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조의 인터페이스 시리즈는 과거가 아닌 개인의 감각적 기억에서 시작해 당시의 시간들을 소환하게 해준다. 기억 속 어딘가 그 사물과 함께했던 우리들의 시간들. 

일상 곳곳에서 만나는 사물의 인터페이스와 이를 물성 가득한 회화로 옮기는데 힘써온 그가 이번 개인전 <Woven Memory>에서는 그의 회화에 기억(memory)과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부여한다.


작가는 자신의 회화활동(painting practice)의 부산물인 자투리 린넨의 용도를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의 관점에서 재고해서, 회화 창작 과정 내 의미를 새롭게 생각해 본 것이다. 지속 가능성이 전제하는 윤리적 올바름의 실천은 물론, 일상의 사물, 그 중에서도 저장매체(디스크,비디오테이프)를 주로 다뤄온 작가에게서 기억의 복구, 회복, 그리고 지속성은 어쩌면 그의 작업 철학을 지속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작업철학이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 단어가 지금처럼 유행하기 훨씬 전부터.


작품의 재료란 곧 작업의 메시지다.

정승조는 이번 개인전 <Woven Memory>에서 그의 사물과 관련한 기억의 작동 방법을 친절히 안내한다. 삐뚤빼뚤 꿰매진 캔버스는 회화의 소재로 그가 빈번히 소환하는 사물들이 제 아무리 대중적일지라도, 우리는 각자의 방식대로 개별 사물을 서로 다르게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오래전 보내진 이메일의 첨부파일 속 압축파일이 보관되어있다가 꺼내진다면 이렇게 조각난 대지를 붙이고 팽팽하게 당겨서 그 위에 있었을 사물의 그림을 다시 새겨 놓으면 모니터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지는 것은 아닐까? 파일이 전송되고 데이터화되고, 또 복구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일련의 과정이 박음질 된 캔버스 천조각의 봉제선으로 드러난다는 것도 왠지 인간적이다. 어쩌면 이것이 부유하는 이미지의 조합방법, 기억의 구성 방식을 ‘정승조’라는 필터를 이용해 볼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작가는 질문한다 “현대 회화는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디지털 이미지로 순식간에 전세계로 유통되고 다양한 형태로 거듭 변화하면서 재생산되고 있다. 이 여정에 동반하는 회화의 물성은 무엇을 기록하고 어떻게 기억하는 것일까?” 서문중 / 김은희. 공간형 


_

정승조 《Woven Memory》

▫️전시기간: 2022. 10.13~10.30

▫️운영시간: 목-일 13:00-19:00

▫️장소: 공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