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법흥사에 간 사이에 철희 언니와 형부가 집에 와 있었다.
마침 갔다오며 산 고기가 있어, 밖에서 테이블을 펴서 먹기로 했다.
오랜만에 평소에 못 마시던 술까지 마시니 이런저런 얘기가 나온다.
우리 그 어린 나이에 학교 갈려면 새벽에 일어나서 부모님 일 도운 다음에 학교까지 한 시간 걸어서 가야했잖아
불도 하~나도 안 켜진 곳에서 애들끼리 얼마나 무서웠겠냐
왜, 나 옛날에 자전거 타고 밤에 집에 오다가 길에 하얀색 뭔가가 팔랑팔랑 거리는 거야 불도 없으니깐 그냥 그 자리에서 멈춰서 보고 있는데, 한 몇 십분 지났을거야. 아 이러면 집에 못 가겠다라고 생각하니깐 에라 모르겠다 하고 딱 갔다?
근데 알고보니깐 그 짚을 흰색 천으로 감싸잖아. 그거 쪼가리가 흔들거리는 거야
야 그때 나도 있었잖아, 니가 가서 확인해보겠다고 갔더니 울면서 막~ 귀신 아니라고
학교에서도 이상한 거 많이 했어
잔디 심겠다고 애들한테 씨앗 주워오라고 하고, 뭐 주워오라하고. 근데 또 집에 가면 그거 주울 시간이 어디있어. 밥 하고 밭일 하고 하다보면 어두워서 하지도 못하지. 옛날 선생님들 보면 지랄인 놈들이 많아
아 누나 여기 올 때...
금희 언니는 아빠가 부르면 맨날 울면서 피했잖아. 닭똥눈물 흘리면서 이이잉 나는 싫다고 하면서
야 아버지가 맨날 부르면 여기 좀 주물러봐라 하고 하는데, 그 손 아프게 마사지 몇 시간 하는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근데 이상하게 아버지가 금희야 하고 부르기만 하면 눈물이 막 나오데?
어릴 때는 몰랐는데 형제자매 있다는게 위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