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다이어리




이상 다이어리 - 언젠가의 겨울

나를 도망치게 만든 나의 고통의 근원과 내 서러움을 정리해보자.

그 무렵은 어떤 겨울이었다.

5년을 우울증, 신경계 쪽으로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모시니 나에게 여유가 없는 시기였다.

그땐 몰랐지만 이미 일반인이 집에서 케어하는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고 생각한다.

힘든 수준이 아니다 내가 먼저 정신이 붕괴할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불가능할 것 같은 속도로 떨리는 걸 보는 일도

결국 터져나오는 비명도

던져진 물건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도

아프다고 아프다고 골골대는 소리도

몸이 괜찮다 싶으면  다시 시작되는 아버지, 시댁 욕도

듣고 싶은 소리가 아닌데 자꾸만 내 귀에 쑤셔 박혔다.

내 몸에 부정적인 진동을 쏘아댄다.

도망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