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터뷰의 시작
몽골에서의 의료봉사와 SDGs 활동을 통해 현장의 의미를 직접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큰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봉사활동 후 사석에서 김자옥 교수님과 함께하며 나눈 대화는 저와 학생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교수님의 교육 철학과 간호학, 그리고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관점을 더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자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2. 함께 나눈 이야기
#1. 교수님의 길과 교육 철학
인터뷰어: 교수님, 간호학과를 선택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당시 꿈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김자옥 교수님: 사실 저는 '선 지원 후 시험'이라는 사회적 제도에 의해 대학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당시 부모님께서 의대, 약대, 치대, 한의대에 못 갈 바에는 여자들만 경쟁하는 간호학과에 가라고 추천하셨죠. 제 인생의 꿈은 부모님처럼 과학 선생님이었기 때문에, 간호학과를 꿈꾼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간호학과를 다니면서 수많은 방황을 했지만, 졸업 후에도 교육자의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 덕분에 간호학을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어: 지금은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신데요, 임상 경험이 교수님의 교육이나 연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김자옥 교수님: 저는 주사 맞는 것을 너무 무서워해서 제가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소아과 병동에서 일할 때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간호학을 가르치려면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임상 경험이 없다면 간호의 꽃인 임상을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교육할 수 있을까요. 지금도 우리나라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분들이 계시기에 우리나라 간호학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해요.
인터뷰어: 그렇다면 지금은 임상을 벗어나, 대학교에서 재직 중이시잖아요. 학생들에게는 어떤 교육자로 기억되기를 바라세요?
김자옥 교수님: 제가 진심으로 원해서 선택한 간호학은 아니지만, 학생들에게는 간호학을 넘어서 진정한 교육자가 되길 희망합니다. 인간을 변화시키는 것은 교육이라고 생각하기에, 교육에 진심인 교육자로 기억되고 싶어요.
#2. SDGs와 현장에서 배우는 세계시민교육 활동
인터뷰어: 몽골 공항에 도착했을 때 교수님께서 공항에서부터 SDGs 플랭카드를 들고 홍보 하시고, 기념 촬영을 하시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SDGs 교육과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김자옥 교수님: 2024년 1월에 코이카 WFK(World Friends Korea) 46기 라오스 단장으로 파견되었을 때, 저희 팀의 주제가 SDGs였어요. 2주간 라오스 봉사를 하면서 SDGs에 대한 기본 개념과 다양한 논문을 찾아보게 되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죠.
인터뷰어: SDGs에 대한 논문을 찾아볼 생각은 못했어요. 어떤 논문이 인상깊었는지 그리고 의료인의 역할과 SDGs의 접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자옥 교수님: 저는 코이카에서 WFK와 SDGs를 분석한 논문이 기억에 남아요. 꼭 한번 찾아서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SDGs는 보편적인 인류의 건강 증진을 위한 의료를 지향하잖아요. 의료가 인간의 건강한 삶을 목표로 하는 것처럼, SDGs 역시 인간의 건강한 육체적, 정신적, 심리적 삶을 지향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지도하는 간호학 자체가 SDGs라고 볼 수 있고요.
인터뷰어: 저도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보건교사로 근무를 하고 있지만, 교육학이 아닌 간호학 자체가 SDGs라는 생각을 못했는데 정말 와 닿아요. 그럼 국내외에서 진행하신 SDGs 활동 중 가장 의미 있었던 경험은 어떤 것일까요?
김자옥 교수님: 국내에서는 농림부와 농어촌공사에서 진행하는 농촌재능나눔 사회봉사 활동이 가장 의미가 있었어요. 사회봉사가 SDGs 개념을 가장 보편적으로 실천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한 E-9 외국인 근로자들의 건강 증진 활동도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는데, 해외에서는 몽골에서 우리 학생들과 함께 지역 주민들을 방문하여 그분들의 건강 현주소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던 것이 인상 깊었어요. 타인에게 주거지를 보여주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주민의 삶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점이 가장 의미가 있었습니다.
#3. ‘친구’라는 관계의 확장
인터뷰어: 아주 다양한 활동들을 꾸준히 해 오시고, 새전북신문에 컬럼도 기고하고 계시잖아요. 국제교류와 SDGs 활동을 통해 교수님의 삶과 교육 철학에 변화가 있으셨나요?
김자옥 교수님: 이전에도 다른 나라 사람들을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지속적인 국제교류와 SDGs 활동을 하면서 '친구'라는 개념이 더 굳건해진 것 같아요
인터뷰어: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연대’는 결국 관계의 확장에서 비롯된다고 느껴집니다. 특히 교수님께서는 ‘다른 나라 사람들을 친구로 느꼈다’고 하셨죠.
김자옥 교수님: 예전에도 다른 나라 사람들을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SDGs 활동을 지속하면서 ‘친구’라는 개념이 더 확장되었어요. 이제 친구는 단순히 친분이 아니라,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연대의 동반자예요. 학생들도 처음에는 봉사 점수 때문에 참여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책임감을 느끼고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는 과정이지요.
인터뷰어: 마지막으로 간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세계시민으로서의 시각을 어떻게 길러주고 싶으신지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김자옥 교수님: 세계시민 교육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내가 주변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을 행할 때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전공하는 간호학을 통해 인류애를 실천하는 것, 그것이 바로 세계시민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3. 인터뷰를 마치며
인터뷰어: 교수님 말씀을 들으며, 세계시민교육이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결국 ‘우리의 작은 실천’이 큰 변화를 만드는 시작점이겠지요.
김자옥 교수님:
맞아요. 간호학은 생명을 다루는 학문이지만, 더 넓게 보면 사람과 지구를 함께 돌보는 학문이에요. 우리의 교육이 세상과 연결될 때, 진짜 변화가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김자옥 교수님과의 대화는 교육자로서의 길, 의료와 SDGs의 접점, 그리고 세계시민교육의 실천까지 폭넓은 시각을 열어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세계시민교육은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는 교수님의 철학은 학생들과 교사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몽골의 현장에서 함께한 경험이 단순한 봉사활동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성장하는 배움의 장이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이: 원광보건대 간호학과 김자옥 교수님
인터뷰일: 2025.8. (몽골 의료봉사 현장 및 이후)
장소: 몽골 / 담양
인터뷰어: 김경남 (영암낭주고등학교 보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