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이 만개한 아름다운 4월, 스위치 연구회에서 첫 번째 인사드립니다.
2024년 스위치 연구회는 <성찰적 세계시민성 기르기(앎을 삶으로)>를 연구 주제로 삼고, “다섯 번의 성찰 모임”과 “두 번의 오픈 마이크”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스위치 연구회에서 새롭게 기획하고 시도하는 “스위치 성찰 모임”은 지덕체가 조화를 이루는 세계시민성 함양을 목표로, 첫째, 기록에 기대어 정확히 알고(知), 둘째, 깊이 있는 질문과 양질의 나눔이 있는 성찰 모임을 가진 후(德), 셋째, 몸으로 수행하거나 기록하여 공유하는 실천(體)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이에 기쁜 마음으로 첫 번째 스위치 모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첫 번째 스위치 성찰 모임>
1. 주제: 세계시민으로서 사회적 고통을 성찰한다는 것
2. 일시: 2024년 4월 16일(화) 저녁 7시~9시
3. 모임 방법: 신청해주신 분들께 Zoom 링크를 보내드립니다.
4. 내용: 책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를 읽고, 함께 성찰 질문을 나눠요.
5. 성찰 질문:
1) 세월호참사가 당신에게 남긴 것은 무엇인가요.
2) 사회적 고통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 우리는 어떻게 애도해야 할까요.
3) 세월호 이후, 우리 교실의 모습은 어떠해야 할까요.
4) 잊지 않겠다는 약속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아무도 시키지 않은 세계시민교육을 교실에서 이어나간다는 것은 때로 외롭고 지치는 일입니다. 슬픔을 돌아보는 일은 더욱 그러하지요. 스위치는 여러분의 곁이 되고 싶습니다. 마음을 나누고 싶은 모든 분의 참여를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스위치 연구회원 배현명 드림
성찰 질문은 주제에 관한 개인적 성찰과 공동체적 교류를 돕는 매개입니다.
마음이 가는 하나의 질문을 붙들어도 좋고, 여러 가지 질문에 포괄적으로 응답해 보아도 좋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을 통해 자신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것입니다.
각각의 성찰 질문에서 떠오른 생각을 기록으로 남겨 주세요. 기록은 익명으로 남기셔도 괜찮습니다.
여러분의 기록이 깊이 있는 나눔의 스위치를 밝히는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여는 말 중
세월호 이후, 나는 근본적으로 다른 교사로 다시 태어났다.
매일 아침 교실을 들어서는 아이들에게 “정말 잘 왔다. 오늘도 무사히 와주어 고맙다.“고 인사하게 된 것이다.
아이가 부루투퉁한 표정으로 교실에 들어서도, 준비물을 안 챙겨 와도, 숙제를 안했어도, 교문에서 친구와 다퉜어도 괜찮았다. 오늘 아침 무사히 교실에 와준 것 만으로도 그저 감사할 일이라는 걸 알게 됐으니까.
- 배OO
참사 당일에는 내가 그 무엇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후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알게되면서 우리 사회 시스템에 대한 무력감이,
정권이 바뀌고 나서도 또 다른 참사 속에서도 크게 변한게 없는 상황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 미래는 없구나라는 무력감이 들었다.
-천OO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며 나는 계속 화가 났다. 어디에 어떤 화를 내는 건지도 모르겠는 데 자꾸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건 마치 친척집에 가서 불평등한 대우를 받았을 때, 학교에서의 이상한 악습들을 마주할 때와 비슷했다. 처음에는 사람에 대한 분노였다. 선장부터 시작해서 제대로 대처 하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분노가 치밀었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는 모든 시스템과 사회구조에 대해 화가 났다. 나는 비로소 이러한 재난이 사회 전반적 문제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현대 사회의 재난은 몇몇 악당들에 의한 것보다는 여러 행위자들의 결정적이지 않은 잘못과 실수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세월호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그렇게 행동하게 만든 구조적 문제로서 바라보고 나니, 이제서야 사회 전반적인 모든 문제들이 구조적 시각에서 보이게 되었던 것 같다.
