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미생' 중 한 장면 (출처:네이버 '꿈꾸는 다락방'님 블로그)
이번 인턴연수 준비를 하면서 tvN의 드라마 '미생' 중 한 장면이 떠올랐다.
고졸출신의, 직장경험이라고는 전무한 '장그래'가 어쩌다 '낙하산'신분으로 인턴으로 입사했지만,
가진것이라고는 '열심'밖에 없어 안타까웠던 장면.
바로 '복사'였다.
일반적인 사무실의 복사기, 낱장씩 복사해야했던 기존 복사기의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출처:네이버'복사기' 이미지)
능력도, 스펙도 믿을 수 없는 장그래에게 일을 맡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동기도, 상사도 모두 분주하게 일하지만, 주어진 일이 없어 소외감을 느끼며 무엇이라도 해보고 싶은 장그래.
무엇이라도 시켜만 달라는 애처로운 눈빛의 장그래에게 김동식 대리가 한숨을 푹, 쉬며 그나마 가장 쉬운 '복사'일을 던져준다.
장그래는 한달음에 달려가 복사를 한다. 정성스럽게도 한장. 한장씩..
보다 못한 김대리는 어이없는 듯 장그래를 바라보며, 하던 종이를 올려놓고 '복사시작'버튼을 눌렀다. '솨사삭...' 하며 자동으로 스캔되어 복사되는 것을 지켜보는 '장그래'의 마음은 어땠을까?
누군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일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
(출처:네이버'당근'이미지)
평생을 바둑만 보고 살아 복사를 할 일도 없었던 장그래. 눈치로라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없었기에 일어났던 에피소드이지 않을까?
이 에피소드를 보며 갓 사회에 나온, 그것도 취업의 '취'도 힘든 중증장애인의 현실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직장인이면 손쉽게 해내는 것들이, 갓 사회로 진출하려는 중증장애인에게는 낯설고 새로운 것들이지 않을까?라는 물음과 함께.
서울시는 지자체 최초로 중증장애인 인턴제를 2015년부터 도입해 운영해오고 있다. (이미지:사단법인 해냄복지회 제공)
서울시는 2015년부터 중증장애인의 열악한 취업 여건의 돌파를 위해 '중증장애인 인턴제'를 운영해오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인턴으로 채용된 분들 중 여러명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는데, 이력서를 내지만 100군데, 수백군데 떨어졌던 경험이 한두명이 아니었다.
취업의 기회가 간절하지만, 중증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관련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각양각색의 이유로 사회인으로서 발돋움할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하는 중증장애인에게 헌법에서 보장된 '노동할 권리'는 암묵적으로 박탈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도 간절히 일을 하고 싶어하지만, 헌법에 보장된 '당연한' 권리이자 기회조차 제공받지 못하는 중증장애인에게, 업무의 기초라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중증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일하는 우리 기관에게 어떠한 '사명감' 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2016.11.11 서울시 인턴제 참여 22개 업체의 간담회에서 업체 관리자들이 인턴 교육의 필요성을 한뜻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2017.01.11 서울시장애인자립지원과에 간담회 의견을 전달하였고, 중증장애인 인턴 연수에 대한 논의와 함께 당해 선발 사전 5일간 연수 예산 지원을 약속했다.
2017.04.05~04.09 5일간 서울시 중증장애인 인턴에게 직장예절, 회계이해, 보고서작성, 스피치 교육 등 기본교육을 실시하였다. 그동안 사)해냄복지회 예산으로 진행했으나 당해 서울시 예산 지원으로 그것도 5일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하여 진행되었다.
2017.11.20 인턴제에 참여하는 22명의 인턴과 22명의 관리자를 대상으로 중증장애인 인턴제를 통해 변화하였던 내용들을 수기 공모를 통해 심사, '서울시장상'을 시상하였다.
사)해냄복지회와 Good Job 자립생활센터는 중증장애인 인턴제 설계부터 참여하여 인턴제를 현실화 하였고, 그 결과 위와 같은 성과들이 나타났다.
올해도 새로 선발된 서울시 중증장애인 인턴 24명에게 선발 후 바로 3월 5일 ~ 9일 5일간 '슬기로운 인턴생활'이라는 제목으로 연수를 실시했다.
작년과 달라진 점은
물론 작년에 진행한 직장예절, 회계교육, 스피치교육, 오피스교육, 사업계획 및 보고서 작성, 장애의 이해, 인턴에서 정규직으로 취업하여 근무하는 선배와의 만남의 기본 교육 커리큘럼은 그대로 두었으나, 인턴과 관리자의 의견을 수렴하여 방법과 방식을 바꿔나가는 쪽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인턴연수에 참여중인 교육생이 엑셀 실습을 하는 모습
(왼쪽부터)복지전문가,스피치전문가,아나운서의 발표 피드백 모습
인턴연수 참가자가 사업계획서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뇌병변 장애인 당사자이자, 연극배우로 활동중인 '백우람'씨의 자전적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이날 수강생들의 질문이 쇄도하여 직업 선택과 방법에 대한 욕구를 엿볼 수 있었다.
작년 50대 나이에 서울시 중증장애인 인턴에 합격하여 올해 정규직으로 채용된 '정진석' 누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간사의 생생한 인턴경험담 후기를 전달하는 모습.
조별 발표의 전문가 심사를 통한 우수교육생 시상이 연수 마지막 날 이루어졌다.
이날 영광은 비장애인 장애인의 통합 체육운동 (컬링)을 통한 장애인식개선 도모를 주제로 발표한 '슬인생(슬기로운인턴생활의 약칭)조-김민정,김지은,손욱형,강민구,김준희에게 돌아갔다.
인턴 연수 강사분들의 투표를 통해 성실하게 교육에 임하였던 인턴에게도 우수 교육생 시상을 진행하였다. (왼쪽부터 양지은아나운서, 박선모 인턴, 서희선 인턴, 홍은영 인턴)
올해 인턴연수의 제목은 '슬기로운 인턴생활'이다. 제목처럼 연수를 통한 '슬기로운 인턴'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드라마 '미생'에서 비루한 스펙으로 무시받고 복사마저 새로 배워야 했고, 자신감마저 상실해 우울해 했던 '장그래'가 아닌,
중증장애인 인턴들이 직장생활에 도움이 되고, 나아가 취업에 성공해 '빙그레' 웃을 수 있도록
사)해냄복지회와 Good Job 자립생활센터는 쉬지 않고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만의 노력이 아니라,
근로지원인 제공, 직장에서 관리자의 인턴을 인큐베이팅 하려는 열정과 전문적인 직무경험의 기회제공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중증장애인들이 일을하며 성취감을 느끼고, 이 에너지를 다른 동료장애인에게도 전해주어 연쇄 효과가 일어나기를 간절히 소망해보며 글을 마친다.
P.S : 24명의 인턴분들! 올 한해도 인턴생활 열심히 해서 꼭 취업하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