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문예창작공모전 시 당선작
2023 문예창작공모전 시 당선작
신입생 특별상
‘나’를 기다리며
법학과
20232711 김용후
도망쳐 달려왔습니다.
뒤 보지 못하고
쫓기고 쫓겨 달음박질했습니다.
세차게 내달렸지만
숨이 턱 끝까지 차서
곧 멈춰 섭니다.
선 채로 가만히 보니
내가 없습니다.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습니다.
고개를 돌려보고, 멀리 내다보고, 속을 들여다보아도
내가 보이질 않습니다.
내가 이젠 없습니다.
스쳐 가는 흐릿한 기억의 조각들은
낯선 책에 기록되듯
내 품을 떠납니다.
내가 있던 자리에
지난 기억을 대신하여
옆에 핀 풀꽃을 놓아봅니다.
흐르는 바람처럼 나는 갔지만
다른 봄의 미풍이 되어 오기를
기다려봅니다.
길었던 겨울의 끝에
익숙지 않은 봄이 오듯
빈자리에 내가 아닌 ‘나’가
자리할 것을 생각하면서
자리를 닦으렵니다.