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눈이 떠졌다.
다시 잠들려 했지만 소변이 마려워 지면서 수면에 대한 생각이 사라졌다.
화장실이 마당 건너에 있기에 귀찮음과 추위를 버티며 바깥으로 나갔다.
건설업을 하는 삼촌이 푸세식에서 현대식으로 바꾸어 줬지만 물 비린내와 습기의 냄새는 여전히 적응하기 어렵다.
변기 옆으로 뚫려 있는 작은 창문으로 마당 건너 도로에 있는 가로등이 보인다.
화장실을 나와 돌 밟는 소리가 크게 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히 도로쪽으로 나왔다.
도로 바로 옆에 밭이 있지만 가로등의 빛 때문인지 오히려 밭이 더 어두워 보인다.
바람이 살짝만 불어도 몸이 금세 떨린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라락 거리는 풀소리가 들린다.
가끔 산에서 들개나 멧돼지 같은 짐승들이 내려온다는 이야기가 떠올라 재빨리 방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