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다이어리




이상 다이어리 - 뒤집어진다

내가 내 마음속에 말을 삭히게 된 건 이맘때였다.

난 내 말에 담긴 나비효과가 너무 두려웠다.

모두가 편해지는 길인 '입원'이란 단어엔 정신이 뒤집어 질 것이다.

당신 '때문에' 내가 너무 힘들다는 말을 했다간 집안이 뒤집어 질 것이다.

내가 상황을 피하려고 침묵하고 도망가면 또 속이 뒤집어 질 것이다. 

나도 울어도 보고 소리도 질러 보면 눈이 뒤집어 질 것이다. 

나는 어떻게든 비위를 맞춰야 하지만 내 노력은 닿지 않는다.

내가 죽을 쑤든 싸움을 말리든 아침 저녁마다 약을 챙겨드리든 뒷 담화를 같이 들어드리든..
내 노력은 어머니 기분을 멈출 뿐 나아지게 만들 수 없었다.

결국 내가 뭘 해도 불시에 다시 싸움이 나고 화가 나신다.

내가 쌓아 올린 임시방편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한순간에 무너진다.

나라는 존재는 점점 무기력해 지고 말이 줄고 속이 곪아 문드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