얻게되었고, 의사의 실수로 시신경까지 건드리면서 시각장애 6급 판정도 덩달아 받게 되었습니다.
뇌 수술을 하다보니 판단력도 흐려지고, 사기도 당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극단적인 생각도 하게 되었고, 한달에 한 번 웃을까 말까 할 정도로 우울한 감정이 지속되었습니다.
어느날 공무원이신 어머니께서 '중증장애인 인턴제'라는게 있어 한번 도전 권유를 했고, "이렇게 보잘 것 없는 나라도 받아줄까?"라는 생각으로 인턴제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맡겨진 첫 업무는 '정보제공'이었습니다. 장애인이 자립생활을 누리는 데 있어 필요한 자원이나 이슈 등의 정보를 직,간접적으로 제공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정보제공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 '다양한 장애유형을 가진 장애인들이 가장 필요한 기사나 이슈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갖고 기사를 찾았습니다. 좋은기사와 그렇지 않은 기사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고, 나도 모르게 지식이 쌓였습니다.
사실 센터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던 제게 국장님께서 점심때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주셨고, 다른 직원들도 저에게 한두마디씩 대화를 걸며 마음의 벽을 허물어가며 센터 적응도도 높아졌습니다.
센터에서 열리는 동료상담 교육에 참여하면서 동료상담의 매력도 알아가게 되었고, 억눌렸던 감정도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하루하루 밝아졌다고 주변사람들이 이야기하였고,
인턴제를 통해 활동지원 코디네이터나 동료상담사를 하고 싶다는 꿈도 생겼습니다.
매일이 우울하고 모두를 원망하는 과거에서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감사한 삶을 사는 현재의 삶이 되기까지는 중증장애인 인턴제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난 장애때문에 뭘 해도 안돼'라는 생각은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야할 때'라고 외치는 마음의 소리일지도 모릅니다.
장려상을 수상한 조원석 인턴(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처음 인턴 모집 공고문을 접한 것은 일본 여행을 약 열흘 정도 남겨놓고 있을 때였습니다. 학부 졸업 직후라 초조함과 조급함이 가득했고, 매일 채용공고를 찾던 중 인턴 모집 공고문을 발견하여 지원하였습니다.
저는 저와같은 시청각장애인지원사업을 하면서 미국의 헬렌켈러 센터와 같은 시청각장애인 전담기관을 설립하는 꿈을 갖고있습니다.
제가 그리는 사업을 허락해줄만한 곳은 지금 근무하는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인턴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센터에서 진행해온 시청각장애인지원사업을 인계받고 어떻게 발전시켜나갈지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처음 어려움을 느낀부분은 '행정업무'가 늘어나면서부터였습니다.
저는 행정업무를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대단히 지루하고 감흥 없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행정업무다운 일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하고싶다는 생각이들었습니다.
장애인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같은 직책을 가지면서도 비장애인직원에 비해 단순한 업무를 맡고, 행정업무에서 배제되고있었습니다. 하지만 자립에 대해 깨어있는 생각을 하시는 '강윤택'소장님과 여러 선생님들 덕분에 직접 행정업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이전에 학교에서 쌓은 학식보다 소중한경험으로 다가왔습니다.
올해는 참 많은 무대위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시청각장애인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국내는 물론,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시청각장애인연맹총회와 헬렌켈러세계컨퍼런스에 참가하고, 일본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시청각장애인컨퍼런스에 아시아 대표로 참가했습니다. 더불어 전국의 시청각장애인들을 만나 그들을 지원하였습니다.
인턴제로 일의 순서와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배울 수 있었으며, 저와같은 감각장애로 인해 시야가 좁은 이들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만약 인턴제에 지원하기 망설여지는 분들이 있다면, 세상을 살아가는데 분명 큰 도움이 되는 경험이니 도전해 볼것을 추천드립니다.
관리자부분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주정엽 팀장의 소감발표 모습
작년, 올해 두 번의 참여를 한 인턴이 역량강화를 할 수 있도록 사무보조에 머무르지 않고 올해는 사업을 전담하도록 함으로서 인턴이 행정 업무, 프로그램 진행까지 직접 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그 결과 사업계획서, 참여자모집, 장소대관, 강사섭외 등을 진행하였고, 결과보고서작성까지 마무리함으로서 종합적인 업무역량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자립생활주택에 입주한 입주자가 근육통이 심해져 인턴은 마사지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직접 강사를 섭외했고, 지침에 맞게 강사비를 지급하기 위해 프로그램 일정을 조율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이용자는 만족도 5점 만점에 4.9점의 높은 점수를 주는 성과를 얻게되었습니다.
또한, 운영자문회의와 관련해 대학교수, 장애인단체 전문가에게 직접 연락하여 회의에 참석하도록 섭외하였으며, 자립생활주택 이용자와 직접 상담 후 욕구와 문제를 파악해 체계적인 회의자료를 작성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이용자의 욕구에 맞는 효과적인 자문을 얻게 되었습니다.
인건비가 지원된다면 바로 정규직으로 채용해도 좋을 만큼의 역량으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신입직원을 채용할 계획이 있다면 인턴도 지원하도록 하여 심사할 생각이 있습니다.
인턴제는 자립생활센터의 부족한 인원보충이 아니라 직무역량을 강화시켜 성공적인 사회진출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는 사업입니다. 따라서 인턴을 교육시키고 보조시키는 차원을 넘어 인턴에게 적합한 사업을 전담하도록 하여 현장에서 업무를 익혀나간다면 인턴과 기관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인턴제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본인의 적성에 맞는 업무를 찾음으로서 즐거움을 얻는 경우도 많이 보았으며,
실제로 인턴제를 통해 인력을 육성함으로서 기관에는 적합한 인재를 찾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에 머무르지 않고 더 많은 중증장애인이 자신의 꿈과 미래를 펼칠 수 있도록 인턴제도가 변화해야한다고 봅니다.
현재 25명의 인턴은 서울시의 중증장애인 인구수 (2016년 12월 말 기준) 15만1150명에 비해 턱없이 모자랍니다.
이에 서울시에서는 중증장애인 인턴의 수를 2019년 27명으로 늘린다는 약속을 하였으며, 서울시의 ‘장애인자립생활지원 5개년 계획’에 따라 중증장애인 인턴제 대상인원을 2022년 36명까지 확대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경기도에서도 서울시 중증장애인 인턴제를 모티브하여 내년도 50명의 중증장애인 인턴을 채용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조금씩 다른 지자체에서도 중증장애인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걸음마 작업을 하는 중입니다.
부디 전국의 중증장애인분들에게 더 많은 사회적 진출을 할 수 있도록 제도가 확산이 되어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올해 중증장애인 인턴제에 참여한 25명의 인턴과 관리자분들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앞으로도 다른 이의 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