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도 안지났는데 어른들은 슬슬 잘 준비를 하고 있다.
사촌들은 대부분 결혼 혹은 일 때문에 바빠서 못 왔다고 들었다.
그렇지만 숨은 뜻은 내가 아는 만큼 어른들도 알고 계실거라 생각한다.
어른들의 시선을 피해 끝에 위치한 방에 누웠다.
온돌과 제일 멀어서인지 어른들은 냉난방이 하나도 들지 않는 이 방을 피하시는 것 같다. 게다가 뒷 산과 가장 가깝기도 해서 벌레가 많다.
천장에 파리가 붙어있는데, 생각해보니 할머니집 바깥에서 파리를 본 기억이 거의 없다.
"동현이는 그 장롱에 이불 펴고 자면 된다"
방에 누워 스마트폰을 하고 있을때 할머니가 들어오셔서 이불을 깔아주신다.
20년 넘게 자주는 아니어도 명절마다 이 집에 오지만 할머니도 그렇고 달라졌다는 생각이 한 번도 들지 않는다.
옛날 나선 모양의 백열전구.
한 쪽 벽에 세워진 진빨간색의 밥상.
2014년 10월에 멈춰 있는 달력.
달력의 시간처럼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시간이 정지해놓은 곳 같다.
할머니는 짧게
"응, 어여 자"
라고 말씀하신 뒤 문을 닫고 나가신다.
잘 기억이 안난다. 그냥 폰 좀 하다가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