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8 책 『사랑과 결함』(예소연 저, 문학동네, 2024)
발제자: 장수빈
발제 1. 우리는 우리를 돌봐야 해, 「우리 철봉 하자」
「우리 철봉 하자」는 크로스핏을 하며 만난 두 주인공, ‘나’(석주)와 ‘맹지’의 연대와 그들의 성장이 중심이 된다. 과거 남자친구와의 연애에서 임신중절 수술비를 받지 못한 경험으로 인해 연애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는 석주는 깊은 관계 맺기를 피하고, ‘담당자가 예민하고 페미 같다는’ 이유로 해고당한다. 이러한 사건들은 석주를 소외된 존재로 느껴지게 한다. “남친이 (살을) 뺐으면 좋겠다고 해서” 크로스핏을 시작했다는 맹지는 그의 말에서 드러나듯 타인에게 받는 인정과 그 속에서 얻는 안정감을 중시하는 인물이다.
이 소설에서 여성들 간의 연대는 단순히 상처받은 자아를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관계를 통해 더욱 강해지고 주체적인 존재로 성장하는 과정으로 그려진다. 석주와 맹지는 각자 연인들로부터 받은 상처를 안고 있지만, 그 상처를 여성 간의 진정한 연대를 통해 극복하고,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자신을 더욱 온전하게 만들어간다. 이들의 성장은 외부에서 가해진 폭력—전 애인, 현 남자친구, 그리고 '페미 같다'는 이유로 석주를 해고한 회사 등—에 대한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외부의 폭력에 맞서는 연대의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세상은 그녀들에게 상처를 주었을지 모르나, 그 상처는 오히려 서로 연대하며 성장하도록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
- 우리는 어떻게 연대해야 서로의 주체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까요?
발제 2. 참을 수 없이 미워지지만 그럼에도 흠뻑 사랑하는 그녀들, 「사랑과 결함」
「사랑과 결함」은 가족 내 여성 구성원 간의 갈등과 애정(애증?)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화자 ‘성혜’는 자신을 깊이 아끼는 고모 ‘순정’을 흠뻑 사랑하면서도, 성혜의 어머니 ‘민애’를 괴롭히는 고모의 행동 때문에 고모에게 애증을 느낀다. 순정은 결혼과 가정이라는 사회적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이혼 후 정신적 고통을 겪으며, 그로 인한 우울증과 히스테리 증세를 보인다.
이혼으로 인해 조울증을 앓으며 점차 망가져가고, 올케인 민애를 미워하는 순정의 모습은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가 개인에게 미치는 억압적 영향을 암시한다. 늦은 나이에 애딸린 남자와 결혼을 했다가 이혼을 한 ‘순정’은 사회에서 정상적인 개인으로 간주되지 않으며, 정신적 고통을 겪는 비정상적 존재로 낙인찍힌다. 순정과 민애는 분명 서로가 서로에게 불편한 존재였을 것이다. 그러나 순정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말을 건 사람은 남동생인 상남도, 조카인 성혜도 아닌 올케 민애였다. 미움으로만 대했으나 사실은 가장 의지했던 사람. “민애야”라는 순정의 말에 "저도요."라고 대답한 민애의 말 사이의 공백에는 어떤 마음이 자리하고 있을까.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
- 순정과 민애와 같이 미움과 연민, 사랑으로 엉킨 관계들을 주변에서도 종종 보는 것 같습니다. 어떤 관계들이 있을까요?
발제 3. 우리 모두의 태수 씨에게, 「그 개와 혁명」
페미니스트인 ‘수민’은 아버지 ‘태수 씨’와는 가치관 차이로 인해 갈등을 겪는다. 태수 씨는 과거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인물로, 유교적 가부장제를 당연시하며 살아온 인물이다. 그는 노동 운동과 혁명적 정신을 강조하지만, 그가 삶에서 실천한 것들은 때로 페미니스트인 수민의 가치관과 충돌한다. 제사상 앞에서 반바지도 못 입게 하고, 남자가 무조건 집을 해야 한다는 게 요즘 여자들의 생각이냐고 묻는 태수 씨지만 그럼에도 수민은 태수 씨를 사랑한다. "모든 일에 훼방을 놓고야 마는 사람"인 태수 씨처럼, 수민도 그의 장례식에서 한바탕 난장을 벌인다. 장례식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난장판. 이는 태수 씨를 향한 애도이자, "우리의 적은 제도"라는 태수 씨를 흉내 낸 수민의 말처럼 두 사람의 가치관 차이를 넘어선 화해, 그리고 결국 아버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유머러스하고도 진중한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
- 수민은 “태수 씨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태수 씨가 아프고 난 다음에야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어떨 때 내가 상대방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을까요?
[더 나누고 싶은 이야기]
- 사랑이 깊어지면 미움의 크기도 커져가는 것 같습니다. 미움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 것이 어쩌면 사랑의 속성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