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에서 눈이 떠졌다. 얼마나 잤는지는 모르겠지만 바깥을 보니 마을 입구를 방금 막 지나온 거 같다. 느린 속도로 5분정도 지나니 잠이 조금 깬다. 할머니 집에 도착하고 짐을 하나씩 꺼내는데 멀리서 사람 목소리가 울려온다.
구슬프게 울리는 여자 목소리다.
"저거 저 쪽에 사는 여잔데, 밤만 되면 저리 부른다 신경쓰지마"
작은 이모가 무시하라는 듯이 나를 부른다.
저녁시간이 되고 삼촌이 마당에 화로를 가져와 모닥불을 피우고 있다. 그러고보니 엄마가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에도, 돌아가실 때도 못 본 것 같은데, 술을 따르고 마시는 모습이 어쩐지 부자연스럽다고도 생각이 든다.
나는 조용히 일어나 잠시 도로쪽으로 나갔다. 방에 들어가면 눈치가 보여 잠깐 개울가에만 다녀오겠다고 했다.
저 멀리 사람이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평범하지가 않다. TV프로그램에서만 봤지 실제로 몸이 아픈 사람은 처음 봤다. 다가올 때 나도 모르게 눈을 피했지만 이렇게 어두운데 어떻게 돌아다니는지 신기하면서 걱정이 된다.
개울가쪽으로 걸어보려 했지만 걸을 수록 여자의 목소리가 점점 더 선명해지고 커진다.
아까 그 사람을 부르는 건가 하고 더 걸어가자, 나비야라는 말이 선명하게 들려와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눈을 마주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