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미는 오늘 자식들이 온다는 소리에 일찍부터 맞이할 준비를 한다. 아저씨가 먹으라고 준 임연수를 불씨 꺼진 화로의 잔열로 훈제하듯 굽는다. 구이 냄새에 어디선가 숨어있던 고양이들이 하나 둘 나타난다.
이향미는 가지고 있던 부채를 휘둘러 고양이들을 쫓아내 보려 하지만 뒷걸음만 조금 칠 뿐, 머리는 생선에 고정한 채 호시탐탐 기회만 노린다.
점심이 조금 넘어갈 때, 마당에 차가 들어선다. 차에서 아들 규삼이가 내리는 모습을 본다.
"엄마 나 왔어"
규삼은 차에서 술을 꺼내 바깥에 둔다.
"금희 누나는 일 끝나고 매형이랑 오고 지희 누나는 밤에 온다는데"
이향미는 가만히 임연수에 부채질을 한다.
조금 뒤 차 한대가 마당에 들어서더니 딸 금희가 내린다. 금희의 남편이 향미에게 인사를 한다.
"어머니 잘 계셨어요"
집에 있던 규삼이 나온다.
"매형 오셨네요"
이향미는 다 된 구이를 펼쳐진 식탁에 올려둔다. 바깥에 있는 금희, 규삼, 사위는 들어오지 않고 서로의 안부만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