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작가: 정성진, 정재열, 홍기하

 카운터메모리(counter memory)’는 역사적 장치들에 의한 지배 기억(offcial memory)에 반하는 개인적, 미시적 기억으로 대개 기록되지 않을 뿐 아니라 침묵당하거나 말할 기회조차 제공되지 않는다. 

 Counter Memory는 푸코(Foucault, Michel) 가 말하는 ‘기억은 기록된 것만 기억되며 기록되지 않은 것은 기억되지 않는다.’에서 기인한 전시명으로 거대 지배 기억과 미시적 기억 사이에서 개인의 경험과 기억의 산물로서 예술이 우리 세대의 망각을 깨우쳐주기도, 현재성에 대해  ‘’기억하기’를 환기시킬수 있음을 제시하고자 한다.  일상적 기억, 문화의 기억, 체감된 기억, 거대 담론의 미술사적 기억 등의 다양한 층위의 

불분명한 경계지대에서 고군분투하는 참여작가들의 에너지를 통해 우리의 잠재되었던 기억이 복원되고, 만화적 상상이 실현되고,  우리들의 추억, 기억,  꿈, 이상이 현실화되는 등  ‘지금 이 순간’에 대한 ‘현재성’에 대한 인식이 확장되기를 바란다.   

  미술사적 참조를 바탕으로 건축과 메스미디어화된 애니메이션 조각 작업을 전개해온 정성진은 현실과 가상(웹)이 뒤섞인 오늘날의 조각을 제시한다. 작가는 주류 미술사의 지배기억으로 남아있는 정통적 조각의 형태와 자신의 주변에서 체득하고 있는 문화 혹은 그 문화로 부터 파생된 자신의 미적취향을 조합하여 애니메이션 속 극적인 이펙트 효과를 3차원으로 끌이들이며 에니메이션과 게임 속 캐릭터들의 ‘필살기’의 형태의 조각으로 재구성한다. 

  홍기하의 <Vanilla>는 “동시대 조각의 물성과 매스가 밋밋해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돌과 석고로 조각을 하는 훈련을 스스로에게 던져 준 작업(홍기하 2021)”이다. 작가는 거대 미술사의 기억을 기반으로 이 시대 조각의 정의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이에 해답을 찾는 과정으로 작가는 매우 직관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데 미술사에서 보았을 법 한 모더니즘 형태로 조각의 본질에 충실한 작업으로 풀어내고 있다. 공간형의 하얀 바닥과 만나 투명하기까지 한  하얀 석고 조각은 그 부피에서부터 시선을 압도하며 관객과 작품, 그리고 공간 사이의 적극적인 소통을 유도한다.

  가벼운 일상으로부터 서정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정재열의 설치작업은 공간형의 주요공간을 차지하는 대형 조각들과 다소 상반된다. 작가는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아주 평범한 일상적 행위안에서 혹은 자신의 사적 기억에서 비롯한 일상적 이미지들을 시적으로 재해석하고 그 소재에 따른 작가 고유의 미감을 통해 특별한 기억을 환기시키는 작업을 보여준다. 

“채우고 비우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옅은 감정들이 자욱하게 뒤덮는다. 잔해와 미련들을 덮으려고 또 다시 채우는 욕망은 어렵지 않고 쉽다. 손끝으로 먼지를 쓸어낼 때 아직도 남은 기억들이 선명해질 뿐이었다. 비워진 상태는 채워지기 전까지는 소멸에 대한 불안과 먼 미동 없는 놓인 사물이다(정재열 2022).”

글: 김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