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사회적 구성 - 5·18의 사례
22 이효준
안녕하세요, 세상에서 단호박튀김을 가장 잘하는 사회학도.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에 ‘광진구 장금이’로 출연할 뻔한 이효준입니다.
소개드릴 제 연구 제목은 ‘환상의 사회적 구성 - 5·18의 사례’입니다. 환상을 사회학의 연구 주제로 어떻게 포섭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우리가 광주 5·18에서 발견할 수 있던 그 신비한 힘이 곧 환상이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이론 및 사례 기반의 논문을 작성했습니다.
본 연구는 주로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환상을 사회학의 진지한 연구 대상으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환상과 유사한 개념으로 사회적인 현상을 포착하려는 시도는 많이 있어 왔다. 상상 내지는 상상력, 꿈, 희망, 유토피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개념으로 충분히 포착되지 않는 환상의 독특함이 분명히 있다. 시간 측면에서는 그것이 종말의 감각과 연결된다는 것이고, 공간 측면에서는 그것이 탄생의 순간과 연결된다는 것이며, 인간 측면에서는 그것이 투사의 사랑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이는 일정 부분 앤서니 기든스가 친밀성의 구조 변동의 맥락에서 제시한 이론적 자원인 낭만을 빌려오고, 환상과의 연결성을 지적함으로써 정당화된다.
이를 경험적으로 입증하고자 1980년 5월 17일부터 27일까지 광주에서 발생한 5·18 민주화운동을 주요한 연구 대상으로 설정하는 사례 연구를 진행한다. 5·18을 다룬 연구들은 다종다양하지만, 그러면서도 질문되어야 하는 지점이 존재함은 분명하다. 황석영이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으로』에서 언급했듯이, 산발적이고 수동적인 저항이 당시 광주에서 발생했다. 그것은 어떻게 ‘해방 광주’가 되었는가? ‘절대공동체(최정운, 2012)’를 비롯하여 ‘역사공동체(정일준, 2004)’, ‘5월공동체(강인철, 2020; 김홍길, 2007)’, ‘시민공동체(김성국, 2007)’ 등의 여러 공동체론이 등장할 수 있던 그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는가? 광주에서 공동체를 형성하게 한, 최정운이 『오월의 사회과학』에서 묘사하는 “알 수 없는 힘”의 정체는 무엇이었는가? 본 연구는 이에 공통으로 환상이라 답한다.
이를 위해 10일 정도의 기간을 ‘산발적이고 수동적인 저항’(17~18일), ‘민중항쟁과 공동체의 형성’(19~21일), ‘해방의 기간’(22~25일), ‘최후의 날’(26~27일)로 구분한다. 일차적으로는 역사적 글쓰기를 시도하고 이후에는 환상의 사회적 구성의 세 요소가 각각 어떻게 발견되는지를 분석적 글쓰기를 통해 살핀다. 시간, 공간, 인간의 측면에서 살핀 결과는 다음과 같다.
5·18은 부르디외가 발견한 독특한 시간 감각을 형성하고 있었고, 종말이라는 감각이 5·18이 진행되는 내내 확인된다. 공간적인 관점에서는 아렌트가 논의한 ‘탄생성’이 발생하고, 그렇게 새롭게 탄생한 기적적인 공간들로는 시민들이 활발히 집회를 개최한 광주역 앞, 광장, 길거리, 도청 등이 포착된다. 이는 정치의 사회화, 사회적인 국가가 형성된 국가 안의 국가 등으로 표현할 만한 새로운 공간의 탄생은, 어쩌면 시간 감각과 함께 공간 감각 역시도 당시 광주에서는 남달랐다고 추측하게 한다. 인간적인 관점에서 5·18에는 여러 투사가 발견될 것인데, 이들이 싸운 이유로 사랑을 제시할 수 있다. 형제애로 대표되는 보편적인 사랑이 5·18을 이끌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랑의 공동체는 명확하게 가시적인 적과 대립했고, 이는 광주의 시민들을 ‘투사’라는 주체로 변화시켰다.
이상의 연구는 환상이라는 개념이 단순히 부정적인 용어로 사용되고, 또 현실 등의 용어와 대비되는 수사 정도로 사용될 것이 아니라 진지한 이론적인 틀로 사용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 현실을 뛰어넘는 초현실의 감각을 가능하게 하는 환상적인 순간을 연구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또, 너무나 많이 연구되어 온 5·18을 새롭게 살피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5·18을 토대로 이론화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기왕의 연구를 종합하고, 새로운 논의의 지형도를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가 활용할 다양하면서도 파편화된 이론적 자원들은 시간, 공간, 인간이라는 관점에서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논의 간 연결성과 친화성을 강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