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랜드는 빙하기 이래로 단 한 번도 녹지 않았으며, 현존하는 북극 해빙 중 가장 오래되었습니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얼음조각을 하나 골라 집어삼켜 보세요. 세월의 무게만큼 단단하게 응축된, 미네랄이 풍부한 얼음을 맛볼 수 있습니다. 바다의 미네랄과 하늘의 비가 만들어낸 여기저기의 웅덩이는 지상낙원의 샘물처럼 하나같이 맑고 깨끗한 물이 채워져 있습니다 /// 그 신비한 물을 한 모금을 마시면 기운이 솟아납니다. 더 마시면, 눈이 맑아져 세상이 또렷하게 보이고, 몸에서 열이 가라앉기 시작합니다. 피부는 부드러워지면서 생기가 돌기 시작합니다. 이 물은 마시면서도 더 마시고 싶어집니다. 사흘 굶주리고 이 물을 마시면, 그날부터 병에 걸리지 않고, 죽기 전까지 평생 서른 두 살로 살 수 있습니다.’
- APPENDIX: Translation of the original Latin Letter of Unknown
VOID.
이정화는 아라온 호 승선 레지던시를 통해 북극 항해를 한다. 북극에서 수집해 온 자료를 그만의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관점으로 풀어낸다.
북극점을 향해갈수록 세상의 원형으로 올라 가는 듯 아무것도 없는, 마치 가상현실에서의 default view (* 좌표를 지운 3D 프로그램의 기본 대지) 를 마주한 듯한 경험에 대해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북으로 올라갈수록 하늘이 바다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해빙은 하늘과 바다 사이에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하고, 드문드문 떠다니는 해빙은 구름이 되었다. 하늘과 바다가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 잔잔한 북극의 바다는 투명한 거울처럼 나를 비추었다.”
이정화는 탐험이라는 이름으로 미지의 세계를 향해 움직이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유쾌하게 풀어놓는다. 공간에 느슨하게 연결되어있는 오브제들을 따라가다보면, 공간형 안쪽 방의 영상과 마주한다. 영상은 계속해서 흘러가는 빙하와 자막뿐이다. 인간의 태생적 결핍에서 오는 욕망에 대해 이정화는 이렇게 좀처럼 무엇인지 잡히지 않는, 경계없는 방식으로 허상,가상, 현실, 존재에 대해 질문한다. 그리곤 그만의 상상력이라는 그릇에 꾸준히 미네랄과 샘물을 공급하고 있다.
/ 김은희 / 예술심리
#이정화 #oldland #artspacehyeong #HYEONG #공간형 #미디어 #영상 #을지로전시 #서울전시 #현대미술 #미술전시 #exhibi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