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왔다. 동생 기중이랑 언니들이 자주 엄마 집에 왔다 갔다 하며 이것저것 손을 봐서 그런지 한번씩 올때마다 집의 분위기가 바뀌는게 느껴진다. 어릴 때 사용하던 똥간은 사라지고 수세식으로 바꾸면서 전보다 집은 깨끗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허전하다. 동현이와 차에서 짐을 나누어 들고 마당을 건너자, 부엌의 현관문이 열린다. 마당의 돌 밟는 소리를 들었나보다.
열린 문으로 엄마, 규삼이, 금희 언니가 보인다.
"엄마~ 누나랑 손자 왔다"
엄마가 철로 된 반죽 밀대를 들고 있던 걸로 봐선 지금까지 국수 반죽을 만들고 있었나 보다.
차는 안 막혔어?
요새는 내비 덕분에 안 막히네
누나 여기 올 때 저기 마을회관으로 찍으면 더 빠르더라
언니, 철희 언니는 언제 온대?
형부 일 끝나고 온다네, 한 20분쯤 걸린다고 했던가?
오는 길은 조금 힘들어도 강원도 시골 추위와 데운 아궁이로 올라오는 온돌의 뜨거움, 회색의 압력밥솥부터 물컵까지 집에 있다는 편안함이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