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룸 씨!"
밖은 비가 무수히 내리고 있었다. 무릎까지 잠길 정도로. 천둥소리도 가끔씩 들려왔다. 이 호텔의 비참한 최후에 걸맞는.
사무실에서 자신의 짐을 정리하던 글룸이 돌아보았다. 헌 코트를 입은 도윤이 벽에 기대어 글룸을 바라보고 있었다.
글룸은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는 빨리 떠나가고 싶었다. 머릿결을 훑고 가는 하나의 피바람처럼.
"자수하세요."
"네?"
"저지른 일을 전부 경찰에게 말하라고요."
글룸은 말없이 입꼬리를 떨었다.
도윤이 우스워서.
그래서 말없이 웃어보였다.
도윤은 살짝 당황한 듯 하나 이내 말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당신이 저지른 횡령에 대해서도 이미 충분한 증거가 있어요.
당신이 메모리움에 정보 풀었죠? VIP 인원들의 개인적인 정보에 관한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기도 하고,
메모리움에 그렇게 자세하게 정보가 남으려면 직접 가서 정보를 기록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 당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모르기는! 호텔 영업 정지 당한 거 다 당신 때문이라고!"
"그게 왜 내 탓이지?"
도윤은 본인의 가방에서 종이 더미 같은 것을 꺼내들었다.
보안 카메라에 찍힌 모습을 담아 놓은 것들이었다.
글룸은 말없이 사진에 찍힌 실루엣을 들여다 보았다.
글룸은 분노가 치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야?"
글룸의 외침 직후, 번개 하나가 폐허를 앞두고 있는 호텔 하나를 갈랐다.
불이 나가버려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기 전까지.
도윤의 시야에 흉측한 것이 아른거렸다.
글룸의 동공이 천천히 커지고 있었다.
스토리텔러: 이한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