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릭스가 그의 아버지에게서 들었던 마지막 말
"당분간 호텔에 오지도 말고, 호텔 생각 하지도 마."
그의 기억 속에서 온화하고 인자했던 아버지와는 사뭇 다른, 차갑고 냉랭한 명령이었다.
하지만, 낙뢰가 몰아치던 밤, 칼릭스는 아버지 몰래 호텔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책 한 권을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못다 읽었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칼릭스는 책을 놔뒀던 방으로 향했다.
문 틈 사이에서 전등 빛이 새어나오는 중이었다.
누군가 전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칼릭스는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했으나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는 점은
말하는 어투로 대충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칼릭스의 귀에 익숙치 않은 치직거리는 잡음이 들려왔다.
귀에 익은 노래였다.
왠지 모르게 불안감을 자극하는.
그때 문을 박차고 그 직원이 칼릭스를 맞이했다.
"
뭐야, 지배인님의 아들 아니니? 책? 그래, 이걸 읽고 싶었구나.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내가 직접 데려다 줄게.
누구랑 전화했냐고? 그냥 노래 부른거야.
아 그래, 노래는 꺼야지. 나도 방금 일이 다 끝나서 나갈 참이었다.
"
칼릭스는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칼릭스는 몇 달 간 동일한 악몽을 꿨다.
실제 있었던, 그닥 무서운 순간도아니었던 것 같았지만
칼릭스는 그 어떤 꿈보다 소름끼치고 기괴하다고 느꼈다.
가끔 저 직원의 사무실을 지나가거나, 혹은 굳게 닫힌 객실을 지나갈 때마다 저 노래가 들려왔었다.
딱히 좋은 노래도 아닌데 왜 계속 틀어두는 걸까, 칼릭스는 생각했다.
스토리텔러: 황의준, 이한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