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 과 배려, 그 실천의 목소리를 담다”
인터뷰이: 이시연
인터뷰일: 2025. 5. 2.
장소: 경기스마트 고등학교
인터뷰어: 이형민
이 인터뷰 프로젝트는 세계시민교육의 철학과 유네스코 중앙교육연구회의 프로젝트 활동으로 교육현장에서 묵묵히 존중과 배려를 실천하는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위기 속에서도 묵묵히 아이들과 학교를 지켜주신 교육복지사 선생님들의 이야기는, 그 어떤 명예나 승진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순수한 봉사와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저는 늘 현장의 주춧돌이 되어주신 이 분들을 존경해왔습니다. 이번 기록이, 그들의 헌신을 기억하고 존중과 배려의 가치를 다시금 우리 교육공동체 안에 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역의 희망을 잇는 사람들
- 교육복지사 이시연님 인터뷰
“학교와 마을, 아이와 이웃 사이를 잇는 다리.
누군가는 그것을 ‘교육복지’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그것을 ‘사람을 돌보는 일’이라 말합니다.
오늘, 우리는 그 다리 위를 묵묵히 걸어온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합니다.”
1장. 교육복지의 출발선
Q.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교육 복지, 교육 복지의 가치 혹은 교육 복지는 이것이다. 라고 생각하시거나 혹은 교육 복지는 이건데 사람들 모든 사람들 이걸 알아주세요. 라고 생각하시는 단어나 혹은 문장이 있으신가요?
A. 저에게 교육복지는 ‘학생이 중심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모든 지원의 방향은 학생의 입장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실 속에서 아이들은 각자의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학교도 사회도 보이지 않는 기울어짐이 있기에 그 균형을 잡아주고 조정해주는 역할을 교육복지사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복지는 어느 날 한 번의 특별한 행복을 만들어주는 일이 아닌, 학생의 일상 속에서 조금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 과정의 한가운데서 아이들의 일상을 지지하고, 그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 교육복지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믿습니다. 학생들이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게 교육복지라고 생각합니다.
Q. 오랜 기간 동안 교육복지사로서 활동을 많이 하셨고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고 다양한 가족들을 만나셨는데 혹시 기억에 남는 아이나 가족이 있으신가요?
A. 처음 근무했던 해에 만난 남매가 기억에 남습니다. 그 아이들은 알코올 중독인 어머니, 동거남과 함께 살고 있었어요. 이 친구들은 학교에서 모든 분노와 본인의 갈등을 다 표출하는 바람에 선생님들도 굉장히 힘들어 하셨고요. 저도 힘들었는데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관찰하고 대화하며, 신뢰를 쌓는 데 집중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친구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았었기 때문에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교육복지는 단기적 지원이 아닌 아이의 변화를 기다리는 인내의 과정임을 깨달았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 이면의 숨겨진 고민을 함께 나누며 지원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며 교육복지사의 역할임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2장. 함께 만들어가는 변화
Q. 선생님께서는 학교에 어려움이 있을 때 지역사회의 모든 네트워크 협력을 통해서 친구들을 도와주려고 하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 혹은 이러한 협력을 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나 혹은 가치가 있으신가요?
A. 저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사람이 재산이다’라는 믿음입니다. 이 일은 결국 사람이 사람을 돕는 일이기 때문에, 어떤 제도나 시스템도 사람이 진행해야하니 무엇보다 큰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복지사로 일하면서 이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모든 일은 사람을 통해 이루어지고, 관계 속에서 해결의 실마리가 생깁니다. 그래서 저는 지역 기관 선생님들을 항상 존중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분들이 제게 도움을 요청할 때, 그것은 결국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저는 제가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내어주는 마음으로 협력합니다.
이 일은 주고받음의 정확한 균형이 아니라, 서로의 상황 속에서 가능한 만큼을 나누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4온스만큼 내어주면, 저는 그 이상이라도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결국, 교육복지의 협력은 사람을 중심으로 한 신뢰와 존중에서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Q. 그래서 선생님이 정말 대단하시다는 걸 느낍니다. 함께 일을 하면서 인상 깊었던 지역 협력기관 혹은 지역 유관기관 선생님들 혹은 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A. 기억에 남는 사업으로는 첫 번째로, 지역 상인회에서 진행하는 아침밥 지원활동이 있습니다. 제가 처음 학교 왔을 때 지역 상인회에서 아침을 굶는 학생들을 위해 아침밥을 지원해주셨습니다. 이 활동의 시작은 학교의 학부모회였고, 제가 근무할 시점에는 지역상인회에서 주도적으로 참여 해 주셨어요. 상인회 분들과 학교, 그리고 선생님들이 협업을 해서 아이들 아침밥 지원을 할 수 있었고 점차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서 그 곳에서 아침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저는 매일 아침 그곳에 가서 아이들 식사 지도를 지원하고 아이들 학교로 이제 인솔하였습니다. 지금 이 활동은 시지원으로 지역기관의 공간을 내어주며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15년 가까이 꾸준하게 이어이며 지원되는 활동을 위해 참여해주시는 상인회 분들이 정말 대단한 분들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그분들이 정말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두 번째는 코로나 이후로 시흥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할 때 ‘시흥 다어울센터’와의 협력사례입니다. 이곳은 어린이재단 초록우산에서 운영하는 기관으로, 여러 지역 기관들이 협력하여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정책방향과 예산규모에 따라 운영해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시 다문화 가족을 위한 모국어 수업을 운영해야하고 학생모집과 사업협력 요청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학교현장은 이미 모국어만 사용하는 학생들을 위한 한국어수업이 필요했습니다. 이에 이 기관은 지원방향을 과감하게 변경하여 학교현장에서 필요한 한국어수업을 개설하고, 이주배경 학생들이 한국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학생들의 모국어로 된 해설집과 안내자료까지 제작지원을 해주셨습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한국어를 배워 학교에 적응을 하며 소통이 보다 원활해졌습니다. 이는 현장에서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고 사업의 방향을 크게 넓혀서 지원해준 멋진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도 그분들이 정말 대단해보였고 감사했었습니다.
