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문예창작공모전 시 당선작
2023 문예창작공모전 시 당선작
최우수상
기어코 여름
사회복지학전공
20202357 정다소
2월의 이름은 동사
순수한 물이 녹는점에서 우리는
등을 맞대고도 추위에 떨었다
겨울의 또 다른 이름은 동사였다
왜냐하면 우리는 푸른색에 잠겨 있었기 때문에
너는 믿지 못할 테지만
모든 사랑은 동사한 경험이 있다
해열제 오렌지 향이 나던 여름만을 주고 싶은 너에게
그 무엇도 사랑을 앗아갈 수는 없어
너를 떠나간 인연마저도 그때의 너에게 보낸 천사의 고요한 구원 같은 거겠지, 한 편의 위로를 건네고는
나는 버블껌을 씹다가도 앞니가 빠지고
후르츠 캔디를 입안에서 굴리다가도 혀가 베였다
사랑은 번식욕이 불러 일으킨 착각이라는
낭만 없는 사람들 속에서도
아가미 없이도 숨을 쉬며 살아가는 물고기처럼
나는 사랑이라는 단어 없이도 사랑할 수 있다
세상이 멸망해 간대도 사랑 시는 쉴 새 없이 쓰여진다는 사실을 너는 여전히 믿지 못할 테지만
동사해 가는 2월에도 너와 내가 있는 이 벌판에는 멈추지 않는 플루트 소리와 순록의 수레
그거 알아? 플루트는 악기 중에 가장 완전한 사인 곡선에 가까운 음파를 낸대
순록은 80km/h까지의 속도로 달릴 수 있대
서로의 애정과 가장 비슷한 지식을 뽐내며
우리는 우리만의 사랑의 언어를 내뱉으며
누가 우리 속에 이 많은 구원을 심어 놓았을까?
우리는 동사하지 않으니까
나는 구원받고 싶지 않아
아무리 따뜻한 사람을 만나도 이승의 사람이지
죽은 사람의 살아 있는 온기와 살아 있는 사람의 죽은 온기 중 어떤 것이 따뜻한지 알고 싶어
핑퐁을 치듯
절정이 아니라면 사랑이 아니라는 듯 우리는
영원히 동사하지 않는 2월의 여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