그 이후 바뀐 것은 나의 세계시민교육이다. 넘치는 분노를 바탕으로 나는 구조를 함께 살핀다. 그리고 나와 함께 분노를 느끼는 학생들과 함께 그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계란이 되어보는 것이다. 실패하고 좌절하더라도 계속 부딛히면 조금이라도 바뀌는 것처럼 시민사회가 만들어가지는 과정들을 함께 하는 그 과정자체가 나의 세계시민교육이 된 것 같다.
-박OO
9년전 군산 시골집(친정)에 가족끼리 놀러갔다가 하수도 역류 및 폭우로 차가 완전히 침수되고 집안으로 물이 차올라 밤새 가족 모두 울며 물을 펐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그때 정말 마음아팠던 건 내가 얻은 큰 재산 손상보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툭툭 던진 말들이었다. 아침 일찍 언제 그랬냐는 듯 해가 떠오르자 구경나온 많은 사람들....
'물이 찼다더니 아무렇지도 않네.....’ ‘어. 물이 없잖아’ 등등
이 작은 경험을 세월호에 비유할수 없지만 소중한 아이들이 어른들의 실수로 사라진 이 큰 비극을 우리사회는 얼마나 공감하고 있는가 생각해 본다. 나의 일처럼 공감하고 아파할수 있는 마음이 나에게도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끼게 된다.
-이OO
세월호에서 희생된 아이들도 교사들도 있는데 이런 상황의 책임을 학교로 돌려도 되는것인가 하는 생각이 많이 남아있었습니다.
사건으로 인해 교육에 비집고 들어온 것 같은 의무화된 교육 내용은...
-최OO
둘째 딸이 태어나고 얼마 있지 않아 티비에서 믿을 수 없는 뉴스를 본 것이 바로 세월호 사건였습니다. 이제 막 세상에 나온 딸아이 앞에 펼쳐진 사건이 믿을 수가 없었을 뿐더러, 절대로 저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소원이 생겼습니다. 저는 소대장으로 저러한 위험 상황을 책임져야하는 역할도 했었고, 학생들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입장에서 이 사건을 여러가지로 나의 역할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나는 아이들에게 매학기초 이야기 합니다. 할아버지가 죽고, .아버지가 죽고, 내가 죽은뒤에 너희들이 죽어야 한다고.
-이OO
고통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분석이 아닌 공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말 어처구니 없는 큰 비극인 세월호사건이 있은 후에도 우리 주변에는 이태원 사건 등 끊임없는 비극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고 있습니다. 이런 비극들을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는 우선 누가 잘못했는지 네 탓이다, 네 책임이다 공격하기에 바쁩니다. 물론 책임규명도 중요하지만 무관심이 아닌 꾸준한 관심과 공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건 남의 일이잖아’가 아닌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 나도 생각해 봐야할 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OO
아픔에 공감하다보니 그 정도가 지나쳐 가끔 우울감에 빠질 때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도 이런 일들을 기억하고 상기시키고 그 의미와 그당시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OO
영화 생일에서 사람들은 모인다. 아이들의 생일에 함께 아이들을 이야기하고, 추억하고,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이야기해준다. 함께 기억하는 것을 반복한다. 괴롭고 고통스럽지만 계속 기억하며 서로를 치유해나간다.
애도에는 정답이 없다. 다만 그저 기억하고 또 서로 나누는 것의 힘은 강하다는 것은 알겠다.
-박OO
상실의 슬픔을 겪은 이들에게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지” “슬픈 기억은 그만 잊어버려야지”라며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저는 잊는 것 보다 좋았던 기억들을 주변인들과 함께 곱씹고 추억하는 것이 더 건강한 애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상실의 슬픔을 겪은 지인에게 함께 추억하며 “그때 그랬지~ 너무 보고싶다. 보고싶겠다” 이런 이야기들을 같이 해줘요.
세상에 있던 소중했던 존재가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져 마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 같은 느낌보다 함께 추억할 이들이 있다는 것이 훨씬 위로가 되지 않을까요.
-김OO
인위적으로 조성된 추모가 아닌 자발적인 추모가 되어야하며, 개인이 마음이 가는 만큼 충분한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천OO
쉬이 잊지 않고 같이 있는 것.
