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문예창작공모전 시나리오 당선작
2023 문예창작공모전 시나리오 당선작
장려상
초단편영화 <그물>
디지털미디어콘텐츠전공
20192561 이고은
S#1. INT. CLC 1층 테이블.
친구들과 미령이 공강 시간에 모여 떠들고 있다. 한 명은 핸드폰을 보기도 하고 그냥 서로 웃고 떠든다.
원희: 아 맞다, 나 이번에 공모전 나간 거 입상했다?
지혜: 와 진짜?
소원: 완전 축하해! 그거 경쟁률 세지 않았어?
주영: 맞아 맞아. 그걸로 포폴 쓰면 되겠다, 그치.
친구들이 축하를 한마디씩 한다. 그때 미령의 시선이 클로즈업된다. 곧이어 미령도 말을 꺼낸다.
미령: 잘했네~ 너 다른 걸로 먹고 살기 힘들 텐데 그거라도 열심히 해야지. 축하해!
원희: (조금 떨떠름한 표정으로 웃으면서) 어…… 고마워.
조금은 어수선해진 분위기. 다른 주제로 다시 이모저모 이야기를 하다 지혜와 소원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지혜: 우리 곧 수업이라서 이제 가 볼게.
저마다 인사를 하고 다들 자리를 떠난다.
S#2. EXT. 학교 안 길거리 (강의실 쪽)
지혜와 소원이 수업이 끝난 듯 길을 걷고 있다. 지혜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주위 눈치를 보다 소원에게 말을 건다.
지혜: 야, 있잖아…… 미령이 걔, 아까 원희한테 왜 그렇게 말했대?
소원: 내 말이. 걔 열등감 좀 심해 보이지 않냐?
지혜: 어, 좀. 아니, 많이?
말을 마치자마자 둘은 눈이 마주치고 키득키득 웃으며 마저 걷는다.
S#3. EXT. 학교 안 길거리 (기숙사 쪽)
미령이 전화를 하며 걷고 있다.
미령: 아 그럼~ 나 엄청 잘 지내지. 응, 응. 다섯 명이서 같이 다니거든? 그런데 솔직히 몇 명은 찐따 같아서 가끔 놀기 좀 그럴 때 있다. 나는 얘네 아니어도 되긴 해. 아, 맞다. 그리고 너 지현이 걔 인스타 봤어? 걔 완전……
: 화면, 소리 Fade out
S#4. INT. CLC 1층 소파
원희: 그만 좀 해!
cut to가 되기 전 원희의 호통이 먼저 등장한다. 화면 나타나며, 친구들이 웃고 떠들고 있다가 원희가 소리 지르는 통에 놀라 한순간 조용해진다. 다들 원희를 쳐다본다. 원희는 분에 찬 표정이다.
원희: 야, 조미령. 너 진짜 사람 기분 나쁘게 말하는 거 알아?
미령: 내가 뭐?
원희: 너 저번에도 내가 입상했을 때 싸가지없이 말하고, 방금도 소원이한테 그랬잖아.
미령: 내가 뭘 했다고 그러는데?
원희: 하…… 모르는 척하는 건지 모르는 건지 기가 차네. 됐다. 나 집에 갈게.
원희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S#5. INT. 미령의 집
미령이 집에 들어오며 친구와 전화를 하고 있다. 아까의 일로 화가 난 듯한 표정.
미령: 아니, 내가 뭐 잘못 했냐구. 틀린 말한 것도 없는데! 진짜 짜증 나 죽겠어. 아니, 그게 그렇게 잘못한 거야?……
소리 Fade out:
S#6. INT. 브레댄코 안
원희가 커피를 마시고 있다. 이윽고 미령이 들어와 앉는다.
미령: 할 말이 뭔데?
원희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입을 뗀다.
원희: 아니, 그때 소리 지른 거 마음에 좀 걸리기도 하고…… 원래 같이 다니던 사이였으니까 얘기해서 풀어 보려고 불렀어.
미령의 표정이 좋지 않다. 원희, 말을 잇는다.
원희: 너가 다른 때는 괜찮은데, 가끔씩 말을 심하게 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 것만 좀 자제해 줬으면 좋겠어.
