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터뷰의 시작
유학 시절, 타국에서 이방인이자 소수자(minority)로서의 삶의 경험은 교육자이자 한 인간으로서의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건강한 사회와 이를 위한 교육의 바탕에 무엇보다 '공존'의 가치가 중요함을 깨닫게 해주었고, 세계시민교육을 실천함에 있어서도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었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모두가 인간 다운 모습으로 평화롭게 함께 하기를 바라며, 국내의 취약한 이주민과 외국인을 위해 일하는 '공익법센터 어필(APIL)'의 변호사 분들을 인터뷰 하게 되었다. 어필과는 지난 2020년, 국내 이주 어선원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캠페인과 교육 활동을 같이 한 인연이 있기도 해서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비롯해 이방인의 삶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2. 함께 나눈 이야기
K1: 안녕하세요. 이일 변호사님, 반갑습니다. 간략하게 변호사님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변호사님과 요즘 친한 낱말을 3개 정도 들어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L: 네, 반갑습니다. 저와 친한 낱말을 떠올려보자면, 다둥이 아빠. 난민. 그리고 정수리에 땀?(정수리에 땀이 마를 날이 없도록 뛰어다니고 있거든요 ㅎㅎ) 정도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곳 ‘어필’이라는 곳에서 난민과 구금된 외국인들을 만나고, 한명 한명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이 추방되지 않고, 한국에서 평화롭게 자리를 잡고 살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며 돕고 있고, 동시에 네 남매를 키우고 있는 다둥이 아빠입니다.
K2: 변호사님을 뵐 때 마다 항상 열정을 가지고 취약한 이주민과 외국인들을 위해 대신 목소리를 내시는 모습에 감동을 받는데, 변호사님이 이런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L: 어떤 드라마틱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졸업 후, 가까운 선배 변호사와 함께 일을 시작하고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이 분야에 정착하게 된 것 같아요. 법률가로서 보면 보통은 수입이 더 많거나 사회적으로 좀 더 인정받는 포지션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에 비해서는 다소 이례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변호사가 되기 전부터 개인적으로는 기독교 신앙인으로서의 소명의식이 있기도 했고, 또 이런 마이너한 삶에 대한 추구도 있었어서 난민들을 직접 마주치고, 그들을 돕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느끼며 일하고 있어요.
K3: 변호사님이 말씀하신 소명의식에 저 또한 크리스찬으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예수님을 대하듯 하는, 이웃을 향한 사랑의 마음이 교사인 저에게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거든요. 그렇다면, 변호사님의 동력은 그 마음과 사람들이겠네요.
L: 맞아요. 혹시 선생님 중증외상센터라는 드라마 보셨나요? 저는 그 드라마를 굉장히 인상적으로 봤는데, 자원이 부족하고 환경이 열악하더라도 생명을 구하는 일은 사람들로부터 공감받을 수 있는 숭고함 같은게 있다고 생각해요. 난민을 돕는 일도 누군가의 삶을 구조하는 일이라고 여기고요.
드라마에서 주인공 백강혁이라는 의사가 그동안 치료했던 환자들과 찍은 사진을 진료실에 두고 기억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저에게도 그런 존재들이 있어요. 변호사가 되고 초창기에 만났던 시리아에서 온 중학생 라미라는 친구를 영등포 중학교에 등록해서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학적을 생성시켰던 경험이라든지, 공항에 오래 구금되어 있던 수단의 이브라임을 도와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했던 일.
제 역량이 부족해서 늘 손이 달리고, 그들을 돕고 지원화는 과정이 매우 고되고 힘들지만 누군가의 생존과 자립을 위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엄청 보람되고 감사해요.
K4: 난민을 포함해 취약한 국내 이주민들의 존재나 상황을 저 또한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실제로 학생들 중에 이런 배경을 지닌 경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요. 학교에서는 이 주제에 대해 아이들과 어떻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L: 교실 안에서는 굳이 이주배경의 아이들과 선주민 아이들을 카테고리화 해서 나누지 않고, ‘우리는 다 같은 학생이고 친구야’ 라는 접근이 가장 좋다고는 생각하지만, 이주 배경을 가진 아이들 중에서 좀 특별한 범주에 있는 존재의 아이들을 인지하고 이해할 필요는 있다고 봐요. 우리 반에 오게 된 그 외국인 친구의 삶의 배경과 과거의 기억들이 간단하지 않고, (설령 그 친구는 한국에서 태어났더라도) 그들의 부모가 통상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형태의 더 나은 삶을 찾아 떠나온 단순한 이주가 아니라 목숨과 안전을 찾아서 위험을 감수하고 결행을 해서 떠나온 사람들이라면, 그런 친구들이 있다라는 것에 대해 설명하되 너무 무겁지 않게 봤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들에게는 이런 주제의 이야기를 자주 나눠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이야기하지 않으면 없는거잖아요.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아예 존재 자체를 하지 않는 거니까요. 6월 20일이 세계 난민의 날인데, 이런 날만이라도 학교에서 전쟁 문제라든지 난민에 대한 계기교육을 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다문화 교육에서 가르치는 다양한 주제들에 전쟁과 난민 또 취약한 이주민들에 대한 이야기도 공식적으로 교육과정 내에서 다룰 수 있도록 자료가 만들어지면 선생님들께서 좀 더 수월하게 수업에 활용하실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학창 시절에 단 한번도 이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거든요.
