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목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데 눈이 떠졌다.
누군가 내 등을 발로 툭툭 치고 있다. 돌아보니 삼촌이 장난 칠 때 보여주는 얼굴로 물어본다.
"동현아 너 할 거 없지? 가자"
갈라진 목소리로 어딜 가는지 물어보려 할 때, 바깥에서 마당 돌바닥 자글거리는 소리와 자동차 트렁크 소리가 들려왔다.
"준비해서 나와"
모자와 양말만 챙기고 차에 올라탔다.
앞자리에는 삼촌과 엄마, 뒷자리에는 놔, 작은 이모, 할머니가 탔다.
"에이 여기도 죽어 있네"
마을을 벗어나는 중에 삼촌이 탄식을 했다.
"최근에 산에서 짐승새끼들이 계속 내려와서 다 물어죽인다니까, 엄마도 조심해"
창문으로 보니 회색털을 지닌 걸로 보이는 개가 빨간색으로 여기저기 찢겨있다. 차 안에 있어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오히려 그 탓에 가는 내내 더 강렬하게 인식된다.
엄마에게 우리가 지금 어디 가고 있는지 묻자, 삼촌이 법흥사라고 대답해줬다.
전에 한 번 갔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