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 장애인들은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실천적 이슈(issue)로 고용(employment)과 소득보장(income security)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는 장애학(Disability Studies)의 대두와 그 학문의 이론적 기반과 운동의 중심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각되고 있는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이 장애인의 시민권 확립(確立)과 사회변혁(社會變革)을 통한 생활적 독립을 나타내는 개념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더 넓은 뜻으로 볼 땐,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 즉 고용도 포괄하고 있다 할 것이다. 장애인들에게 경제적 자립을 위한 고용의 효과는 그들에게 삶의 질을 향상시켜 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참여를 확대시켜 사회통합의 기회를 제공한다.
사실 우리나라 헌법 제32조에서 직업생활(노동)은 교육과 함께 ‘국민으로서의 고유한 권리이자 의무이다’라고 명기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은 장애인의 직업생활(노동)은 고유한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노동은 헌법의 정신에 따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시민적 권리로 존재하며, 더구나 노동은 단지‘권리’인 것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교육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라는 것이다. 따라서 장애인의 노동이 이처럼 권리이자 동시에 의무로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민간(시장)의 영역뿐만 아니라, 공적인 개입이 함께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 현재 장애인 특히, 중증장애인들은 노동시장에 진입하기가 매우 힘든 상황이다. 장애인에게서 진정 노동이 하나의 권리이자 의무로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노동은 시장의 중요성과 함께 공공의 영역에서도 가동되고 통제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노동을 수행하고자 하는 의지를 지니고 있음에도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직업적 중증장애인의 노동’(뇌성마비, 발달장애, 중증척수장애 및 근육장애)에 대해서는 공공, 즉 정부가 노동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본다.
현실적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적 상황을 보게 되면 일반사람도 비정규직이 아직도 많으며, 아주 경미한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아무런 차별 없이 자기능력과 적성에 맞는 직업과 직장을 선택하여 바람직한 역할을 수행하고 사회적 주류에 통합고용이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불행하게도 비고용 또는 불완전 고용의 상태에 있는 비율이 매우 높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사회에서 다소 심한 손상(impairment)을 가진 사람들은 현재 고용은 고사하더라도 생활자체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장애인은 신체적 혹은 정신적 손상의 정도, 그리고 사회경제적 제한들로 인해 직업생활을 영위하는 데 있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매우 힘들뿐만 아니라 단순히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직업으로부터 소외되어 삶의 질은 현저히 낮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장애인이 직업을 통해 경제적 보수를 받아 생계유지가 될 수만 있다면, 이는 자립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데 매우 큰 의미와 중요성이 있다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사회는 복합적이면서 심한 손상을 입어 근로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고용되기 힘든 최중증장애인을 위해서 국가차원에서 소득재분배에 의한 삶의 기본적 권리를 유지할 수 있게 소득보장제도*가 하루빨리 갖추어져야 한다고 본다. 특히, 일하기 어려운‘직업적 중증장애인’(뇌성마비, 발달장애, 정신장애 등)에게도 삶의 가치를 느끼며 살 수 있도록 하는 어떤 사회적 보장 장치도 없이 일을 하게 하는 것 또한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나라라 한다면 엄격히 말해 인권유린이라 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가 진정으로 복지선진국이라 말할 수 있으려면 장애인연금제 및 중증장애인수당과 같은 소득보장정책이 지금과는 달리 매우 견고히 갖추어져야 한다고 본다.
현재 중증장애인의 고용을 강조하는 것은 결국에는 소득보장(기본소득, 사회임금 등을 포함하여)으로 가기 위한 첫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일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사회적으로 소득을 재분배해 보장해 주는 소득보장정책이 확고히 갖추어질 때 비로소 장애인의 노동이 유연성을 갖게 되어 고용증대를 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해야 각 장애의 다양한 고용지원서비스의 접근이 가능하게 될 것이며, 장애당사자의 선택권과 결정권이 선명하게 확보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실제로 고용이 가능한 장애인의 고용에만 정부가 전력을 다할 것이므로 고용지원정책이 객관적으로 확실하게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러나 현재 이렇게 중증장애인들의 고용이 힘든데도 불구하고 정부는‘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기금’(이하 (미)고용부담금)*을 합리적으로 잘 활용하지 못하고, 2017년 현재 (미)고용부담금의 약 71% 정도를 금융기관에 예치해 놓고 있으며, 장애인의 고용지원을 위해 사용해야 할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하 공단)의 2016년에 비해 2017년의 사업비는 늘었으나 전체비율을 살펴보면, 오히려 5%나 낮아졌고, 공단 인건비, 운영비만 늘려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장애인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1990년부터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2017년 현재 민간기업이 2.9%이고, 정부는 3.2%나 되나, 지금까지 실제 공공기관 및 국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는 (미)고용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관행화되고 있다. 더 나아가 고용노동부는『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의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해, 현행 국가·자치단체 공무원 및 근로자, 공공기관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2019년부터 현행 3.0%에서 3.4%로 상향조정하고, 장애인고용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하여 장애인 의무고용률에 못 미치는 장애인 공무원을 고용한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까지 (미)고용부담금 납부의무를 부과한다고 하고 있다. 대부분 OECD 국가들의 장애인 출현율은은 평균 5%정도이며, 우리나라도 인구대비 장애인 출현율이 4.9%라, 우리 장애인계에서는 장애인 의무고용률이 적어도 장애인 출현율과 비슷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우리나라는 이제야 겨우 2.9~3.2%로 향후 장애인 의무고용률이 상향되고 적용시키는 것에 대해 우리 장애계의 준비 및 대비가 철저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여하튼 소득주도 경제성장을 외치면서 들어선 문재인 새정부는 과거 정권과는 달리 진정으로 장애인 고용확대와 소득보장에 있어 좋은 정책을 만들어 주기를 진정으로 바랄뿐이다.
각주1* 장애인, 특히 중증장애인에 대한 소득보장제도는 그 운영원리에 따라 분류해 보면 크게 사회보험, 사회수당, 공공부조로 나눌 수 있다. 아직까지 중증장애인에게 맞는 소득보장제도로 우리나라에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본질적 의미에 입각한 순수한 장애관련 사회수당도 없고, 오직 빈곤하여 받게 되는 공공부조만이 실제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중추적인 사회보장제도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각종 감면・할인을 통한 간접적 소득보장제도는 있다. 실제로 장애율로 따져 직업적 잔존능력이 50%이상 떨어지는 최중증장애인(individuals with a significant disability) 및 중복장애인의 경우 고용이 아닌 실질적인 삶을 보장할 수 있는 정부의 장애인연금제나 공공부조(public assistance) 및 사회수당의 하나인 최중증장애수당을 주게 하는 소득보장제도를 강화해주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각주2* 기업이나 정부기관이 장애인을 고용치 않아 부담금으로 내기 때문에 여기서는 (미)고용부담금이라 하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