K5: 변호사님 말씀을 들으니 교사인 저의 역할이 더 중요하게 느껴져요. 수업에서 이런 주제를 다룬다면 참고가 될만한 자료들이 있을까요?
L: 제가 직접 학생들과 만나서 난민 이야기를 할 때는 주로 책을 활용했어요. 추천할 만한 작품으로는 ‘교실 뒤의 의자’라고, 시리아에서 영국으로 피난 와 학교를 다니게 된 어린이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요. 저는 ‘난민’을 ‘전학생’에 비유하면 이해가 좀 더 쉽다고 생각하는데, 어린 시절 전학생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보면 낯설음 때문에 친구가 생기기 전까진 교실 위치도 헷갈려하고, 밥먹는 것도 좀 어려워하잖아요. 그러다 주변 아이들과 같이 배우고 놀면서 조금씩 친해지고 자연스럽게 교실의 구성원이 되는 것 처럼, 난민들에게도 그런 어울림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보다 수월하게 한국 사회에 적응하고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중고등 학생에게는 ‘내 친구 압둘와합을 소개합니다’라는 책과 ‘더 스위머스(The swimmers)’라는 영화를 추천합니다. 등장인물이 본인의 나라를 떠나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주는 작품인데, 난민들은 보통 굉장히 극한 상황에서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 끔찍한 고통의 경험을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하지만 그 고통의 사건에만 집중하지 않고, 우리와 닮은 보통의 사람 (다만 이런 경험을 가진) 으로 너무 무겁지 않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봐요.
K6: 특수한 경험이 있지만, 동시에 우리와 같은 보통의 사람들로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는 거네요. 생각해보니 다둥이 아버님이시잖아요. 자녀들에게는 아빠가 하는 일과 만나는 사람들을 어떻게 설명해 주셨는지도 궁금해요. 아이들의 반응도요.
L: 자녀들에게는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제가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꽤 어색하지 않게 난민이나 이주민들을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 아이들의 학급에도 보니까 이미 여러 이주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있더라고요. 학교라는 특수한 공간을 통해 아무래도 직접적인 만남을 하다보니 되려 어른들 보다 좀 더 자연스럽게 난민의 존재와 그들의 사연을 이해하게 됐나봐요. 어른들에게는 낯설고 또 어떤 면에서는 두려운 존재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교실에서 마주치고 함께 하면서 그들에 대한 차별이나 혐오의 마음보다 포용하고 공존하는 마음을 가진 아이들로 성장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K7: 변호사님을 만나고 저도 난민 관련 수업을 시도해봤는데요. 난민 자체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그들을 받아들이는 입장도 생각해보게끔 하고 싶어서 다양한 관점으로 전쟁과 난민 문제를 다뤘어요. (수업 세부 내용 생략) 수업을 진행하다보니 한정된 재화가 나의 생존에도 필요한 것일 때, 타인에게 이것을 얼마나 기꺼이 나눌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생기더라고요. 혹시 누군가 난민을 어디까지 도와줘야해? 라고 묻는다면 변호사님은 어떤 대답을 하실지 묻고 싶어요.
