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연 작가는 그가 직접 밟고, 바라보는 장소, 그 일상을 소재로 한다. 일상에서 자연을 보는 것도 모자라 매일 만보걷기를 통해 생생하고 독특한 식물들을 조우한다. 영국과 한국에서 몇 달 간 격리 생활을 하면서, 유일하게 허용된 산책으로 다양한 식물의 모습들이 비로소 보였다고 말하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들의 일상에 있는 식물을 주목하게 된다. 매일매일 같아 보이지만 매일은 같지가 않다. 지금껏 보이지 않던 일상과 삶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것들이 비로소 ‘보이는’ 경험은 삶의 흔적이며, 삶의 기억들이다. 그는 이러한 매일의 작업을 실존기록이라고 말한다. 살아있는 ‘지금’ 실존 작업으로서 이번 ‘도시정물’ 은 그러한 과정과 흔적들을 놓치지 않고 담아 낸다. 
그의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식물 등 자연요소들의 흔들림이다. 작가는 스케치 없이 즉흥적인 선, 형태 등으로 드로잉 하듯 회화의 화면을 만든다. 동양화 붓을 이용한 서양화 기법의 붓질, 즉 흔적만으로 동양의 정신성과 서양적 제스처가 긴밀하게 합류한다. 최대한 자유롭고 임의적이고 빠른 선들이 화면의 생동감과 유동성을 불어넣는다. 
노정연의 작품을 제대로 보려면 그림 속 동요하는 작가의 심리를 느껴야 한다. 자연에서 느껴지는 자연으로부터의 위안이 있다면 반면 지나칠 정도로 대비되는 패턴, 패터닝은 그만의 이상심리,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꿈의 서사가 있다. 이렇게 식물과 패턴들이 만드는 화면내에 규칙성과 불규칙성, 직선과 곡선, 이성과 감성의 서로 상반적인 요소들의 결합은 노정연 회화의 주된 요소이며. 얼핏 보면 사실감을 주지만, 작가 고유의 추상적 이미지로 승화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화면은 그만의 재미있고 순수하게 그림을 대하는 작가 자신의 삶을 은유한 것이기도 하다. 노정연이라는 작가를 보지 않더라도 그의 작품에서 심리적 상태를 그대로 담아내는 솔직함과 따뜻함이 묻어난다.
판데믹이후 미술의 역할에 대해 그만의 특유의 감각과 낙천적 에너지로 새로운 일상에 대한 희망을 전하는 작가, 노정연은 그렇게 우리를 지금 발붙이고 있는 현실, 현실 너머의 가능성의 세계로 초대한다. 
◽️김은희 / 공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