3장. 현실과 제도 사이에서
Q. 교육 복지 사업을 운영하시면서, 혹은 업무를 하시는 중에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있으셨나요? 있다면 언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A.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학생을 지원하는 방향을 두고 관리자와 의견이 다를 때였습니다. 제가 지원하고자 하는 방향이 있는데 저와 관리자분들의 의견차이가 조율되지 않을 때 저는 그게 너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하나는 사각지대에 있는 친구들을 만날 때입니다. 경제적으로는 어려움이 없지만, 정서적으로 도움이 필요하거나 돌봄이 필요한 경우 부모의 동의가 없으면 지원할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아이가 힘들어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일 때 많이 힘든 힘들고 괴롭고 그랬던 것 같아요.
4장. 변화의 지속성과 보람 5장. 교육복지의 미래를 그리다.
Q.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그러한 순간들로 기억을 하셨다면 이 업무를 하시면서 친구들을 만나면서 가장 기억에 남고 가장 보람이 있었던 순간은 있다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A. 아이들이 우선 웃고 있을 때 제일 행복하고 보람됩니다. 그 웃음이 잠깐의 스쳐가는 것이 아닌, 부모의 변화로부터 시작된 웃음일 때 보람을 느낍니다. 생활 속에서 아이만 변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부모가 먼저 바뀌면 아이의 생활도 일시적이 것이 아닌 지속적인 변화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부모가 변했을 때 그 때가 더 보람된 것 같아요. 그러면 그 아이는 제가 살피지 않더라도 계속 그 변화된 생활 안에서 살 수 있거든요. 결국 아이의 변화는 부모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보다 먼저 부모의 변화에 희망을 두고, 그 변화가 만들어내는 아이의 웃음을 볼 때 큰 행복과 보람을 느낍니다.
Q. 앞으로 선생님이 개인적으로나 업무적으로나 이루고 싶은 꿈이나 바람이 혹시 있다면 무엇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A. 작년부터 계속 생각만 하고 있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아직 실천하지는 못했지만, 교육학을 좀 더 깊이 공부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교사들과 협력하면서 교육의 본질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어졌습니다. 지금은 현장에서의 경험으로 학생들을 바라보지만, 앞으로는 학문적으로도 교육을 탐구해 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또 하나의 바람은, 모든 학교에 교육복지사가 배치되는 것입니다. 상담교사, 보건교사, 사서교사, 영양교사도 처음에는 여러 어려움과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이제는 학교 현장에서 필수적인 전문 인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유독 교육복지사만은 제도적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담당자의 신규배치와 배정보다는 기존 업무에 부가적인 형태로 배정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대두되는 ‘학생 맞춤형 통합지원’이나 ‘교육복지 안전망’시스템에는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가 학교현장에서 학생을 직접만나 지원하는 것이 그 본질적인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산문제 등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효율적으로 예산을 분배하고 운영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모든 학교에 교육복지사가 배치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Q. 교육복지사 혹은 사회복지사를 꿈을 꾸고 있는 이러한 이제 미래 꿈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혹은 이런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혹시 있으시다면 무엇이 있나요?
A.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진정성을 가지고 임한다면 분명히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물질적 보상이 아니라,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를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하는 일입니다. 이 일을 꿈꾸는 젊은 분들에게는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쉽게 권하고 싶은 직업은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흔히 말하는 ‘3D 업종(힘들고, 어렵고, 위험한 일)’처럼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만큼 현장에서 마주하는 상황이 복잡하고, 정서적으로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정말 이 일이 하고 싶고, 자신의 적성과 가치관이 여기에 맞는다면, 그때는 완전히 다른 의미가 됩니다.
이 일의 가치는 물질적인 것보다 정서적인 만족, 그리고 사람을 통해 얻는 성장에 있습니다. 주변의 인정보다도, 스스로 느끼는 의미와 성취가 더 중요합니다. 또한 교육복지사는 교사나 행정직 공무원처럼 ‘공식적인 교직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그 차이에서 오는 자격지심이나 제도적 한계를 느낄 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내려놓고, 아이들과 함께 성장한다는 본질에 집중할 수 있다면 정말 보람되고 멋진 일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