L: 일단 선생님이 고민하고 실행하신 수업 자체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자발적으로 누군가 본인의 것을 나누는 일은 자유의지나 시민의식, 또 더해서는 신앙의 영역 같은거라고 생각해요. 정책적으로 사람들에게 ‘약자를 위해서 이렇게 나눠 줘야 해’라고 강제하는 것은 특히 난민문제에서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요. 개인적인 의지와 시민의식으로 타인을 돕는 것은 가능하지만, 누군가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나누지 않는 사람들에게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자격이 없거나 잘못됐다고 사회가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그렇게 도울 수 있는 형편이나 상황이 아닌 사람들도 있을 수 있고 개개인마다 살아온 모양과 배경이 다르니 내것을 잘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 사람도 있을 수 있거든요. 그런 것에 대해서는 저도 충분히 공감이 되기 때문에 난민을 돕는 문제에서는 개인 보다는 국가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한정된 재화의 배분이라는 것을 개개인에게 부담을 나누는 방식으로 설명하게 되면 난민 문제에 약간의 착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K8: 국가적 차원에서 자원을 분배한다는 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L: 예를 들어, 방금 전 선생님이 말씀하신 수업은 교실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난민 학생들과 물건을 나눠써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실제로는 국가가 기존 국민들의 터전을 크게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재원을 잘 할당할 수도 있어요. 교실은 책상도 정확하게 나눠져 있고, 의자 개수도 한정되어 있어서 이것을 누가 가질 것인가 라고 바라보면, 옆반 친구들(난민)은 잠정적으로 이것을 빼앗아 가는 사람들로만 여겨지지만, 실제 상황으로 그림을 좀 더 확장해보면, 좀 더 넓은 공간으로 그들이 와서 새로운 역할을 하며 생산성을 발휘할 수도 있고요.
정부가 일정 부분 국민의 세금으로 재원을 난민에게 나누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자국민에게 큰 손해가 되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고, 또 난민들에게 한국 사회에서 무엇인가 함께 생산하며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서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재원을 만드는 방법을 모색할 수도 있어요. 정부가 그런 정책들을 잘 마련하고, 난민이 단순히 우리의 것을 강탈하는 존재가 아님을 설명해준다면, 그들에게 갖는 오해와 혐오의 감정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싶어요.
K9: 저 역시 난민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라고만 생각했는데, 잠재적으로 생산력을 가진 존재라는 관점이 신선해요. 난민이 어떤 사회에 정착한 이후의 삶을 관찰해 본 경험이 부족해서 제 시야가 좁았던 걸까요?
L: 선생님 뿐만 아니라 대부분 난민을 직접 마주한 경험이 적고, 언론이나 방송을 통해서 접하다보니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혹시 선생님 작년에 방영된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라는 사회실험 프로그램 보신적 있나요? 방송의 후반부 쯤, 커뮤니티에 이주민 역할을 맡은 ‘바누’라는 여성이 등장하는데요, 기존 주민들과 이질적인 존재가 공동체에 편입되는 상황을 연출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난민 및 이주민 수용문제를 상징적으로 다루기 위한 장치로 설정되어 나와요. 그런데 아무래도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인지 그녀는 커뮤니티 안에서 구체적인 타인의 재화를 바로 앗아갈 수 있는 존재로 묘사 되더라구요. 그래서 다른 구성원들이 ‘이주민’인 ‘바누’를 경계하거나 배척하는 모습을 보기이도 했고요.
K10: 맞아요. 저도 그 프로그램 너무 흥미롭게 봤어요. 바누가 등장할 때,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그녀를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과, 기존 공동체의 안전과 이익을 저해한다는 논리로 배척하는 입장이 대립하는 게 꼭 난민 문제를 보는 것 같더라고요. 바누가 스스로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다는 능력과 의지를 보여주려고 끊임 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조금 안쓰럽기도 했어요.
L: 그동안 주목된 적 없는 이주민이나 다문화 수용 문제를 다루려고 했다는 점에서는 인상 깊은 시도였지만, 국가는 사라진 상태에서 약육강식의 법칙에 따라 경쟁하는 구도로 난민들 바라보게 만든 점은 다소 안타까웠어요. 정부는 등장하지 않고, 재화가 너무 한정되어 있고, 좁은 공간으로 묘사된 환경에서는 낯선이의 등장 자체가 달갑지 않을 수 있거든요. 실제로 한국은 그렇게 특수하고 제한적인 작은 나라가 아니고, 자국민과 난민의 일자리가 아주 겹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난민도 창조적으로 무엇인가를 생산하면서 한국에 세금을 내는 존재가 될 수 있어요. 먼저도 말씀드렸지만, 조금 더 현실을 반영해서 열린 시선으로 그들의 가능성과 존엄성을 존중해주는 시도들이 다양하게 나오면 좋겠어요.
K11: 변호사님 말씀을 듣고보니 앞서 말씀드린 제 수업에서도 우리 교실로 떠밀려 온 옆반 친구들(난민)을 조금 더 긍정적인 시선으로 묘사했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그들이 당장은 힘든 상황이지만, 지금 힘들다고 계속 힘든게 아니라 우리가 같이 지원하고 함께 하면 공동체에 더 이익이 되는 존재 혹은 우리와 함께 무엇인가를 생산해내며 상생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존재라고 말했으면 더 좋았을까요?