절절한 눈물 보다 그냥 함께 하는 것이 애도 그리고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익명의 참가자
잊지 않고 기억하되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라도
-이OO
책 5쪽에 '누구나 참사 당시의 잔혹함과 참사를 낳은 원인 규명에는 관심을 두지만, 참사 이후 피해자들에게 찾아온 또 다른 고통을 섬세하게 헤아리는 이들은 많지 않다. 어쩌면 참사의 본질은 사건 '이후'에 있는지도 모른다'라는 부분에 큰 공감을 합니다.
참사 그 이후에 대한 어떤 접근들이 있어왔는지와 앞으로 어떤 접근들이 있어야 할지 함께 나누고 싶어요.
-익명의 참가자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책을 읽으며 사실 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지 않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슬프게 세상을 떠난 아이들만 생각했지 생존학생 및 함께했던 선생님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이렇게 좁을 시각을 가지고 있는 제가 책을 읽으면서야 비로소 보인다는게 더 놀라웠구요..
내가 가르치는 교실에 참사관련자를 만난다는 생각만으로도 너무 조심스럽고 힘들거 같아요. 하지만 교사로서 더 신중하고 배려해줄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노력할거 같아요. 거창한 그런 공감이 아닌 조금스럽게 아이곁에 있어주고 싶네요.
학교에서 일어나는 여러 안전교육에 관해서 말하자면...
다음주 현장체험학습을 앞두고 학교에서, 학급에서 안전교육을 정말 열심히 시키고 있어요. 계속 일어나고 있는 현장체험학습 및 학교관련 사고들에 선생님들도 너무 예민해지고 있는거 같아요. 무조건 책임 추궁으로 이어지는 사고들 앞에서 네탓이다, 네탓이다 규정짓고 법률을 따지는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어요.
정말 학생들과 다른 것들을 보고 나눌수 있는 안전한 학교활동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갈길이 멀게 느껴지네요.
-이OO
잊지 않는다는 건, 굴하지 않고 맘껏 애도하는 것이다.
용기가 부족한 나는 휴직을 하고서야, 서랍 속에 넣어 둔 노란 팔찌를 손목에 끼고 다닐 수 있었다. 기억 팔찌를 끼는 행위는 오랜 시간 고통스럽게 견뎌온 침묵을 해방시키는 절규와도 같았다.
몹시 헐거워진 노란 팔찌는 내 일상을 자주 불편하게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불편함 덕분에 세월호를 더 자주 마음에 새긴다.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월호를 기억하길 바란다. 그것이 분노든, 투쟁이든, 비애든, 감사든, 얕은 관심이든...
그리고, 4월만큼은 한마음으로 추모하길 바란다. 이토록 찬란한 봄에 그토록 아프게 진 귀한 생명들을.
-배OO
아무런 이유없이, 무책임한 어른들 때문에 사라진 아이들을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은 다시는 이런 어이없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깨어있고 귀기울이고 다시한번 확인하는 관심이라고 생각해요. 무관심이 아닌 관심속에서 이 비극을, 그 속의 아이들과 살아남은 아이들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갖는 것. 그것이 우리가 꼭 지켜야 할 약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이OO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겠다는 다짐과 노력
-천OO
사회적 참사가 지나온 10년을 더듬어 또렷이 새긴다.
더듬거리던 세계가 또렷해지는 만큼 아픔보다는 희망을 본다.
왜, 나는 사회의 고통에 반응하는가.
내 삶을 둘러싼 낭만을 열렬히 사랑하는 만큼, 내가 속해 살아가는 사회의 고통도 외면하지 않았노라 고백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기 때문이다.
아이처럼 매 순간을 기뻐하며 살고 싶지만, 한 어른으로서 성숙을 가져오는 아픔도 다정하게 맞이하고 싶기 때문이다.
어떤 세계는 우리가 읽고 생각하지 않기를, 공감하고 연대하지 않기를, 아파하고 애도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다.
이기고자 안간힘을 쓰는 건 질색이지만, 질 이유도 없다.
20주기를 기다린다.
2024년 4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이하여 학교교육활동에서 운영할 수 있는 기억과 공감의 날 교육활동자료를 다운 받을 수 있는 사이트를 링크합니다.
1. 개별활동 : 기억과 공감 팝업 카드 만들기
2. 단체활동: 기억과 공감 포토월 꾸미기
출처: 경기도교육청 4.16 민주시민교육원
스위치 성찰 모임에 함께 참여해주신 선생님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함께 나눈 소중한 이야기를 모두 담지 못한 점 사려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