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리 : 흐린 친구에게 보내는 모과
고우리 : 흐린 친구에게 보내는 모과
때
2025. 8. 8 ― 28.
*개회 : 8. 8.(금) 17:00
곳
소현문 (수원 팔달구 월드컵로357번길11-20)
그에게는 주어진 땅이 있고 그곳을 가꾸는 손이 있고 그때를 기다리는 친구가 있다. 때로 방바닥 가득, 때때로 손바닥만큼 펼치는 천마다 남 모를 고백이 들린다. 땅 끝, 천 가장자리 곳곳에 실로 오랜 사연이 풀린다. 수많은 가닥을 길게 늘이거나 엉켜서 뭉친 자리마다 여름 장마의 결연한 얼굴로 모과를 심는, 친구가 있다.
인터뷰 : 고우리-백필균 (2025)
백 : 이전 인터뷰에서 당신은 작업이 일종의 ‘친구’라고 응답했는데, 요새도 같은 생각인가?
고 : 그 말을 했을 당시 누군가와 나란히 내가 너인지, 너가 나인지 모를 만큼 (두 사람이)같은 생각으로 한참 떠들었던 경험이 있었다. 그때의 감각이 작업하는 과정에서의 그것과 비슷하게 느꼈다. 수다스러운 한편, 작업이 나와 분리되지 못하거나 나를 매몰하기보다 나로부터 독립되기를 바라였다. 결국엔 독자적인 존재로서 이 ‘친구’(작업)가 따로 지내고, 좋은 곳에 가고, (나를 대신하여)빛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은 잘 모르겠다. 순간적으로 작업이 '흐릿한 거울' 같다고 생각한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지만 무얼 하는지 모르겠고, 종종 내 밑바닥을 마주한다. 스스로를 설득하는 중이고, 내 복잡한 상태를 자주 마주한다. (작업은 내가 하는 것이)정확히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는 아주 답답한 거울이다. 최근 작업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진행하니까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마주하는데, 그 때문인 것 같다.
백 : 최근 작업을 소개해달라.
고 : 이전에는 ‘관계의 불안’에 집중하였다면, 최근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결된 관계’에 관심 있다. 2021년 캔버스 조각을 바느질로 연결하는 작업을 이어오다가 관객 중에 그것을 여성주의로 읽어내는 시선이 있었다. 이에 의문이 생겨서 올해(2025)는 그것을 보다 고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작업에서는 나와 멀거나 가까운 관계의 여성들이 함께 바느질하는 등 내가 설계한 방식으로 타인과 교류하는 환경을 조성해 보았다. 그것은 내게 일종의 담금질이다. 그 과정에서 내 자신을 향한 질문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고행길이 펼쳐졌다.
백 : 기존 관객 반응에서 여성주의가 언급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앞선 비평이 작업 과정 뿐 아니라 결과물의 형식에도 영향을 주었을까?
고 : ‘바느질’이라는 행위, ‘손’이라는 신체성의 반복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여성적 노동이나 감정의 언어와 연결되었다고 느꼈고, 주변의 시선에서도 그렇게 해석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작업을 할수록 점점 ‘이것을 여성성이라고 볼 수 있을까?’, ‘나의 작업은 내가 여성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이렇게 보이는걸까? 아니면 그것을 추구하는 것일까?’ 질문이 생겼고, 지금까지의 생각으로는 여성성으로 보일 수 있음을 인정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방향은 여성주의 하나가 아니다. 나는 ‘인간’, ‘관계’, ‘감정’에 관심있다. 그래서 올해 결과물에서의 태도도 조금 달라졌다. 이전에는 모양을 정리하고, 나의 기준에 도달할 때까지 끌고갔다면, 이번 작업에서는 타인(과)의 느슨한 상태를 받아들이는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감정에 솔직하게 가닿는 것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백 : 진행 과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고된 길로 나아가기를 자처했는데 이전과 다른 흥미를 작업에서 찾았을까?
고 : ‘역시 내 자신에게 타인은 알 수 없는 세계구나’를 느꼈고, 사람(나)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웃픔(웃음과 슬픔)’을 느꼈다.
백 : 여기서 웃음의 출처는 어디인가?
고 :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10년이고,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내 자신은 그대로라고 느끼는 점이 그렇다. 위에서 웃음은 하하 호호 기쁘다는 의미보다 자기반성과 허무에 가깝다. 일종의 포기에서 오는 반어적 유머거나 어이없는 상황에서의 자조적 반응에 가까운 것 같다.
백 : 왜 세상은 변하는데 자신이 그대로라고 느꼈을까?
고: 세상은 진짜 부지런히 바뀌던데, 나는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해 ‘관계란 뭘까?’, ‘이 감정은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 질문하며 주저하고, 망설인다. 같은 지점을 맴도는 느낌이 든다. (작업)처음에는 여성성과 연결된 언어와 방식에서 출발했지만, 결국에는 인간이 느끼는 감정의 구조를 들여다보고, 그것과 그 주변을 아우르는 전체로 시선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어쩌면 그래서 (내가)계속 작업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
소현동행 25
*우마카 퍼포먼스 : 8. 8.(금) 15:00~16:00
*작가와의 대화 : 8. 12.(화) 16:00~17:00
*원더풀 우만 건축가와 토크 : 8. 23.(토) 17:00~18:30
운영시간
12:00~19:00, 매주 수요일 휴관
*18시 40분 입장 마감
프로젝트 협업
고유진, 권세은, 김기자, 박수연, 신현진, 신호연, 이순주, 정수현
영상 촬영
박지인
작품 촬영
배한솔
작품 운송
이승환(킹콩 익스프레스)
도움 주신 분들
김영민, 김해찬
주최
소현문
주관
고우리, 백림기획, 마음랩
큐레이팅
백필균
전시 운영
이유린
후원
수원특례시, 수원문화재단
*수원문화재단 「2025 문화예술 창작지원」 사업 선정(고우리)
Ko Woori_I Lost Friends Last Friends
Date
Exhibition : 8 ― 28 August 2025
Opening reception : 8 August, 5 p.m.
Venue
Sohyunmun
Open Hours
12:00~19:00, Every Wednesday closed
Project Collabolator
KO Youjin, KWON Se-eun, Kim Kija, BAK Sueyeun, SHIN Hyeonjin, SHIN Hoyeon, LEE Soonjoo, JEONG Suhyun
Video record
PARK Ji-in
Photo record
BAE Hansol
Hosted by
Sohyunmun
Organized by
KO Woori, White Forest Agency, Maum Lab
Curated by
PAIK Philgyun
Exhibition Manager
LEE Yurin
Supported by
Suwon City, Suwon Cultural Found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