L: 비슷한 맥락으로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 난민들을 부담(burden)이 아닌 자산(asset)으로 인식하고, 난민의 긍정적인 경제적/사회적 기여를 강조하는 보고서를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는데, 사람을 자산으로 보는 것 자체가 처음에는 조금 불편했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자체가 신자유주의나 능력주의 사회이다보니 그것도 어쩌면 새로운 시각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어찌됐든 자산이 되는 과정에서 기존 공동체의 원 구성원으로 하여금 난민에 대한 거부감을 좀 더 줄여줄 수는 있잖아요.
개인적으로 바라기로는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어떤 생산성이 없다 할지라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인간적인 권리를 누리고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존재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장애인과 장애인권 관련 정책들도 그들이 꼭 무엇을 해서 사회에 기여해야만 수립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꼭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존재 자체로 존엄의 의미를 부여했으면 하는 거예요.
K12: ‘존재 자체로 존엄의 의미를 부여한다’는 아이디어에 동의해요. 변호사님이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더 나아간 것이 있다면, 사회 구성원의 범주를 어디까지 보느냐인 것 같고요. 개인의 역량이나 생산성과 무관하게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면 존재 자체로 존중받고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은 동의하는데, 이를 대한민국 국민에 국한 시키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 유입된 외국인과 이주민에게까지 적용하자는 입장이신거잖아요?
L: 네, 맞아요. 한국 사회는 더 이상 단일민족으로 구성된 사회일 수 없어요. 인구 소멸의 상황이기도 하고, 또 국제적인 변화 속에서 순수혈통으로만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라고 보는데, 앞으로 20~30년 사이가 이런 국가 구성원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공론화 될 수 있는 시기이지 않을까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대한민국 국민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있기도 하고요. 많은 이주민들이 우리 사회에 유입될 때 그들을 열등한 2등 시민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열린 마음과 시선으로 받아들이고, 한국 정부가 함께 지원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이 좋을지는 아직 알 수 없고, 계속 고민하는 중이지만 차별과 혐오의 시선이 아니라 포용과 상생의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K13: 네, 변호사님. 오늘 말씀 그리고 나눈 대화 모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어필의 활동을 응원할게요.
#3. 인터뷰를 마치며
난민. 들어는 봤지만 삶에서 마주한 적은 없는 듯한 사람들. 2018년 제주도에 들어온 예맨 난민이 한국 사회에서 내가 처음으로 그들의 존재에 대해 인식하게 된 시작이었다. 세계시민교육 선도교사 연수에서 처음 만난 이일 변호사님의 강의를 듣고, 난민과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외국인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알게 되었고, 그 뒤로 그들의 인권 보호와 처우개선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사실 난민 문제는 안타까움과 연민으로만 접근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난민을 야기하게 된 갈등과 분쟁의 주체, 그들의 이권과 권력 사이에 얽힌 문제들, 난민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어려움 등 여러 입장과 상황을 살피고 접근해야 한다. 그래서 교실에서 아이들과 전쟁이나 난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나 역시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하는지, 난민 문제를 제대로 알고 전달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유난히 난민 인정률이 낮은 한국 사회, 테러를 일삼을 것만 같은 가짜난민에 대한 뉴스, 난민으로 인한 세금의 손실 문제 등 그동안 내가 잘 몰랐고, 오해가 있기도 했던 것들에 대해 변호사님과 인터뷰를 나누며 일부 해소가 된 느낌이었다.
난민 자체의 문제 보다는 오히려 국가가 난민이나 이주민에 대한 정책을 잘 마련하지 못하는 바람에 사회적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 제대로 된 난민 심사 제도와 예산이 없기 때문에 한국의 난민 인정률이 저조하다는 것. 난민을 포함한 모든 외국인은 한국 국민들과 똑같이 세금을 낸다는 것 등 말이다. 한국 역시 옛날에 전쟁이 나서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것처럼, 어느 나라든 난민이 발생할 수 있고, 그들을 보호하는 것은 어쩌면 모두를 위하는 일이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낯설지만 분명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는 사람들. 변호사님과 인터뷰를 하면서 그들에 대해, 그리고 그들의 상황과 배경에 대해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바라봐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정책과 관련해서는 아직도 다소 우려되고, 고민되는 부분이 있지만, 포용과 공존을 실천하는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인터뷰이: 이일
인터뷰일: 2025.5.30.
장소: 공익법센터 어필
인터뷰어: 김화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