미령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다 입을 뗀다.
미령: 그런데 솔직히 다 맞는 말 아니야?
원희가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원희: 뭐?
미령: 아니, 솔직히. 나만 쓰레기 만드는 것 같잖아. 내가 그렇게 잘못한 거야? 너희를 위한 조언도 칭찬도 다 해 줬는데, 왜 나한테만 뭐라 그래? 너희가 나 싫어서 꼬아듣고 이러는 거 아니야?
원희: 하……
원희가 어이가 없는 듯 실소를 터트린다. 미령 앞의 차게 식어버린 커피가 보인다.
원희: 설마했는데 아직도 이러고 있을 줄은 몰랐네. 미령아, 정신 좀 차려.
미령: 뭐?
원희: 너 그거 열등감이야.
한 사람씩 컷이 오고가다 둘의 모습이 화면에 잡힌다. 둘 다 좋지 않은 표정. 그러다 원희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원희: 네가 남들보다 못난 거 너도 알고 있지? 제일 잘 아는 그 마음이 싫어서 남들 깎아내리면서 다니는 거잖아.
미령: (격양된 말투로) 야, 내가 언제!
원희: 진짜 너를 위해서 마지막으로 조언하는 건데, 열등감 좀 버리고 네 화법을 되돌아 봐. 이렇게 하면 고통받는 건 너 하나밖에 없어.
원희가 말을 마치자마자 자리에서 나간다. 헛웃음을 치며 기분 나빠하는 미령의 모습.
S#7. EXT. 미령의 집으로 가는 길
미령이 생각이 많은 듯한 표정으로 길을 걷는다. 그러다 멈춰서서 아까의 일을 곱씹는다.
미령: 하, 진짜 내가 뭘 잘못했다고……
본인 걸음을 막는 찌그러진 캔을 차 버리며 다시 걷는 미령.
S#8. INT. 미령의 방, 침대 앞
불을 꺼 놓아 노트북 불빛만이 미령을 비춘다. 무언가를 시청하는 듯한 미령. 꾸벅꾸벅 조는가 싶더니, 이내 잠이 든다.
S#9. INT. 현관문
열린 미령의 집 현관문이 곧바로 닫히며 철컥 소리를 낸다. 미령이 나간 듯하다. 계단을 내려가는 발소리도 들린다.
S#10. EXT. 학교 야외
미령과 주위 사람들에게 그물이 씌워져 있다. 그러나 다들 자연스럽게 활동한다. 간혹 그물의 개수가 다르고 없는 사람도 존재한다. 각각 자신만의 그물을 쓴 사람들이 여러 컷으로 보여진다.
S#11. EXT. 교내, CLC 앞
미령에게도 그물이 씌워져 있다. 미령은 이를 인지하지 못한다. 배경음악으로 ‘비발디 – 사계 中 겨울 1악장’이 시작된다.
S#12. EXT. 교내, 브레댄코 야외석
미령: (상대방을 바라보며) 뭐야? 너 코 했어? 강남 여자 다 됐네~
미령에게 그물이 씌워진다.
S#13. EXT. CLC 1층 흡연구역
미령이 전화를 받고 있다. 화가 난 듯하다.
미령: 야, 솔직히 니가 내 친구들 다 뺏어가는 거잖아.
미령에게 그물이 한 겹 더 씌워진다.
S#14. EXT. 교내 벤치.
미령이 앉아 있다. 누군가와 얘기하는 듯한 구도지만 상대방은 보이지 않고 미령만 화면에 잡힌다.
미령: 어중간하게 인서울하는 것보다 그냥 집 앞으로 가는 게 더 개꿀 아니야? 입결도 비슷하던데 뭐.
미령에게 그물이 한 겹 더 씌워진다.
미령에게 계속해서 그물이 쌓이며 컷이 바뀌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배경음악이 점점 더 고조된다.
S#15. EXT. 교내 한적한 곳
미령이 결국 그물에 당겨져 뒤로 넘어가며 화면 밖으로 사라진다.
S#16. 인서트 컷
미령이 보던 노트북 화면이 잡힌다.
화면 속에는 물고기가 그물에 걸린 채 살려달라는 듯 퍼덕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