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긋한 이유
신유보 · 혜야
혜야의 글
늘상 마주하는 것들은 자칫 그 가치가 폄하되기 쉽다. 매일 보는 사람들과 풍경, 늘 쓰는 물건 그리고 항상 느끼는 감정들. 모두 너무 익숙하기에 다소 식상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매일 특식을 먹으면 그게 특식일까? 평소에는 밋밋한 밥을 먹다가 가끔 유난히 맛있는 음식을 먹어줘야, 맛난 음식이 더 빛을 발하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하루하루가 별일이 없기에, 특별한 날이 더 가치있게 느껴진다.
그런 보통의 날들이 모여 우리 마음 속에 단단한 지지대를 만든다. 이는 우리가 높이 자랄 수 있는 뿌리요, 우리 마음의 기본 양식이 된다. 몸과 마음은 보통의 날들에 기반을 두고 밖으로 밖으로, 때로는 안으로 안으로 뻗어나간다. 즉 삶의 중심은 비슷비슷해서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들에 있다. 평범한 하루 없이는 우리의 인생도, 그리고 특별한 날도 존재할 수 없다.
나는 그렇게 매일 보고 느끼는 것들을 그린다. 보습 크림을 바른 종이에 수채화 물감으로, 투명 아크릴 판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리고 종이나 아사천에 유화 물감으로.
다른 한편으로 나는 익숙한 것에서 낯선 부분을 찾기도 한다. 우리가 잘 아는 것을 살짝 비틀면 그곳에는 재미, 유머, 심지어 철학적인 사고가 있다.
사실 만물에는, 가장 지루하고 비천해보이는 것에도, 재미와 감동이 있는 것이다.
그렇게 나의 작품 중 ‘손장난’과 ‘눈물’ 시리즈가 만들어졌다. ‘손장난’은 늘 사용하는 ‘손’의 행위 속에서 에로티시즘을 본다. 그리고 ‘눈물’은 인공 눈물을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함으로써, 가짜인 눈물이 그림 속에서는 ‘진짜 눈물’의 역할을 하도록 한다. 진짜와 가짜 사이의 혼동을 목표로 그린 작업이다.
가장 보통의 것이 가장 아름답고, 또 가장 깊이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회화는 ‘보통의 날’을 헤아리고 곱씹는다. 그렇게 해서 나온 작업들은 있는 그대로의 날들을 보여주기도 하고, 살짝 비틀린 날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내가 늘 마주하는 것들에서 본 아름다움을 남들과 나누기 위해, 오늘도 그림을 그린다.
사랑하는 나의 친구 D 1
2024
나무 패널에 유채
20×20cm
The Lazy Reason
Calling
Shin Youboh, Heya
Date
Exhibition : 4 Jully ― 22 September 2025
Venue
Bartos Cof
Open hours
08:30~19:00, Every Sunday closed
Hosted by
Sohyunmun
Organized by
White Forest Agency, Maum Lab
Produced and crlghlr urated by
PAIK Philg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