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의 모든 건물들이 붉은색으로 물든다. 밤하늘을 뒤덮은 불과 연기 때문에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다.
리마는 더 이상 기억을 재현하지 못한다. '살아있는 기록'이라 불리던 귀중한 감각적 기억들이 무의미한 데이터 조각들로 변해 사방팔방으로 흩어진다.
'리미널 아카이브'는 영원한 폐허다. 기억과 망각의 경계는 사라지고, 남아 있는 것은 완전히 죽어버린 시스템뿐이다.
"내가 원했던 것이... 이것이었나?
호텔에서 마약을 투약 받던 사람들, 부적절한 관계를 가지는 사람들, 약한 것을 학대하는 사람들, 더러운 돈을 주고받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조차 완전히 사라진. 그런 이상향?
...그런 꿈을 꾼 적이 있었나?
...내가..?
"내가 바랬던 건... 아버지의 뒤를 잇는 것뿐이었는데."
완전히 파괴된 리마의 잔해 위에서
그 또한 하나의 잔해가 되어 무너져 내렸다. 돌 위에 돌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불타 없어졌다.
그때 그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무너지지 않으려는 기억 저편의 이성처럼, 혹은 무언가처럼.
응? 저건....
뭐지.....?
스토리텔러: 황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