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다이어리



이상 다이어리 - 말문

같은 병실의 사람과 대화를 시작한 일은 어느날에 환자 보호자였던 어머님이 넉살좋게 말을 걸어주셨었습니다.

병원이다보니 어쩌다 환자로 입원하게 되었는지 나름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풀렸죠

아들이 고등학교 1학년인데 학교에서 잠만 잔다고 소식이 들리고 코골이도 심해지고 선생님들한테 직통으로 소문이 들려오니 애를 혼내고봤는데, 담임선생님이 진지하게 병원 데려가봐야한다고 하시길레 데려왔더니 목에 큰 혹이 생겨서 숨이 막혀 그렇다 더랍니다.

그런줄도 모르고 다짜고짜 혼냈었으니 너무 미안했더라는 이야기를 하셨었구요

당연하게 내 차례의 이야기도 하려 했는데, 나는 차마 어머님이 말씀해주신 것 처럼 자세하게 말하기엔 내 목구멍에도 혹이 생긴 듯 말문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괜히 가벼운 수술인데, 내가 지금 여기 있는건 가벼운 수술을 위해서인데, 몸이 아파서인데..
괜히 마음씨 좋은 분에게 내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시간이 되자 내가 정말 아픈건 몸이 아니라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속풀이를 하고싶었습니다.

결국 정리가 안되고, 살짝 목이 메여 울먹이며 그냥 기관지가 안 좋다고 말해버리니 당황하셨을 겁니다.

그러고도 위로하면서 빨리 쾌차하길 바란다고 말씀해 주셨었지..   좋은말을 해주시는데 다른 생각이 수 없이 드는 내 속마음이 정말 미안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