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유: 바람맞이 연습

소현문 2023.11. 10. 12. 17. 


개회식

11.10.(금) 18:00-20:00


주민현 시 낭독회

11.18.(토) 16:00-18:00

안소연_빛과 벽 - 이른 봄에서 겨울 창문까지.pdf

가을비가 한밤을 적시고 겨울로 접어드는 길목, 《바람맞이 연습》은 빛과 벽이 서로 마주하는 회화의 숲에서 스타일(style)과 타입(types), 삶과 이미지, ‘너’와 ‘나’를 바라보는 김대유의 작업을 조명한다. 그가 2014년 미발표작부터 2023년 최근 신작까지 이어가는 일련의 연작은 '바람'을 맞이하는 연습이다. 연습하는 전시는 오지 않은 누군가를 기다리며 회화가 현실로, 현실이 회화로 옮기는 무언가를 살핀다. 오래된 물음은 가까운 가치를 드러내고 낯선 울음은 먼 곳을 향해 나아간다. 


김대유, 안소연, 백필균


시, 낭독

주민현


포스터 디자인

윤충근


사진 기록

양이언


작품 운송

뉴아트


주최

소현문


주관

김대유, 백림기획


전시 기획 및 큐레이팅

백필균


후원

경기도, 경기문화재단


감사한 분들

전상배, 김동휘, 구의진, 김형원, 안성석, 이지희, 정희수, 최원서

[작가의 글]

(2023)

어릴 때 매일같이 그림을 그리면서도 정작 화가들의 그림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볼 수 있던 그림이라고는 초등학교 미술 교과서에 실린 것들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어쩐지 〈피레네의 성〉을 처음 보았던 순간만큼은 또렷이 남아 있다. 공중에 떠 있는 바위성이라는 이상한 풍경이, 더 이상하리만치 당연스럽게 여겨졌다. 현실에선 말이 될 수 없는 것이 그림 속에서 너무나도 평온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거기 있었다. 그것을 두고 이상하다고 말하는 관객이 도리어 이상하다는 듯이.


베를린 도심 속 넓은 공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당연하다는 듯 산책로가 이리저리 조성되고 야트막한 관목들이 심어진 정원 딸린 공원을 상상하고 있었다. 근처 지하철역에 내려 음식을 사들고 공원을 향해 걸었다. 해가 살짝 기울었지만 여름의 낮은 길고 아직 밝았다. 건물들이 높지 않아서 나무들이 그보다 높이 자라 있었고 나무와 나무 그늘 사이로 건물들이 하얗게 빛났다. 그리고 길 저편에 하얀 벽이 보였다. 그곳엔 나무도 나무 그늘도 없는 것 같았다. 저 벽은 왜 저렇게 하얗게 빛날까. 궁금해하며 하얀 벽을 향해 걸었다.


다다른 길 끝에 벽은 없었다. 다만 하얀 하늘, 잡풀이 자라는 시멘트 바닥, 아스팔트, 그리고 공원. 내가 본 건 무엇이었을까. 하얀 벽, 혹은 빛.


(2022)

우리집. 내가 사는 아파트가 거대한 성벽처럼 보일 때가 있다. 집 앞 보도블록. 흰 물감이 덮인 길과 눈이 내린 캔버스. 빛나는 꽃들. 흰 철쭉은 흰색이 아닌 것 같다. 옥상. 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없고 계단 끝에는 하늘이 있고 해가 져도 아직 밝다. 돌아오는 길. 얼마만큼 부서져도 여전한 풍경. 도로반사경. 내가 있는데 거울에는 내가 없고 어두운 밤만 있을 때. 죽은 꽃들. 해바라기는 항상 내 기억보다 크고, 나는 해바라기가 크다는 사실에 매번 놀란다. 같은 곳을 오고가는 일상이 문득 새삼스럽고, 이 새삼스러움은 흔한 일이다. 다른 시간의 같은 길들을 묶어 일상이라고 부르게 된다. 동선(動線)이라고 쓴다. 변하는 움직임을 고정된 선으로 그려본다. 매번 달라지는 순간들을 평범한 일상이라 부르며, 형체 없는 시간들에 구태여 몸을 보태는 일. 그런 새삼스러운 일상.


(2021)

길을 걷다 보면 어딘가에 눈이 걸린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하늘에 뜬 구름, 바닥에서 자라던 풀과 꽃들. 어떤 시대 어떤 순간에도 있었을, 그래서 과거의 누군가도 보았을, 그리고 미래에도 그럴 것인 장면들. 그것들에 시선은 붙잡히고 고개가 돌아간다. 시간이 실제보다 길게 느껴진다. 그런 순간을 그려낼 수 있을까. 정적으로 보이는 것에도 변화가 있다. 맑은 날 보이는 구름도 가만히 누워 바라보면 조금씩 움직이고 창밖에 보이는 야트막한 언덕도 조금씩 흔들린다. 한 번에 파악하지 못하기에 찬찬히 오래 두고 보아야 한다. 얼굴을 보는 것이 걱정스럽다. 알고 있는 얼굴이 매일 바뀐다는 것이, 매일 옅게 여러 번 보아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 걱정스럽다.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될까 봐, 그렇게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채로 살까 봐 걱정스럽다. 그림은 내가 본 것을 계속 쌓아올려서 그 사이 어디쯤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누구도 나뭇잎의 순간을 볼 수 없고, 그래서 본 적이 없고, 그렇기에 그것을 그릴 수 없다면 나뭇잎의 자리들을 그리고 싶다. (글 김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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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flet

KIM Daeyou _ Windward

Sohyunmun 10 November 17 December 2023


Opening reception

18:00-20:00 10 November 2023


Poem and public reading by Joo Minhyeon

16:00-17:00 18 Novermber 2023


*

Text

KIM Daeyou, AHN Soyeon, PAIK Philgyun


Poem recited by

JOO Minhyeon


Poster designed by

YOON Choonggeun


Photo 

YANG Yian


Shipped by

New Art


Hosted by

Sohyunmun


Organized by

KIM Daeyou, White Forest Agency


Produced and curated by

PAIK Philgyun


Supported by

Gyeonggi Province, Gyeonggi Cultural Found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