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작가: 김마저, 김한나, 박정윤, 장경린, 허성윤, 허요
”예술가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소생될 때 고립된 개인의 삶들을 결합시키며 개인의 망상이나 환각이 아닌 모두의 현실이 된다” - Maurice Merleau- Panty.
우리의 앎을 벗어나 있는 것, 그것이 세계이다. 그리하여 세계란 우리의 발견을 기다리는 미지의 것들로 가득 차 있다. <Ahamoment>는 개인의 고립과 결핍에 맞서 자신과 관계하는 세계를
탐구하면서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시각적 예술작업으로 실험하고 있는 동시대 작가들, 그리고 각자가 지각하는 세계를 절대화하지 않고 하나의 마음과 감정 풍경들로 바꾸어 세계와 관계하는 과정을 가시화하는 작품들로 구성된다.
보이지 않은 미지의 무엇에 압도당하지 않으며 마음의 여유를 갖고, 세계와 자신의 관계를 탐구하고 사유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삶의 본질과 가치를 깨닫는 ‘아하’의 순간이다. 김마저, 김한나, 박정윤, 장경린, 허성윤(Ruby Huh), 허요의 작품은 서로 다른 관심과 예술실천의 결과물이지만 결국 ‘나’란 누구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해답을 찾는 과정으로의 아하 모먼트를 공유한다. 전시 제목 <Ahamoment>는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면서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가치를 발견하는 ‘아하’의 순간-문득 다른 세계가 내 안으로 들어오는-복합적인 뜻밖의 쾌락을 함의한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무엇인가에 대한, 현대미술의 역할과 작업의 존재 방식에 대한 각자의 답변은 ‘비정형’, ‘형태없음’, ‘해체와 재조합’. ‘반복과 연속’, ‘고착화되지 않은 중간색’ 으로 집약되며 그것들은 서로의 발란스를 유지하듯 하나의 공간 안에 들어와 있다. 그들이 보여주는 자전적 기억의 단편들, 사유하고 고민하는 흔적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또 다른 차원의 세계와 소통하게 된다.
소통이란 좋아하는 것만 혹은 익숙한 것만을 고집하지 않고 내게 말을 걸어오는 세계로 기꺼이 걸어가는, 다시말하면,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받아들이는 과정일 것이다. 그리하여 무감하던 형태가, 이미지가, 색채가 새로운 울림으로 다가오는 아하의 순간이 바로 소통이 아닐까 생각한다.
메를로 퐁티의 언급대로 예술가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다른 차원으로 소생될 때 결국 모두의 현실이 되는 놀라운 힘을 가진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참여작가들을 스스로 무력하다고 느끼면서도 현재의 결핍에 맞서는 새로운 믿음과 현실을 구축하고자 세계와 끊임없이 접촉하고 소통을 시도한다.
11일 동안 펼쳐지는 <Ahamoment>를 통해 그들이 사유하는 세계에 동참해보고자 한다. 그들의 실험과 예술실천을 응원하면서.
김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