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다이어리




이상 다이어리 -

챙겨드리던 약 종류가 족히 10가지가 된다

기본이였던 혈압약..
몸은 마른데 간은 지방간이라 중성 지방약..
주기적으로 먹는 진통제..
근육이완제..
항정신, 항우울증
신경과에서 지어준 봉투에 아침약, 저녁약 따로

잊으면 위험하니 메모를 해 둔 기억도 있다.
나중엔 다 외워 버릴만큼 익숙해진 내가 너무 싫었다.


이 많은 종류의 약을 드리려면 빈 속에 먹을 수 없으니 식사도 도와 드려야 한다.

근데 속이 쓰리다, 이건 싫다, 이건 안 땡긴다 등 여러 이유로 거절하신다.

내가 끓인 국은 아버지가 입대셨다고 맘에 안 드시고
내가 쒀준 죽은 환자 취급이라 싫다 하시고
내가 사온 카스테라는 어제 먹었다고 싫고
밥은 먹기 힘들고

결국 두부 썰어 드린 것으로 타협이 된 고통스러운 날 이였다.

이렇게 약을 드리는 것만 3시간이 걸릴 때도 있다.

힘들고, 도망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